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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경제보다 교육이 더 불안하다
최환석 지음 / 참돌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너무나 비정상적인 것임에도 정확한 분석을 내리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것이 있다.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그 틀이 너무나 거대하여 차마 건드릴 방법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무엇일까.
한국인을 가장 힘들게 가장 어리석게 만들고 있는 그것은.
예전 EBS 다큐멘터리의 한장면이 크게 회자되었다.
외국의 어머니들과 한국의 어머니들을 비교하는 연구였는데 아이에게 문제를 풀게 하고 시험관과 셋이 한자리에 있게 하는 자리였다.
외국의 어머니들은 아이가 문제를 푸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아이가 문제를 푸는 과정을 즐기거나 풀어 성취감을 느끼는데 기쁨을 느꼈는데 한국의 어머니들은 아이가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다 싶으면 초조해서 어떻게든 시험관 몰래 힌트를 주고 싶어했다. 시험관이 일부러 자리를 비워도 외국의 어머니들은 아이가 문제를 푸는것에 관여하지 않았는데 한국의 어머니들은 이와 반대로 기회를 기다린 것처럼 답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더욱 놀라운것은 뇌파를 촬영해보니 외국어머니들이 아이가 문제를 푼 자체에 기쁨을 느꼈는데 한국의 어머니들은 문제를 풀어낸것 자체보다 다른 아이와의 비교를 통하여 그 아이보다 점수를 잘 받았다는 부분에서만 기쁨을 느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대체 왜 한국의 어머니들은 그토록 비교경쟁적인 걸까.
이를 그 다큐멘터리는 동양인이라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해서 그런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는데 그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고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그 원인을 누구도 시원하게 밝혀주지 않았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제목부터 시원했다. "한국경제보다 교육이 더 불안하다."
선거때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목소리는 넘쳐나도 교육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하지만 경제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적자생존일 수 밖에 없는 그 시스템은 과연 왜 만들어졌을까.
경제만 팽팽 돌아가면 우리는 모두 행복해질까.
옛날보다 훨씬 잘 살게 되었고 아무리 빈곤해도 굶어죽을 염려는 상대적으로 무척 옅어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욱 불안하고 더욱 경제살리기에만 매달린다.
왜 이렇게 됬는가.
작년에 초등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킨 후배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얘기했다.
"교과 과정을 보면서 느낀게 이건 있는 사람들만 더 유리하게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점점 가진 자들을 위한 방어막이 느껴져요. 나같이 없는 사람들은 죽어라 쫒아가도 안될 것 같은...그런데 이게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거잖아요. 쫒아가긴 가는데 힘은 부치고 안갈수도 없고....어차피 지게 되어있는 싸움인데 말이에요."
그렇지..그렇단 말이지. 나도 느끼고 있는 그 불안감이 점차 커진다. 모든 부모들이 느끼는 그 불합리한 전쟁이 이젠 손도 못댈 정도로 크고 지속적이다. 차출되어 한줄한줄 총을 들고 나가는 병사들처럼 그렇게 끌려가는 기분이다.
그렇게 막막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한 천재가 나타났다.
나는 감히 그렇게 표현한다. "천재"라고.
이 책을 지은 최한석씨는 교육쪽에서는 일한 적이 없는 정신과 의사이지만 오히려누구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우리 사회의 교육적 정치적 역사적 문제를 뚫어본다. 다른 책들도 여럿 봤었지만 이 작가처럼 이토록 우리 교육의 문제를 정확하고 냉철하게 풀어내는 책은 없었다.
EBS다큐멘터리의 한국어머니의 그 특성도 그는 속시원하게 분석한다. 무릎을 치는 그의 현명하고 시원한 설명에 내 속이 다 시원해졌다. 전반적으로 얽혀있는 문제들을 관통하는 그의 박식함과 날카로운 판단력은 읽다보면 이런 천재가 어디에 숨어있었나..싶은 놀라움까지 안겨준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문제만 제기하고 마는게 아니라 해결책까지 과감하게 설득력있게 제시한 그의 주장이 먹혀들었으면 좋겠다.
중환자를 놔두고 한숨쉬는 의료진과 보호자들뒤로 나타난 천재의사 닥터K를 보는 느낌이다.
이 닥터K의 처방전을 꼭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