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 18가지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내부를 본다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리처드 플라트 지음, 최의신 옮김, 스티븐 비스티 그림 / 진선아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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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이란 말이 있다.

명성이나 명예가 헛되이 퍼진것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와있지만

음...이 책을 발견한 순간 내 머릿속에 이 네글자가 탁 떠오른 이유는 뭘까.

시간이 돌고 돌아도 결국 다시 만날수밖에 없는 명작이구나.라는 의미와 통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대학교 초반이었을 것이다. 시내 큰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던 때가.

90년대 중반?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내부를 샅샅이 펼쳐 보여주는 그림들이

얼마나 신기하고  화려했던지 책장을 펼치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정교함과 세세함의 충격이라니...

카드도 없고 주머니도 얇았기에 아쉬움을 참고 돌아서야 했지만 이런 책이 있구나 라는 감탄은 꽤 오래동안 남았다.

그런데 명불허전...이 책이 돌아와 15여년만에 다시금 내 눈앞에 펼쳐졌으니..

명작은 결국 유행과 상관없이 다시 나타나는구나..라는 반가움과 고마움이 동시에 든다.

영국출신의 작가는 역사적이고 건축학적인 단면그림을 전공한 화가답게 복잡하고 거대한 구조물들을 신의 눈으로 투시한것처럼 신기하고 정확하게 묘사했다.

요즘의 CG랑 다르게 하나하나 손으로 계산하며 정성껏 그린 그림이라 정교하면서도  사람의 향기가 난다고 할까. 작가가 자와 캠퍼스를 가지고 집중하며 그렸을 노고와 더불어 익살과 정겨움이 느껴진다는게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다. 

 

특히 성을 묘사한 그림이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다. 중세의 사는 모습이 다양하게 드러난다.

개미굴같이 복잡한 구조. 그 속에 이쁜 공주와 기사는 어디있는지 찾아보며 또 저런 공간도 있었구나..이런 기능을 하는구나..하고 새로이 알게 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오페라 하우스도 즐겁다. 독창자의 분장실이 따로 어디에 있는지 악보실과 의상 보관실의 위치와 모습, 리허설 실등의 모습과 위치를 보니 새롭다. 다음에 오페라 하우스에 가게 되면..(우리 나라로 치면 예술의 전당 쯤 되겠지만 ) 그 구조가 느껴져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겠다.

 

아직 아기인 아들녀석이 자라면 이 책을 보여줘야겠다. 너무 재미있어 할것 같다. 

이정도 크기에 내용하며  인쇄 및 종이의 질까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생각이 드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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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의 해학 - 사찰의 구석구석
권중서 글.사진 / 불광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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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많이 들어온 이야기.."한국인은 한이 많다. 한의 민족, 아리랑에 스며있는 한의 정서.."

정말 그런줄 알았다. 한국인은 뭔가 태생적으로 슬프고 힘든 한의 민족이라는게  문화전밪적으로 깔려있었다. 그런데 요새 알았다. 한의 정서, 한의 민족이란 개념은 일본이 심어놓은거라고!

우리민족에게 패배주의, 그리고 절망적 순응적 정서가 일반화되게끔 교묘히 만들어놓은 장치라는것이다. 흥이 넘치는 순하면서도 재기있는 민족이 바로 우리  한민족 아닐런지...그걸 깨달았을때 이책을 읽게 됐다. 물론 불교와 미술에 관심있어 읽게 된 책이지만 그 깨달음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준다고 할까. 장중하고 엄격해야할 절 곳곳에 숨겨져 있는 해학적 장치들...

다른 종교에서는 선하나도 흔들림없어야 할 존엄한 신들의 그림과 조각이 때로는 전면적으로 때로는 은밀하게 재미있고 친근한 모습들로 그려진다. 불교니까 가능하고 우리 조상들이니 이렇게 할수있었겠구나...우리 민족은 한의 민족이 아닌 흥의 민족, 해학의 민족이구나 라는 깨달음이 기분좋게 밀려온다.

 

책은 평균보다 조금 센 가격인데 전혀 아깝지 않을만큼 내용이 실하고 칼라사진 또한 풍부하다.

작가가 불교신문에 한해동안 연재한 기사들을 엮은거라 그만큼 어느 한 토막 부실함없이 배부르다.

그림에 나타나있는 소도구들과 행위, 인물들이 상징하는 것을 상세하게 잘 설명해놔서 이책을 읽고나서 다시금 그림을 보게되면 느끼는 바가 다르겠다. 한국불교에만 자리잡고 있는 나반존자도 새롭고 재미있다. 부처님의 가피보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깨달음에 이른 나반존자를 닮기위해 공부잘하고 시험잘보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나한전 전각이라니..우리나라 사람들의 학구열을 그대로 담은 신이 아닐런지 . 또한 이 책은 불교미술에 대한 정보만이 아니라 불교의 좋은 가르침도 편안하게 연결,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거려질때도 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남양주 흥국사 만월보전 수하항마상 부분의 파순의 딸에 대한 이야기이다.마왕 파순의 딸들을 못생긴 중년으로 묘사해놓은것과 거울을 들고 있는 이유를 작가가 조금 잘못 알고 있는건 아닐런지...그에 반해 강화 전등사 대웅전 귀공포의 원숭이는 많이 잘못 알려져 있는 이야기를 바로 알려줘 새로왔다.

사찰별로 목차를 만들어놨으면 어느 사찰을 갈때 참고로 읽기에 좀더 편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다. 이책을 통해 알게 된 양산 통도사의 관음전 관음도가 너무나 이뻐 꼭 가봐야겠다.

다소 불교신자로서 감상이 살짝 넘칠때도 있지만 불교 미술에 대해 세세하니 내용 꽉찬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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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이 2010-03-2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양주 흥극사의 수하항마상에는 마왕 파순의 딸이 미녀가 아니라 중년부인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그러니 더욱 해학적이지 않을 까요?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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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기차다..바깥으로 나간게 아니라 들어갔다라.

내용을 제대로 함축해주는 제목이다. 변방,테두리,들러리로 표현되던 바깥사람들..

중심에서 나가거나 쫒겨나야만 보이던 바깥모습을 작가 최윤필은 작심하고 들여다본다.

인터뷰라지만 발상이 또 기발하다. 말과 책, 막걸리,우표, 그리고 비무장 지대까지..

메인에서 벗어나 사이드지만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이들의 삶을 작가는 무덤덤하니 들여다본다.

동정, 또는 감상이 묻을까 중심을 잡기 위해 무심하려고 애쓰는 작가의 시점은

그러나 오히려 그런면에서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책에는 총 26명..아니 26가지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중심에서 각광받던 사람들이 아니라서 대개가 생소하다. 하지만 한가지..모두가 당당하다는것. 조금의 씁쓸함과 힘겨움은 있겠지만 시대의 가치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주관에 따라 묵묵히 멈추지 않는 발걸음들이라 과연 그런 그들이 조명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바깥으로 불려야하는가 그 의미를 다시금 되씹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택배기사 임학순 씨의 인터뷰가 맘에 많이 와닿는다.

힘들고 대가없는 연극배우의 생. 때로는 뒷통수마저 때리는 그 세계에 신물이 나기도 하지만 가족을 위해 택배생활을 하면서도 다시금 돌아가는 날을 꿈꾸는 그의 이말이 가슴에 무겁게 얹힌다.

"무대에 있을때,관객을 마주하고 설때, 나라는 인간이 그나마 빛을 발한다는 걸 전 알거든요."

자신이 가장 빛나는 곳이 어디인지 안다는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요 저주일까.

그곳이 안이든 밖이든 묵묵히 페달을 밟는 사람들..세상의 획에 따라 안으로 밖으로 나뉘어지는 그 모습들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

 

그런면에서 막걸리에 대한 바깥이란 포커스 역시 옳다 싶다. 

마음대로 달라지는 세상의 획에 따라 옛날에는 서민들이나 먹는 싸구려 술에서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라이스와인으로 대우가 확  달라졌지만 막걸리는 언제나 그저 막걸리였을 뿐...

 

여기 실린 이들의 삶은 주체성과 진정성에서 바깥이나 안이라는 구별을 의미없게 만든다.

아니. 어쩌면 이런 삶들이기에  과일의 껍질이 속보다 더 영양가있는 것처럼 

안보다 단단할 수 있는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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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완벽한 하루
채민 글.그림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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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나이가 먹을수록 볼수 있는 만화가 점점 적어지더라.

마니아가 아니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결혼하고 아이낳고 점차 아줌마로 변해가는 나에 비해 만화들은 다소 비현실적..특히 순정만화는 아직도 신데렐라이야기 투성이니 재미로만 보기에도 감정이입이 힘들정도..점차 멀어지는 만화와의 사이가 아쉬웠다.

 

성인남성을 위한 만화도 제법 많은데 여성들을 위한 만화는 적은 현실.

왜 그럴까.주로 연애에 관심있는 여성들을 위한 만화는 기꺼이 지갑을 열만큼 현실을 환상적으로 그려줘야하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현실이 환상과는 다르다는것을 깨달아서 그럴지도모르겠다.

아니면 대다수의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거쳐 주부가 되어가는데 그런 변화를 생생하게 그릴 여성작가가 부족해서일수도 .... 직장생활을 그린 만화들을 보면 직장생활은 다 비슷비슷하게 묘사되고 팀장이건 부장이곤 윗분들은 어찌 그리 멋있는지.. 직장생활 10여년을 했지만 멋진 상사는 눈을 비비고 찾아봐도 없던데 만화에선 회장님의 아들들까지 여주인공 주위에 가득하다.  결국 현실을 실감나게 그리면서도 상상을 충족시켜줄 작가층의 부족과 그런 작가들을 키워줄 시스템이 부족해서 성인여성을 대상으로 한 만화가 거의 부재한게 아닐까 싶다.

이런 상황속에 직수긋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작가 채민씨의 단편집 그녀의 완벽한 하루가 나왔다.

72년생인 그녀의 나이만큼 경륜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림체도 생각의 깊이도 남다른 작가다.

지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낼수 있을만한 내공을 가졌다. 실제로 많은 고뇌를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것이 느껴지기에 그녀의 작품은 한번 보고 마는 것이 아닌 ..낮지만 깊게 쉬는 숨소리가 난다고 할까.

시를 모티브로 여인들의 생활을 그려낸 것이 새로우면서 재미있다. 만화지만 소설보다 더 현실적이고 드라마보다 더 가슴으로 와닿는다.특히 " 나는 천국으로 간다." "  두번째 아이"," 삼십세"는 수작이다.

암울하고 답답한 삶들...그러나 너무나 일반적인 삶들...읽고나면 한숨이 나오고 기운이 빠지는 그런 이야기들이 사실은 생생히 살아숨쉬는 많은 이들의 "현실"이다.

 

비루한 삶에 대한 이야기..하지만 그런 삶을 계속 얘기하는 것이  결국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 물고가 되리라 기대해보며 앞으로 작가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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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사회의 진실 - 진보의 시선으로 바라본 2010 한국사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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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의  "진보의 시선으로 바라본 2010 한국사회" 란 부제가 눈에 띈다. 진보의 시선이란 말에서 너무 비판적으로만 한국 사회를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스런 생각으로 책을 읽어 나갔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균형잡힌 논조로 분석된 내용들이었다.

한편으로는 너무 점잖은 문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운 마음이 든 부분도 있었다.

 

나는 하나의 현상을 생각할때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단 한장의 사진이나 그림이 저절로 떠올려지는 경우도 있고 의식적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그려보곤 한다. 어지러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함축적인 방법이거니와 가장 단순한 이미지가 어려운 내용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한국 사회를 생각해본다. 어떤 이미지가 떠오른다. 학창시절 여기저기 싸움이 붙은 방과 후 교실 모습.

 

10~20년 전에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동서의 분열인 시절이 있었다. 정치 지도자가 영남과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에서 비롯되어 야구팀에 이르기까지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동서의 분열이란 가슴아픈 시절이었다. 아직도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지금의 MB정부에서 동서의 분열은 문제의 일부분으로 치부되는 갈등의 사회이다.

동서의 분열, 수도권과 지방의 분열, 부자와 서민의 분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분열, 세입자와 세권자의 갈등, 개신교와 타 종교의 갈등, 고대와 타학교의 분열, 세종시와 기타 시의 분열,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갈등

2010 한국 사회는 갈등과 분열의 사회이다.

 

이 책은 이런 2010년 갈등과 분열의 한국사회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분석에 대한 보고서이다. 경제부문 즉 거시경제부터 가정 경제까지, 교육문제, 복지문제, 정치문제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보고서인듯 싶다.

단, 성장률 속에 감춰진이란 제목은 이상한데, 변변한 성장률도 없는데 말이다.

이런 보고서가 진실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오면 해결될 듯 싶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오면 모든 갈등은 합의점을 찾기 마련이므로..

하지만 그런 사회를 기대하기엔 너무 먼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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