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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지배 -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ㅣ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평점 :
#정보의지배 는 무엇보다 챗GPT 시대에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사물의소멸과도 이어지는 내용이라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매일 SNS에 글을 올리고 타인이 올린 글을 보며 좋아요를 누른다. #인스타그램에는절망이없다 는 정지우 작가의 말처럼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으면 즐겁고 행복하며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30분 시간제한을 걸어 놓으면서도 계속 15분씩 연장한다.
사람들은 SNS에 자발적으로 자신을 전시한다. 자신이 갔던 장소, 먹었던 음식, 입었던 옷 등 모든 것을 전시한다. 내 일반계정에서 나 또한 그러하다. 그곳에서는 핫한 음식을 먹어봐야 할 것 같고, 지금 핫한 그 아이템을 꼭 사야할 것만 같고, 지금 핫한 그 곳에 꼭 가봐야 할 것 같다. 나도 한때는 인스타로 쇼핑을 엄청 했었다. 가는 곳, 입는 옷, 먹는 것 등 모든 것이 인스타그래머블한가를 기준으로 결정되었다.
"좋아요는 아멘이다. 공유는 성찬식이다. 소비는 구원이다.
...우리는 자신을 죽도록 실현하면서 죽도록 소비한다. 소비와 정체성이 하나로 합쳐진다. 정체성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된다."
#북스타그램 운영 계정에는 자기계발 명언들로 가득하다. 이 책도 꼭 읽어야 할 것 같고, 이 명언들은 꼭 새겨넣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다. 너무 많은 '정보의 쓰나미'에 어질해지기 전까지는.
"우리는 소통과 정보에 도취하여 혼미한 상태다.
정보의 쓰나미가 파괴적인 힘을 발휘한다. 어느새 그 쓰나미는 정치분야마저 덮쳐 민주주의 과정에 막대한 혼란과 장애를 유발한다. 민주주의가 인포크라시로 변질하고 있다."
수많은 정보의 쓰나미, "인포데믹"으로 가짜뉴스와 진실의 구별이 흐릿해지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알아보는 것은 생각만해도 피곤하다.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주의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우리는 '옳다/그르다' 보다는 '좋다/싫다'로 결론 짓는다. 그것은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서 편리하고 깔끔하다. 정치는 이에 편승하여 사람들의 심리를 조작한다.
우리는 더이상 타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나의 목소리와 유사한 목소리만 걸러 듣는다. 나의 의견과 유사한 의견은 좋음으로 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은 나쁨으로 규정한다.
"오늘날 모든 각자는 자아를 숭배한다."
"민주주의는 경청자 공동체다. 공동체 없는 소통으로서의 디지털 소통은 경청의 정치를 파괴한다. 그러면 우리는 단지 우리 자신의 말만 듣게 된다. 그것은 소통행위의 종말일 터이다."
"우리는 죽도록 소통" 하면서도 "동굴안에 갇혀 스스로의 말"을 들을 뿐, 타인을 경청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알고리즘에 종속되어 있으며 우리가 온라인 세상에서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는 데이터들은 그것을 강화한다. 자발적으로 무급 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너무나 편리하고 행복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감시가 편리의 탈을 쓰고 일상에 스며든다."
"자유와 감시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지배는 완성된다.
...자유롭다는 느낌이 권력의 작동을 보증한다."
이런 세상 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남들이 중요하다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수많은 것들이 내게도 중요할까? 나 스스로도 SNS 중독 비슷하이(?) 그러한데 이런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닐까.
그렇기 떄문에 나는 더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더 많이 알기 위해 내 생각이 옳다고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정보 더미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진짜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무엇이 필요 없는지 알기 위해.
한낱 데이터 찌꺼기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
"...저 바다는 지금은 끝없는 데이터의 바다다. 그 바닷속에서 인간은 용해되어 가련한 데이터 찌꺼기로 가라앉는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