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5 - 대원수 탄생 초한지 5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2권]부터 [4권]까지에 대한 리뷰와 마찬가지로, 아래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은 초한지 [1권]에 썼던 리뷰(http://blog.aladin.co.kr/overmask/7878718)를 그대로 옮겨 왔고, 이후 [4권]에 대한 리뷰를 새로 써 붙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5권]

 

의제가 죽고, 한신은 대원수에 오른다. 이로써 초한쟁패의 무대와 배우가 갖추어진다. 요츠야마는 후자에 더 중점을 두어, [5권]에 "대원수 탄생"이라 제목을 붙였다.

 

의제의 죽음은 확실히 석연치 않은 면이 있고, 뒤에 집권한 유방이 이를 공식적으로 항우가 배후에 있는 암살로 규정하였기에 그것이 일단 정설로 남아있는 듯하다. 초한지가 유방과 항우에게 집중되어 있기에 의제에는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는데, 항우 집안에 의해 옹립되었으면서 송의나 유방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관중에 먼저 들어가는 자를 관중의 왕으로 삼겠다는 약속) 항우 집안을 견제하려고 했던 노력 등을 재조명한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

 

한신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 어떤 집안 출신인지, 어떻게 공부를 하였는지, 범증은 대체 그를 왜 주목하게 되었던 것인지, 집극랑이라는 벼슬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였던지 등. 알려진 바가 적고 삶에 부침이 많아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이 있고, 그래서인지 그에 얽힌 일화들도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찾아간 촉에서 처음에 유방의 외면을 받았다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마침내 대장군에 올랐다는 일화는, 기록의 사실 여부를 떠나 나름 울림이 있다.

초에서도 2인자는 그를 추천했고, 한에서도 2인자가 그를 추천했다. 그런데 결국 한신을 거둔 것은 한이었다.

초의 2인자는 그를 거둘 것이 아니라면 죽이라 했고, 한의 2인자는 그를 거두지 않는다면 같이 죽겠다는 각오로 덤볐다.

초는 그가 없이도 천하를 제패할 수 있었기 때문이고 한은 그가 없으면 망할 운명이었을 수도 있고, 초의 2인자보다 한의 2인자가 품이 더 넓었던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를 마침내 품어내고, 또 이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게 풀어주기까지 한 한이 결국 시대를 얻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한지 4 - 홍문의 연회 초한지 4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권] 및 [3권]에 대한 리뷰와 마찬가지로, 아래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은 초한지 [1권]에 썼던 리뷰(http://blog.aladin.co.kr/overmask/7878718)를 그대로 옮겨 왔고, 이후 [4권]에 대한 리뷰를 새로 써 붙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4권]

 

유방이 먼저 함양에 입성했으나, 서슬퍼런 항우에게 이를 내어주고 외딴 곳, 촉으로 떠난다.

 

이 과정에서 유방과 항우의 만남이 유명한 "홍문지회"이다. 요코야마가 붙인 [4권]의 제목 역시 "홍문의 연회"이다. 함양 입성 후 홍문지회에 이르기까지 유방의 태도는 모호하다. 그는 초왕의 약속대로 함양을 지배하려 하였고, 민심을 얻으려 군사를 단속하고 약법 3장을 발표한다. 그리고 성문을 걸어잠궈 항우와 무력충돌에 이른다. 그러나 힘의 열세를 깨닫고 재빨리 사과하여 물러선다. (이때 세력을 보존하기에 재기가 가능했을 수 있다.)

그런데 초왕의 약속만 믿고 항우와 충돌하였다는 것은 어딘가 미심쩍다. 그렇다면 항우가 함곡관에 이르렀을 때 유방의 계획은 무엇이었을까? 진의 세력과 합세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았던 것일까? 결사항전을 각오했던 것일까? 항우가 그렇게 빨리 당도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일까? 알 길이 없다.

 

초한지 전체를 놓고 볼 때 홍문지회는 대단히 흥미롭다. 자웅을 겨루게 되는 두 주인공이 처음으로 적대하는 자리에서 몸과 몸으로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하들끼리의 대리전, 혹은 수하를 보내어 상대를 참살하는 통상적인 부딪힘이 아니라 양쪽의 우두머리가 사람과 사람으로 맞부딪히고, 살해의 기회를 엿보는, 흔치 않은 사건이다. 

 

물론 양자의 만남은 항우의 일방적 우위에서 전개되지만, 유방 역시 약자로서 자신의 목숨을 건지려 싸운 셈이다. 숙이고, 숙이고, 또 숙인다. 훗날 삼국지에서 유비는 조조 앞에서 번개 소리에 호들갑스럽게 두려워하여 자신의 목숨을 부지했다. 마찬가지. 한신은 뜻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든 자신의 몸을 보존하려 했고, 동네 무지렁이의 가랑이 사이를 김으로써 목표를 달성했다. 역시 마찬가지.

약자를 죽여야 하는 자리에서 그를 죽이지 못한 강자, 살아남아야 하는 자리에서 살아남은 약자, 이 승부에서 승자는 누구인가.

 

한편 [4권]에서 항우는 항복한 진의 병사 20만 명을 몰살한다. 이 장면은 어딘가 어색하다. [3권]에서 항우가 장한을 항복시키고 귀환하는 것으로 그렸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항우가 이때 귀환했다면 다시 함곡관에 이르기까지 20만 포로를 끌고 같이 귀환했다가 다시 전쟁터로 몰고갔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신이 귀환했다가 다시 함곡관에 이르기까지 그 전쟁터에서 포로들을 먹여살렸다는 말인가. 어느 쪽이든 받아들이기 어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한지 3 - 관중 쟁탈전 초한지 3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2권]에 대한 리뷰와 마찬가지로, 아래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은 초한지 [1권]에 썼던 리뷰(http://blog.aladin.co.kr/overmask/7878718)를 그대로 옮겨 왔고, 이후 [3권]에 대한 리뷰를 새로 써 붙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3권]

 

항우는 공방을 벌이며 장한을 함곡관으로 몰아부치고, 그 사이 진은 내분에 휩싸여, 결국 장한이 항우에게 항복한다. 요코야마는 여기에서, 항우가 팽성으로 회군하였다고 그린다.

요코야마가 참고로 한 초한지가 그렇게 그리고 있는 것인지, 요코야마 본인의 해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때문에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항우가 진의 수도로 들어가는 최후의 관문을 얻은 후에 굳이 다시 회군하였다가 [4권]에서 보는 것처럼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 함곡관으로 들어가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냐는 점, 또 하나는 이 경우 [4권]에서 나오는, 항복한 진의 병사들을 몰살하는 에피소드와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이다(이 부분은 [4권]에 대한 리뷰에서 다시 다룬다).

 

한편 [3권]에서는 갑자기 유방이 항우와 필적하는 장군으로 등장한다. 어리바리하게 동네에서 군대를 일으킨 유방이 갑자기 [2권]에서는 초군에 귀순하고, [2권]과 [3권]에서 항우가 목숨을 걸고 전투를 치르는 사이 등장하지 않다가, 갑자기 초왕이 항우와 유방을 불러 관중 진격을 명한다. 역시 다소 부자연스럽다.

 

아무튼 [3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에피소드는, 진나라 승상 이사의 죽음과 환관 조고의 지록위마 사건, 유방이 역이기와 장량을 얻는 장면 등이다. 조고는 호해를 죽이나 자영이 조고를 죽여 진 왕실을 다시 세운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초군이 요새를 모두 돌파한 이후였다. 시대의 세객 역이기는 적진으로 가서 화친을 도모하지만 유방은 공격을 택하여 점령한다. 역이기의 최후를 암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한지 2 - 진군의 대반격 초한지 2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아래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은 초한지 [1권]에 썼던 리뷰(http://blog.aladin.co.kr/overmask/7878718)를 그대로 옮겨 왔고, 이후 [2권]에 대한 리뷰를 새로 써 붙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2권]

 

[2권]에 붙은 제목은 '진군의 대반격'이지만, 실제 주인공은 항우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이 항우 세력의 성장을 중심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시황제가 죽었다 하더라도 천하를 통일한 진의 시스템이 무너졌을 리 없고 강력한 군대가 모두 죽었을 리도 없다. 그러나 진승과 오광은 금방 죽었고, 항우는 살았다. 그 이유를 일단, 항우는 스스로 왕이 되지 않고 초 왕실의 후손을 내세웠기 때문, 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초뿐만 아니라 다른 살아남은 여섯 나라도 마찬가지인 것을 보면, 그것이 알듯 모를 듯한 민심이라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한편에서는 강력한 진나라의 힘을 보여주어야 하고 한편으로는 항우의 신출귀몰한 무용을 보여주어야 하기에 진과 초의 공방전은 다소 들쑥날쑥하고 어수선하다. 와 하고 한편으로 몰렸다가 다시 와 하고 다른 편으로 몰린다. 그에 중국 역사소설 특유의 과정법이 더해져 수십 만 대군이 일어섰다 사그러든다. 그 많은 숫자가 과연 모두 전투에 참여하고 모두가 모두가 몰살되었을지는 의문이다.

 

아무튼 [2권]에서 항우는 솥을 들고, 오추마와 우희를 얻고, 범증을 만나고, 초왕을 세운다. 숙부 항량을 허무하게 잃지만, 항우의 기세는 거칠 바 없어, 대장군 송의를 죽이고, 배수진을 쳐 진의 정예를 공격한다. 대장군 송의의 죽음에 대해 요코야마는 송의가 제와 내통하였다는 설을 택하나, 진실은 알 길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한지 1 - 진의 시황제 초한지 1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1권]

 

[1권]은 시황제의 중국 통일과 죽음, 그리고 유방과 항우의 일어섬을 다룬다. 그 가운데 분서갱유와 조고의 찬탈, 부소와 몽염의 죽음, 진승/오광의 난과 같은 역사적 사실과, 유방/번쾌의 결혼, 장량의 시황제 암살 미수 사건과 같은 설화적 사건들이 병렬적으로 이어진다.

 

요코야마는 유방이 구렁이를 베는 일화를, 그의 용맹함/무모함을 드러내고 무리가 그를 두려워하고 따르게 되는 다소 우발적인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 다른 설화에서는 유방이 구렁이를 베자 어느 노파가 울며 적제의 아들이 백제의 아들을 죽였다고 하였다는데, 요코야마의 초한지에서는 허황되다고 생각해서인지 누락되어 있다. 사실 이 (누락된) 에피소드는 중요한데, 진나라의 상징이 흰 색이고, 유방은 붉은 색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즉 이 구렁이를 벤 일화는 후일, 혹은 유방 당대에 유방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어지거나 윤색된 것일 가능성이 높고, 노파가 울었다는 에피소드 역시 정교하게 장치된 것일 터이다.

 

[1권]에서 사실상 초한지를 이끌어 갈 주요인물들이 대부분 등장한다. 장량은 항씨 가문과 친교가 있고, 유방과 번쾌는 동서 지간이며, 소하는 유방이 살던 동네 사람이다. 후일 등장할 한신 역시 초에서 하급 관리로 있다가 한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초한지의 무대, 한나라의 건국이라는 것이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좁은 지역적 배경(고만고만한 동네) 하에서 벌어진 일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와 중세의 "중국사"는 사실 제한된 지역 안에서 발생한 사건인 경우가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