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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4 - 홍문의 연회 ㅣ 초한지 4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평점 :
[2권] 및 [3권]에 대한 리뷰와 마찬가지로, 아래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은 초한지 [1권]에 썼던 리뷰(http://blog.aladin.co.kr/overmask/7878718)를 그대로 옮겨 왔고, 이후 [4권]에 대한 리뷰를 새로 써 붙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4권]
유방이 먼저 함양에 입성했으나, 서슬퍼런 항우에게 이를 내어주고 외딴 곳, 촉으로 떠난다.
이 과정에서 유방과 항우의 만남이 유명한 "홍문지회"이다. 요코야마가 붙인 [4권]의 제목 역시 "홍문의 연회"이다. 함양 입성 후 홍문지회에 이르기까지 유방의 태도는 모호하다. 그는 초왕의 약속대로 함양을 지배하려 하였고, 민심을 얻으려 군사를 단속하고 약법 3장을 발표한다. 그리고 성문을 걸어잠궈 항우와 무력충돌에 이른다. 그러나 힘의 열세를 깨닫고 재빨리 사과하여 물러선다. (이때 세력을 보존하기에 재기가 가능했을 수 있다.)
그런데 초왕의 약속만 믿고 항우와 충돌하였다는 것은 어딘가 미심쩍다. 그렇다면 항우가 함곡관에 이르렀을 때 유방의 계획은 무엇이었을까? 진의 세력과 합세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았던 것일까? 결사항전을 각오했던 것일까? 항우가 그렇게 빨리 당도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일까? 알 길이 없다.
초한지 전체를 놓고 볼 때 홍문지회는 대단히 흥미롭다. 자웅을 겨루게 되는 두 주인공이 처음으로 적대하는 자리에서 몸과 몸으로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하들끼리의 대리전, 혹은 수하를 보내어 상대를 참살하는 통상적인 부딪힘이 아니라 양쪽의 우두머리가 사람과 사람으로 맞부딪히고, 살해의 기회를 엿보는, 흔치 않은 사건이다.
물론 양자의 만남은 항우의 일방적 우위에서 전개되지만, 유방 역시 약자로서 자신의 목숨을 건지려 싸운 셈이다. 숙이고, 숙이고, 또 숙인다. 훗날 삼국지에서 유비는 조조 앞에서 번개 소리에 호들갑스럽게 두려워하여 자신의 목숨을 부지했다. 마찬가지. 한신은 뜻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든 자신의 몸을 보존하려 했고, 동네 무지렁이의 가랑이 사이를 김으로써 목표를 달성했다. 역시 마찬가지.
약자를 죽여야 하는 자리에서 그를 죽이지 못한 강자, 살아남아야 하는 자리에서 살아남은 약자, 이 승부에서 승자는 누구인가.
한편 [4권]에서 항우는 항복한 진의 병사 20만 명을 몰살한다. 이 장면은 어딘가 어색하다. [3권]에서 항우가 장한을 항복시키고 귀환하는 것으로 그렸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항우가 이때 귀환했다면 다시 함곡관에 이르기까지 20만 포로를 끌고 같이 귀환했다가 다시 전쟁터로 몰고갔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신이 귀환했다가 다시 함곡관에 이르기까지 그 전쟁터에서 포로들을 먹여살렸다는 말인가. 어느 쪽이든 받아들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