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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성서
시배스천 배리 지음, 강성희 옮김 / 사피엔스21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아일랜드'라고 하면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일랜드나 이나영, 현빈 주연의 드라마, 아일랜드만 떠오르고, 실제로 아일랜드란 나라에 대해서는 어떤지 잘 몰랐었다. 그래서 아일랜드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일랜드란 나라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알 수 있었다. 아일랜드를 지배하던 영국에 대항해 독립전쟁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후에도 내전이란 비극때문에 고통받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학창시절 세계사를 배우지 않았기도 했지만 원래 다른 나라의 역사에 무지했었기에 하나같이 모두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레 머릿속에 들어왔다. <비밀성서>는 아일랜드 역사의 비극때문에 고통받은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오래된 로스커먼 정신병원은 새로 지은 건물로 환자들을 이송하려 한다. 하지만 새 건물의 수용가능 인원은 지금의 병원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로스커먼의 주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그린 박사는 많은 환자중에서 사회로 돌아가야 할 자와 새로운 병원으로 이송될 환자를 나누어야 할 상황에 처한다. 많은 환자들 중에서 그에게 가장 고민스런 환자는, 병원에서, 아니 아일랜드에서 최고령일지도 모를 100세의 노파 '로잔느'이다. 그린 박사는 그녀의 정신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그녀의 과거, 병원에 들어오게 된 상황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그린 박사는, 로잔느가 로스커먼 정신병원에 오기 전 수용되어 있었던 슬라이고 정신병원에서 진술서를 발견한다. 그 진술서는 한 때 로잔느의 삶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었던 곤트 신부라는 사람이 쓴 것이었다. 그리고 로잔느 역시 자신의 인생을 정리ㅎ고 참회하는 뜻에서 그린 박사 몰래 회고록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곤트 신부의 진술서와 로잔느의 회고록은 등장인물만 같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과연 거룩한 성직자와 늙은 정신병 환자중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가톨릭교와 장로교 사이에서, 내전 속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로잔느의 인생은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화목했던 가정이 무너지고 남편과 아들을 빼았겨야만 했던 로잔느는 그 상황 속에서 어떤 심정으로 살아왔을까? 종교의 권력 때문에 자신의 장점이 죄가 되어야만 했고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희생해야만 했던 그녀... 책의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녀의 삶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한편 역사라는 것의 객관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도 했다. 역사는 그것을 쓰는 사람의 주관이 자연스레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혹은 치유나 위로를 위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역사가 아니었을까...
이 책의 반전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라 책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보았다.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었지만 이해하기에 가벼운 책은 절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아니었나 하는 문장을 되뇌여 본다.
역사란 일어난 일을 순서에 따라 거짓 없이 정리해 놓은 것이 아니라, 추측과 짐작을 멋들어지게 배열해두었다가 힘없이 시들어가는 진실의 습격에 맞서 치켜드는 깃발과 같은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강력한 창조력을 발휘해 인간의 삶을 꾸며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삶은 세상을 지배하는 인간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이다. (p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