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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소설집
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한창 <카모메 식당>이란 영화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감상했었다. 소문과는 다르게 일본영화 특유의 한가로움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몇 번이고 보다보니 그만의 매력이 있다고 해야 하나? 지겨움이 점차 평화로움으로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원작인 무레 요코의 <카모메 식당>에서는 그런 평화로움과 함께 행복감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읽는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해지는 소설. <히다리 포목점> 역시 그러한 소설이었다.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분명 지금일 것이다.(-p72)
첫 번째 <모리오> : '모리오'는 심약하지민 그럼에도 자신이 처한 불합리함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청년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리는 재봉틀 소리는 그에게 언제나 따듯한 위로이고 안식처였다. 자신에게 유일하게 상냥했던 어머니를 여의고 유품을 정리하면서, 모리오는 추억의 재봉틀을 발견한다. 오래 전 자신을 마음 속 깊이 매료시켰던 꽃무늬 스커트를 이번엔 그 스스로 만들기 시작한다. 사람을 괜히 화나게 만드는 얼굴로 무시당하기 일쑤인 모리오와 비가 오는 날이면 머리가 너무나 아픈 소녀에게,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재봉틀 소리는 편안한 안식처 그 자체이다. 이처럼 우리 삶에 평안을 제공해주는 것은 아주아주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찾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그런 것이야말로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것을 차분하고 부드러운 문장으로써 일깨워준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사랑하면, 예컨대 그 사람과 피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그 사람과 종족이 다르더라도 다양한 것이 옮겨져. 전염되는 거지."(-p149)
두 번째 <에우와 사장> : 10시간 동안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건망증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에우'는 매번 아르바이트에서도 잘리는 데 이미 익숙해져 있다. 그러던 중,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끼는 자신에게 고양이들 상대하는 희귀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가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발휘하는 이야기와 함께 고양이 '사장'의 암투병 과정이 주를 이룬다. 이 단편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를 자신보다 낮거나 못한 존재가 아니라 동등하게 여기는 것", "돌보는 게 아니라 상대하는 것"이 이 소설의 포인트라면 포인트일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고양이 사이의 깊은 유대감에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고 만다.
이 소설의 제목이 어쨰서 '히다리 포목점'일까. 그 이유는 그곳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모자라 보이는 두 청년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 사람들 모두가 행복해지는 소설. 나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기를, 그리고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이 책을 읽으며 줄곧 생각했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책과 함꼐하는 시간은 너무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