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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에 관한 예언 ㅣ 살림 펀픽션 3
요시카와 에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여자라면 누구나 미래의 배우자가 궁금하지 않을까? 이 책의 주인공, 히라사와 리카는 우연히, 인도에 갔다가 자신의 결혼 상대에 대한 예언을 듣게 된다. 하지만 그 예언은 아무리 봐도 의문 투성이다. 3년 뒤, 29살에 숫자 38과 관련된 남자와 결혼한다는데, 과연 38은 무엇을 의미하는 숫자이며, 곰처럼 생긴 길쭉한 동물, 그리고 도리이를 닮은 듯한 문양은 무엇일까?
3년 뒤에는 38살이 되는 일류 국제기업의 회장, 하야세 류지, 매력적이고 성실하지만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38번째 사원 사사키, 38송이의 장미를 선물하는 옛 남자친구 아쓰시, 한국에서 건너온 38선의 용사 승제. 이 네명 중에 리카의 결혼 상대가 있을까? 하지만 자신의 연인을 찾아 헤메는 리카에게는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리카가 운영하는 하트풀 방문간호소의 모회사인 솔루션아이에 드리운 미국 거대 투사회사의 마수, 그리고 리카를 노리는 집요하고 질 나쁜 괴롭힘들... 그녀는 이 난관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나의 결혼에 관한 예언>의 첫인상은 로맨스적 요소가 무척 강한 소설이었다. 활달하면서도 덜렁거리는 리카의 활약도 무척이나 재미있었고, 그녀의 진정한 결혼 상대가 누구일지 예측해보는 것도 즐거울 뿐더러, 지루할 새 없이 속속들이 터지는 사건들은 책장을 빨리 넘기도록 재촉한다. 하지만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을 수상한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은 사회파 추리소설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리카가 일하는 방문간호소를 배경으로 작가는 고령화와 함께 발달된 일본의 요양산업의 실(實)과 폐해를 지적한다.
일본처럼 방문간호 산업이 발달한 나라도 드물지만, 요양산업은 많은 이익을 낼 수 없기에 사회의 눈으로 보자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요양산업이 더 이상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사까지 실시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삶의 마무리를 장식한다는 것은 꽤 중요한 일이 아닐까? 리카가 토로하는 방문간호업계의 사회적의의에는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고 싶었다.
그 밖에 존엄사에 대해서도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벨기에나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들은 현재 인간의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그 밖의 나라들은 존엄사를 살인으로 치부한다. 이것이 옳고 그르다에 관해서는 지금도 말이 많지만, 삶이 죽음보다 고통스러울 경우, 특별한 경우에는 뭐가 옳은 건지 정말 모르겠다. 사지도 없이 늙어서 심장이 멈출 때까지 가만히 누워있어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하고 괴로울까? 그 고통은 정말 당사자밖에 알 수 없지 않을까...? 현재의 법과 존엄사, 그 밖의 논쟁거리에 대한 것도 때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단순히 기분전환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을 책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의외의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평소에 간호, 요양산업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언제까지도 이 사실들을 절대 알 수 없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결혼 상대를 찾아 헤매는 리카와 함께, 무거운 소재들이 등장했음에도 즐겁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무척 흥미진진한 소설이라 마지막 책장을 덮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계속?)이란 단어가 현실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