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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경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예전부터 <파우스트>는 참으로 동경하던 작품이었다. 작품 자체로도 무척이나 유명하지만, 타의 작품들에서도 자주 인용되었기 때문에 흥미가 돋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기회에 그 동경해 마지않던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괴테가 6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인생을 바쳐 쓴 이 작품이 나 또한 변화시켜주지 않을까, 기대되었다.
<파우스트>의 전체적 줄거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독일의 한 도시를 바탕으로 벌어지는 1부, 그리고 호화스런 왕궁을 주축으로 하는 2부... 두 부분 모두 초자연적인 마법을 통해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진다. 학자 파우스트는 학문의 경지에 회의를 느끼던 중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하게된다. 점잖게만 살아왔던 그의 인생은 악마와의 만남을 계기로 방탕하게 변한다. 그리고, 그후 파우스트는 악마의 도움으로 두번의 사랑에 빠지고, 호황스런 생활을 누기게 된다.
애초에 사건의 발단은 신과 악마의 내기에서 비롯된다. '착한 인간은 혹시나 어두운 충동에 휩쓸릴지라도 올바른 길을 잊지 않는다는' 신과 '어리석은 인간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르고 쾌락만을 탐한다'는 악마의 지론이 그것이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온갖 쾌락을 맛보여주겠다는 악마의 궤변에 결국은 그와 손을 잡는 파우스트이지만, 그의 앞으로의 결말는 어떻게 될까?
선과 악의 경계는 참으로 미묘하다. 한 사람의 여성을 맘에 둔다 해도, 그것이 성적인 탐욕을 아래에 두고 있으면 악이 되어버리고, 육체적 욕망이 아닌 맘속 깊이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라면 죄가 되지 않는다. 지식에 대한 것에서는 그 시대의 관념과 괴테의 생각은 차이를 보인다. '파우스트'란 독일 전설속에 실재하는 인물로 괴테의 '파우스트'와 마찬가지로 향상성을 갈구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전설속에서는 파우스트의 이런 욕구를 죄악으로 여긴다. 결국은 파멸하게 되는 이 인물에게 괴테는 동질감과 연민을 느꼈던 것일까? 괴테가 창조해낸 새로운 파우스트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또 다른 한가지는, 괴테가 살던 시절의 종교적 규율은 무척이나 엄격했다는 것이었다. 젊은 남녀가 약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까이 해선 안되며, 쾌락을 향한 욕구 또한 죄가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따진다면 현대의 사람들 중에 죄를 짓고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너무 오랜 먼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억지스럽고 납득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 하지만 간과해서만도 안된다는 게 그 느낀 점이었다. 오히려 너무 향략에만 의존하는 지금의 모습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에서는 '언제나 노력하며 애쓰는 자는 결국 구원을 받는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지식에 대한 욕구까지도 죄악으로 여겼던 그 시대에, <파우스트>라는 작품은 꽤나 선풍적인 개념의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오직 안락함을 추구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따끔한 충고가 되어주지 않을까 한다.
워낙 읽기 힘들다는 악명(?) 높은 작품이라서, 책을 펴기 전부터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부터 꼭 한번 접하고 싶은 작품이었지만 그 만큼 두려움도 가지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구성이 파우스트를 독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다. 본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작품의 배경, 해설과 장면 해설이 구성되어있다. 특히 장면 해설에서는, 이해하기 조금은 벅찬 분량의 내용을 각 장면으로 나누어 짧막하게 간추려 놓았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고 난 뒤에 본 작품을 읽으니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의 뒷부분에 있는 각주설명도 무척이나 친절했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파우스트>란 대작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별 4개를 준 것은 그 이유때문이기도 하다. 명성있는 대작에 내가 평가를 한다는 게 주제넘기도 하지만, 딱히 작품에 불만이 있었던 게 아니라, 단지 내 자신이 완벽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인 것이다. 다음에 다시 읽고 났을 때에는 꼭 별 5개를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