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의 기사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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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일어나보니 기억이 없다! 얼마나 황당한 일일까? 주인공인 '나'는 멍투성이인 몸으로 낯선 공원의 벤치 위에서 눈을 뜬다. 어딘가에 자신의 차가 세워져 있을 거라는 묘한 확신만 있을 뿐, 자신에 대한 건,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거리를 헤매던 그는, 위기에 처해 있던 료코라는 여성을 구하고 그녀와 갑작스런 동거를 시작한다. 여전히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료코에게 이시카와 게이스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행복한 일상을 보내면서 읽어버린 과거에 대한 불안도 차츰 옅어진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기도 잠시, '나'는 자신의 충격적인 과거를 알게 된다.

현재의 평화로운 일상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과거의 남겨진 복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나'는 갈등한다. 이방의 땅에서 오직 마음을 연 두사람, 연인 '료코'와 친구 '미타라이'. 평온한 현재와 참혹한 과거의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나'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과연 '나'는 앞으로의 미래와 지나간 과거, 어느쪽을 선택하게 될까? 

이 세상에는 무수한 실이 서로 엉켜 있다.
사람은 아름다운 실과 더러운 실, 그것을 가려내 풀어가면서 평생에 걸쳐 한 필의 비단을 짜내야 한다. (p453)
 

주인공인 '나'는 자신의 과거가 엄청난 사건에 얽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무자비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친구를 위해 복잡한 사건에 뛰어드는 점성술사 탐정 미타라이의 활약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하지만 사건의 진정한 열쇠는 '진심어린 사랑'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작품은 추리소설의 성향을 띠고 있지만 결국은 가슴아픈 사랑이야기가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미타라이 시리즈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이방의 기사>는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묘사도, 흥미진진한 사건의 전개도 무척 만족스러웠다. 작품 자체도 최고였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새삼 감탄한 것은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책의 디자인이었다. 별 생각없이 지나쳤던 삽화가 사건의 전개와 진상을 암시한다는 발상이 참 독특했다. 아마도 출판사가 기획했을 책의 디자인도 <이방의 기사>란 작품을 한층 빛내주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시마다 소지만의 독창적인 캐릭터인 미타라이와 이시오카의 첫 만남이라는 뜻에서도 이 작품은 몹시나 뜻깊다. 책을 읽고 나니, 이 콤비가 다음에 활약할 <점성술 살인사건>을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니 이번 기회에 탐정 미타라이가 출현하는 작품은 모조리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이방의 기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시마다 소지의 세계에 빠져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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