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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개인적인 경험으로 봤을 때, 지금까지 가장 잔인할 수 있었던 시기는 중학생 때였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학창시절을 보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해당되지 않으려나? 초등학교 시절에는 아무리 고학년이라도 순수함이 많이 남아 있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어느 정도 바로잡혀 있는 데다 수능 준비로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중학교 시절을 되돌아보면 그리움과 함께 씁쓸한 기억도 함께 떠오르곤 한다. 지금이라면 좀 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더불어.
이 책의 주인공인 고바야지 앤은 중학교에서 소위 '노는 그룹'의 여학생이다. 그 나이에는 조숙하게 남자친구를 사귄 경험도 있고 운동부 소속에 외모도 상위권 축에 들기 때문애 평범한 아이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앤은 친구들과는 다른 독특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죽은 사체나 절단된 신체에서 희열을 느끼고, 세상에 회자되는 청소년 범죄를 지켜보면서 자신이 '뒤쳐지고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 현재 그녀의 관심은. 소녀인 자신의 육체를 이용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사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던 중 가해자 소년A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옆자리의 '도쿠가와 쇼리'와 접점이 생긴다. 그리하여 앤은 자신을 죽여줄 것을 도쿠가와에게 의뢰한다. 그렇게 둘은 두고두고 기억될 '사건'을 은밀하게 궁리하기 시작한다.
익숙지 않은 소재와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초반엔 쉬이 읽히지 않았다. 죽음과 관련된 것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앤과 쇼리의 취향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건 여자아이들 사이의 불합리한 관계였다. 러시안룰렛처럼 언제 누가 당하게 될 지 모르는 '괴롭힘', 함께 노는 친구 사이라도 꼭 한 명을 따돌려야 직성이 풀리는 건가 싶게 비밀을 만드는 교활함.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거나 보냈던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사악하기까지 한 아이들의 행태를 비난하면서도 그 심리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더욱 괴로웠다.
하지만 읽어나갈수록 빠져나올 수 없는 뭔가가 이 책에도 있었다. 츠지무라 미즈키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끝 모를 어둠 속에서도 커다란 여운을 선사하는 작가만의 방식은 이번에도 건재했다. 그 여운에 사로잡혀 독서를 마치고도 한동안 페이지를 펄럭펄럭 뒤척거렸다. <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이 이 정도라면 나오키상을 받은 작품은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는 걸까 벌써부터 궁금증에 못 이기겠다. 개인적인 취향과 잘 맞아 줄곧 좋아했던 작가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었다. 이 작품으로 인해 그녀의 팬이 더욱 늘어났으면 한다. 따뜻한 감동을 추구하는 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