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신들의 귀환 - 지구 종말론의 실상
에리히 폰 데니켄 지음, 김소희 옮김 / 청년정신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 기원의 또 다른 시각

몇 백년전 유럽에서 지구가 태양주위를 돌고 있다고 떠들고 다녔다면 화형을 당하거나 미치광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또는 화성으로 향하는 것이 더 이상 큰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세상이다. 하지만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는 사실이 공인된 것은 기껏해야 몇 백년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로마 교황청이 지동설에 대해서 가한 탄압을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최근 들어서이다. 종교적인 신념이 우선시되던 세상에서 그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는 것 만으로도 사실이냐 거짓이냐를 따져볼 가치조차 없었던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아주 다양한 가능성과 접근방법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그 나름 진지한 이론적 배경과 근거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대다수는 주류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 진지한 검토없이 무시당하고 버림받고 있다. 외계인이나 유에프오에 대한 생각들도 그중의 하나이다. 일부 광신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사람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인정한다. 이천억개의 은하가 있고 그 은하마다 약 천억에서 이천억개의 항성들을 지니고 있고 그 항성에도 한 두개 이상의 행성을 가지고 있는데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이 지구밖에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동안 배워온 확률의 측면에서도 황당하기 그지 없다. 그러니 당연히 어디엔가에는 우리와 같은 지적인 사고를 하는 생명체가 있을 것이다. 아마 아주 많을지도 모르겠다.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들도 유에프오나 외계인의 지구 방문에 대한 얘기를 하는 사람을 보면 철없는 어린애 바라보듯이 한다. 바로 그 순간 그들은 그 옛날 갈릴레오를 탄압하던 사람들마냥 마음을 닫아버린다. 신들의 귀환은 그런 류의 이야기이다. 지구에 고도의 문명을 지닌 외계인이 왔었고 석기시대인들에게 신으로 추앙받았다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추정하기로는 2012년 즈음 돌아오리라는 약속과 함께.

저자는 석기시대의 불가사의한 유물을 통해서 외계인의 방문가능성을 주장한다. 아마 어떤 과학자라도 그런 유물들의 건설과 관련해서 다른 가능성을 얘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외계인은 터무니없다고 비웃겠지만 말이다. 푸마푼쿠 석재 블럭의 예를 들어보자. 여기에는 다섯 개의 구멍이 층층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 각각의 구멍에 나침반을 통과시켜 구멍마다 자침 방위가 벗어난 정도를 측정해보면 첫 번째 구멍은 5도, 두 번째 구멍은 10도, 세 번째 구멍은 20도, 네 번째 구멍은 40도, 다섯 번째 구멍은 80도라고 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하지만, 이것을 포함한 다양한 사실들은 현재의 주류이론인 진화론적 관점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무시당하고 있다.

진화론이 창조론을 포함한 종교에 의해 탄압받으면서 이렇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진실을 어이없고 근거없는 믿음만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버림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울분을 토했을 것이 분명한데 이제는 진화론의 관점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과학적이로 합리적인 사실조차도 버림받고 마는 처지에 왔다. 저자의 말대로 학계의 독트린은 과거의 진실을 한낱 신화로 바꾸어 버린다. 그래야 세상이 평화로워지니까.  
 

코페르니쿠스 이전 시대에, 인간들은 지구를 우주의 기하학적 혹은 물리적 중심으로 잘못 간주했다. 하지만 요즘 존경받는 과학자들조차도 여전히 지구를 우주의 생물학적 중심으로 간주한다. 놀랍게도 과거의 같은 실수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진화에 대한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생명의 기원에 필요한) 유전물질이 우리 시스템의 외부에서 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구가 아닌 곳에서 말이다.

물론 나도 저자의 주장이 황당하게 느껴지지만 앞서 이야기하는 전철을 밟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개방된 마음을 가지려 한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배워왔던 수 많은 과학적인 논리력을 내세워 저자의 주장에 허점이 없는지를 조목조목 따져보고 있는 무의식 저편의 또 다른 나를 느낀다. 이 책, 신들의 귀환은 석기시대의 놀라운 유적을 둘러보고 저자의 기발한 생각을 둘러보는 재미외에도 나 자신의 경직된 사고의 틀을 깨는 희열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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