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불패 23 - 완결
문정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이제 까지 우리나라의 무협 만화 중에 가장 재밌게, 그리고 전율을 느끼면서 본 만화이다. 다른 무협 만화들의 주인공과 같이 이 만화의 주인공도, 대단히 강하면서 어두운 과거가 있다. 보통 사람이 경험할 수 없는 특수 훈련을 받으며 자랐으며, 살인을 많이 하였다. 그럼 다른 무협만화들과 구분되는 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주인공의 죄책감이라고 할수 있다.

살인이 불가피한 무협만화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살인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면 뭔가 이상하다. 한 나라와 같은 유목민족의 대학살에 동참했고, 자신들을 믿고 따르던 부하들에 죽음에도 죄책감을 느낀다. 그 엄청난 숫자의 죽음들... 그들의 죽음과 기억은 주인공의 삶에 계속 따라 다닌다. 그리고 그는 그런 기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강호에서 돈을 벌어 살아남은 유목민족에게 보낸다. 그가 돈을 보면 미친 사람같이 행동하는 이유는 그런 마음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 질수 있게 때문이라고도 볼수 있다. 그는 그 전쟁 이후로 강호에서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그의 마음에는 자유가 없고 아직도 전쟁의 한 가운데에 있다.

단순한 것 같은 강호의 단순한 내용 중에 이런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다른 무협 만화들과 차이를 주고 있다. 이 만화는 무협 만화이지만, 단순히 무협과 싸움들은 단지 이런 주인공의 마음을 들어내 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그리고 또하나 이 만화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매우 독특한 철학은 바로 강호는 넓다고 하는 말에 있다. 많은 무협 만화들이 강호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많은 부분에서 결론을 내고 있다. 즉, 강호에는 몇개의 사파와 정파가 있고, 전쟁이 일어나서 누가 이기고.. 하는 식의 모든 것이 짜여진 것 같은 구도인 것이다. 강호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중국 대륙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만화의 작가는 이 강호라는 곳이 너무 넓어서 감히 누구나 헤아릴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호 전체를 모두 말할 수는 없는 것이도 단순히 일부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강호는 넓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르는 대단한 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주인공도 그 강호의 일부 일 뿐인 것이다.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죄책감을 느끼는 주인공이 독특한 이유는 죄책감을 느끼면 매우 괴롭기 때문에 그런 것 따위 느끼지 않을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주인공이 그것을 느낀다... 이것이 많은 주인공들과 이 만화의 주인공을 구별짓는 것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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