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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어둠 ㅣ 후마니타스의 문학
아서 쾨슬러 지음, 문광훈 옮김 / 후마니타스 / 2010년 9월
평점 :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와 오웰의 <1984>와 더불어 반공주의 소설의 계보에 포함되는 소설이다. 하지만 볼셰비키의 내면을 깊이 있게 추적하려 한다는 점에서 차라리 '고참 볼셰비키의 심리학'에 더 가깝다. 저자는 박노자의 표현을 빌자면 '카우츠키의 제자들'인 볼셰비키가 기계적인 진보주의에 포박되어 있음에 탄식한다. 그와 더불어 당과 혁명국가의 방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바치는 고참 볼셰비키의 희생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이라는 기독교적 주제로 변주하면서 세계의 변혁과 '대양적 감정'의 융합을 꿈꾸는 인간주의적 공산주의를 희망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알렉세이 유르착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에서 묘사한 1960~1980년대 구소련의 젊은 공산당원이 상상했던 '스탈린주의에 오염되지 않은 레닌주의'라는 환상과, 세련된 반공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사이 어디쯤에 놓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