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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콘티니가의 정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3
조르조 바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리뷰어스 클럽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핀치콘티니가의 정원>(문학동네, 2026)은 1930년대 파시즘이 본격화된 시기의 이탈리아를 그리고 있다. 화자는 볼로냐 근처 '페라라'라는 마을에 살고 있다. 어린 시절 지역 유지인 '핀치콘티니가家'는 다른 유대인들과 단절되어 있었다. 자신만의 시나고그에서 종교적 행사를 하고 아이들은 홈스쿨링을 한다. 1938년 이탈리아에서 인종법이 제정되고 유대인 탄압이 심해지자 핀치콘티니가는 지역 유대인 공동체에 집을 개방한다. 화자를 비롯한 젊은 유대인들은 핀치콘티니가의 테니스장을 이용하고 화자는 집 주인의 서재에서 대학 논문을 완성한다. 외부에서의 박해가 심해지자 페라라의 유대인은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소설은 홀로코스트를 다루고 있다. 책의 초반부에서 화자는 핀치콘티니가의 묘지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반면 그의 여동생인 미콜, 아버지 에르만노 교수와 어머니 올가 부인, 고령에 중풍을 앓던 올가 부인의 어머니인 레지나 부인 모두는 1943년 가을에 독일로 강제 이송되어, 그들의 무덤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아는 이가 없다.
인종법 제정 이후 유대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었을 뿐 아니라 결국 마지막에는 핀치콘티니가 가족처럼 비극적 최후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 책에는 화자가 시립 도서관에서 쫓겨난 일화, 화자의 아버지가 강제로 파시스트 당에서 탈퇴 처리된 장면 등 유대인을 향한 차별이 일부 그려져 있지만 홀로코스트에서 겪어야 했던 비인간적인 역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역자는 해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문학적 형식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이 느끼는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고뇌와 고독, 그리고 사회적인 분열과 소외 및 집단적인 폭력 앞에서 무력하게 사라지고 역사로부터 모욕당하고 상처받은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려 애썼던 작가다.
역설적으로 직접적인 유대인 박해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의 결말은 더 슬프게 다가온다. 3만 평이 넘는 정원을 소유한 부유한 가문인 핀치콘티니가는 성벽과 같았던 자신의 집을 개방했다. 유대인 청년들은 그 집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탐구하고 사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핀치콘티니가 가족 구성원들은 체포되어 무덤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죽었다. 화자만이 핀치콘티니가를 아련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책은 작가인 조르조 바사니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에 대한 사실이 화자에 많이 투영되어 있다. 볼로냐에서 문학을 전공한 것과, 페라라의 부유한 유대인 가문이었다는 점 등. 핀치콘티니가와 그 정원 역시 실제 모델이 존재한다. 책은 1970년 영화로도 제작되어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가 사랑하는 페라라와 그의 유대인으로서의 경험이 담긴 소설은 서정적이면서 아련하게 홀로코스트를 조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