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객의 칼날은 문학동네 플레이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자객의 칼날은

<자객의 칼날은>(문학동네, 2025)는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사기>의 '자객열전'에 나오는 섭정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원래 이야기는 이렇다. 중국 전국시대, 한나라의 재상 엄중자는 백정으로 일하던 섭정을 알아보고 그에게 암살을 의뢰한다. 섭정은 노모를 이유로 거절했지만, 노모가 죽고 난 후 자신을 알아봐 준 엄중자를 위해 기꺼이 자객이 된다. 암살에 실패한 그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 얼굴 가죽을 벗기고 눈을 파낸 후 죽는다. <자객의 칼날은>은 이 이야기 중 '얼굴 가죽을 벗긴 자객' 부분을 따르고 있다.

옛날 옛적, 염나라에 냉엄한 재상이 있었다. 그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에게 원한이 쌓인 사람과 귀신들이 늘어났고, 그는 밤마다 귀신들에게 발과 복숭아뼈, 정강이까지 물어 뜯겼다. 귀신을 피하기 위해 미궁을 지었고 밤마다 자신이 잘 곳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자객의 칼날은>은 재상과 주변 인물, 복수를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복수의 칼날은

책에는 복수를 원하는 자들이 넘쳐난다. 책 속에서 복수의 방법을 찾는 사내부터 재상의 목숨을 노리다 죽은 자객, 그 자객의 가족들, 재상의 권력 탈취 과정에서 살해당한 인물들. 재상, 가족, 자신을 속이고 부려먹은 사람 등 복수의 대상도 다양하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복수에 성공한 사람은 없다. 자객의 의붓아들, 명과 정, 젊은 스님 곽, 책 속에서 복수의 문장을 찾던 사내까지, 원망하는 대상에게 해를 끼치지 못했다.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은 실패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재상은 "기왓장의 이가 빠져 있"는 미궁에서 "재상의 그림자와 한 몸이던 칼잡이 천도 간 데 없"(197쪽)이 혼자 있었다. 의붓아들은 "환관이 됨으로써 비로소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127쪽) 정은 복수라는 이야기에 들렸지만 명은 "용서하지 않기 위해 복수하지 않"(216쪽)는다. 복수는 오랜 시간 동안 명과 정을 살게 했다. 그 존재의 지속은 재상에게는 악몽이다. 언제든 자객의 자식들이 찾아와서 죽일 수 있다는 두려움, 꿈에 나타나는 자객과 그 부인의 귀신들은 재상을 겁에 질리고 텅 빈 채로 오래 살게 한다.

책 속에서 복수의 문장을 찾던 사내 역시 나름의 방식으로 복수를 완성했다. 그는 복수의 대상을 죽일 수 있었지만 이야기를 품고 떠났다. 집을 떠남으로써 "내 뼈와 같이 자라난 고독, 환관 같은 고독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222쪽)을 찾았다. 남겨진 자가 그가 떠난 것을 홀가분하게 여겼을지, 재상과 마찬가지로 계속 두려워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복수는 하는 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법이다.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

<자객의 칼날은>은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다. 같은 시리즈의 <귀매>, <성소년>처럼 읽으면 머릿속에 소설의 장면들이 재생된다. 덕분에 몰입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넷플릭스, 유튜브 쇼츠 등 영상매체가 범람하는 시대에 책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을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