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복수를 원하는 자들이 넘쳐난다. 책 속에서 복수의 방법을 찾는 사내부터 재상의 목숨을 노리다 죽은 자객, 그 자객의 가족들, 재상의 권력 탈취 과정에서 살해당한 인물들. 재상, 가족, 자신을 속이고 부려먹은 사람 등 복수의 대상도 다양하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복수에 성공한 사람은 없다. 자객의 의붓아들, 명과 정, 젊은 스님 곽, 책 속에서 복수의 문장을 찾던 사내까지, 원망하는 대상에게 해를 끼치지 못했다.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은 실패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재상은 "기왓장의 이가 빠져 있"는 미궁에서 "재상의 그림자와 한 몸이던 칼잡이 천도 간 데 없"(197쪽)이 혼자 있었다. 의붓아들은 "환관이 됨으로써 비로소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127쪽) 정은 복수라는 이야기에 들렸지만 명은 "용서하지 않기 위해 복수하지 않"(216쪽)는다. 복수는 오랜 시간 동안 명과 정을 살게 했다. 그 존재의 지속은 재상에게는 악몽이다. 언제든 자객의 자식들이 찾아와서 죽일 수 있다는 두려움, 꿈에 나타나는 자객과 그 부인의 귀신들은 재상을 겁에 질리고 텅 빈 채로 오래 살게 한다.
책 속에서 복수의 문장을 찾던 사내 역시 나름의 방식으로 복수를 완성했다. 그는 복수의 대상을 죽일 수 있었지만 이야기를 품고 떠났다. 집을 떠남으로써 "내 뼈와 같이 자라난 고독, 환관 같은 고독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222쪽)을 찾았다. 남겨진 자가 그가 떠난 것을 홀가분하게 여겼을지, 재상과 마찬가지로 계속 두려워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복수는 하는 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