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쑤기미 - 멸종을 사고 팝니다
네드 보먼 지음, 최세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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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환경문제를 시장논리로 해결할 수 있을까

인간의 활동으로 기후가 급격히 변하는 인류세 시대에 들어서게 되면서 사람들은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환경을 덜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탄소 배출 거래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기업마다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을 정해놓고 이를 넘는 기업은 넘지 않는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유주의 경제 논리를 환경보호에 적용한 것인데 효과는 미미하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비용보다 현저히 싸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인식이 환경보호보다 경제에 더 중심을 두고 있는 이상 시장 논리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많은 환경보호론자들이 지적하듯이 지속가능한 발전은 허상이며 우리는 환경보호 아니면 발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독쑤기미: 멸종을 사고 팝니다>(황금가지, 2025)(이하, <독쑤기미>)는 동물의 멸종을 지속가능한 발전의 측면에서 생각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멸종 위기인 동물들을 구해야 하는 이유

멸종 산업 종사자 헬야드는 감옥에 갇힐 위기에 처했다. 근미래, "인류의 성장과 번영을 위해서는, 아니 80억 인구가 매일 아침 계속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서"(39쪽) 세계는 '멸종 크레딧'을 도입했다. 탄소 배출권처럼 "매년 일정한 수의 멸종 크레딧을 무상으로 배분하고, 나머지는 경매에 부쳐 공개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40쪽)다. 문제는 탄소배출권처럼 멸종 크레딧도 너무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비용보다 멸종 크레딧의 비용이 훨씬 싸니 기업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동물을 멸종시켰다. 동물이 멸종되든 자신의 미식에만 신경 쓰던 헬야드는 회사가 소유한 멸종 크레딧을 공매도하여 돈을 벌 생각이었다. 하지만 멸종 크레딧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고, 지능이 있는 것으로 판명 난 독쑤기미를 멸종시키기 위한 크레딧이 필요하게 되면서 헬야드는 범죄자가 되었다.

헬야드는 특별히 악한 인간은 아니다. 그냥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욕망이 조금 더 강한 인간일 뿐이다. 그래서 책에서 이야기하는 멸종 위기는 더 으스스하게 다가온다. 얼핏 보면 헬야드가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사람이라고 느끼지만 사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헬야드와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멸종 위기에서 구할 동물들은 인간의 기준에서 지능이 있거나 인간에게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내가 개를 좋아하는 건 개들이 수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동반자 관계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232쪽

카린은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상투적인 이유인 '생태 다양성 파괴', '인간에게 주는 유용성'을 제외하고 각 동물 종들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그들 자체로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카린은 아델로그나투스 마르기나툼에게도 고유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자명하게 깨달았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하고 복잡하고 재미있는 곤충이 어떻게 그 자체로 가치가 없을 수 있겠는가?

149쪽

책은 서로 상반된 견해를 가진 헬야드와 카린의 대화를 통해 왜 동물들이 멸종되면 안 되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또한 헬야드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이 얼마나 인간중심주의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SF 소설은 다큐멘터리보다 강하다

SF 소설은 가상의 과학을 소재로 하여 쓴 소설이다. 과학과 유사하나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과학이다. <독쑤기미>의 독쑤기미 역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동물이다. 하지만 이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실제 많은 동물들과 유사하다. 난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 인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한 가치 절하 등등. 하지만 김초엽 작가가 한 대담에서 이야기했듯이 SF 소설은 실타래로 감춰져 있는 현실을 보게 만든다. <독쑤기미> 역시 다른 현실의 문제들로 칭칭 감추어져 있는 멸종 위기 동물의 상태와 그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경제적 논리로는 동물들을 구할 수 없으며 철저하게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인간에게 주는 편리함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 동물 그 자체로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실에 없는 어류에 대한 소설은 다른 멸종 위기 동물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보다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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