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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
김청귤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8월
평점 :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다산책방, 2025)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마녀의 이야기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이 마녀의 향초 공방으로 찾아온다. 마녀는 그들이 그리워하는 대상을 잠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향초를 만든다. 반려동물을 그리워하는 사람부터 주인을 보고 싶어 하는 강아지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그 유명한 마들렌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마들렌을 먹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특정한 향이 그와 관련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프루스트 현상'이 따로 있을 정도로 향은 한 사람의 기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에서 향도 이런 역할을 한다. 진돌이는 주인이 마셨던 차의 냄새로 주인을 찾아간다. 또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그리움의 대상이 좋아하는 향을 통해 그리움을 표현한다.
<재와 물거품>(안전가옥, 2021)으로 소수자와 약자의 상처를 보듬었던 김청귤 작가가 작별로 인해 슬프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향초 가게를 만나지 못해 우주를 가로지를 수는 없더라도, 그리운 존재가 우주 어딘가에서 반짝반짝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때때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좋겠습니다.
김청귤 작가의 말대로 이 책에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있다. 연인, 가족, 심지어는 안드로이드 로봇까지. 향초 가게 주인 마녀는 사연자의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사연을 경청하고 공감한다. 사연자의 선택을 "마녀는 그저 존중할 뿐"(38쪽)이다. 그리운 사람을 볼 수 있게 도와주지 않더라도 마녀의 이런 행동은 사연자가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고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을 수 있게 한다.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는 이러한 마녀의 행동을 통해 이별을 겪은 사람의 마음을 달래고 독자들에게는 따뜻함을 전달한다. 마치 주위에 은은한 향과 빛을 내는 향초가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