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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판매 주식회사 ㅣ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2
로버트 셰클리 지음, 송경아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인간이 '살아'있는 이상 '죽음'은 항상 떼어놓을 수 없는 테마다. 특히 그것은 미지의 세계라는 점에서 인간에게-다른 '미지'의 것들과 마찬가지로-언제나 극복의 대상이 되어왔다. 따라서 많은 작가들이 죽음을 극복한 인물, 혹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해 온 것은 결코 특기할만한 일은 아니다. 로버트 셰클리의 <불사판매 주식회사> 역시 그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불사, 즉 죽음 극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불사판매 주식회사>가 보여주는 세계는 죽어가는 신체를 바꿈으로써 생명을 연장하고, 내세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죽은 후에도 안전하게 내세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세계다. 단, 가진 자만이. 문제는 거기에서 발생한다. 내세를 보장함으로써 죽음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삶에 대한 집착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가난한 자들에게 내세를 보장하는 대신 그들의 육체를 사서 자신의 생명을 연장한다. 또, 부자이기에 삶의 모든 쾌락을 맛볼 수 있었던 이들은 멋진 죽음을 '경험'하기 위해 자신을 죽여줄 사냥꾼들을 고용한다.
그런가하면 타인의 빈 육체에 잘못 들어가 자아를 잃어버린 좀비가 거리를 돌아다니며 불완전한 영혼은 유령이 되어 인간에게 해를 입힌다. <불사판매 주식회사>의 이러한 세계는 다분히 환상적이며-유령, 좀비, 버서커 등의 어휘만 보아도 장르 팬터지가 떠오르지 않는가-동시에 그 환상은 이론을 통해 현실화, 구체화됨으로써 실제적인 악몽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비극적 세계관과 달리 이야기는 타인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면서도 의연히 그에 맞서는 영웅적 주인공을 통해 경쾌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디스토피아는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에 대한 비판-풍자로 되살아난다. 동시에 그 사이사이에 곁들여지는 영혼과 육체에 대한 담론, 미래의 새로운 자유에 대한 이야기는 이 작품을 단순한 모험담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한다. 최후에 주인공이 맞이하게 되는 문제-지극히 원론적인 양심의 문제에 이르러서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뒤돌아볼 때, 나는 이 이야기가-역자 송경아 씨가 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어떠한 종교적 숭고함에까지 이르는 것을 느꼈다.
로버트 셰클리는 자신이 '로맨틱한 모험에서 사회 풍자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분야'인 SF에 대해 언제나 강한 매력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그럼 나는 이렇게 고백하리라. <불사판매 주식회사>야 말로 로맨틱한 모험에서 사회 풍자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나에게 강한 매력을 제시하고 있노라고.
덧. 역자 서문은 본 작품의 결말 부분을 미리 밝히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께서는 먼저 작품을 읽은 뒤에 역자 서문을 보시길 충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