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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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란 장르는 보통 궁금증, 호기심 때문에 첫장을 펼치면 마지막장까지 쉴 틈없이 단 숨에 읽어버리곤 했다. 추리 소설이라면 작가와 범인 찾기 경쟁이 붙어서 더더욱 한방에 끝냈다.

    800만가지 죽는 방법은 읽는데 일주일도 넘게 걸렸다. 범인이 궁금하지가 않았다. 범인이 궁금하지 않은 추리소설도 있다.  코드 여섯개만 외우면 웬만한 가요는 못 연주하는 곡이 없다는 기타라는 악기처럼 알코올 중독자의 하루로 서른 네개의 날들의 변주곡을 들려준다.

    그날이나 다음날이나 어제나 오늘이나 별다를 바 없지만 서른 네개의 장  중에 한 손에 꼽히는 날들이 매튜라는 탐정의 지루한 날에 생기를 준다. 혼자서는 술을 끊어야 할 이유도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도 돈을 벌어야 할 이유도 금방 금방 별 의미가 없어진다. 사람들 사이에  얽혀들어야 내가 보이고 살아야 할 이유도 생겨난다.

    범인을 잡는 것이, 범인 누군지 중요하지 않다. 살아있다는 것이 어떻게 다음날도 술을 마시지 않고 살아있을 수 있을까?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될 이유찾기가 더 급박한 문제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 중독 중증인 탐정 매튜는 죽을 수도 있다. 죽지 않기 위해선 술을 마시지 않아야하고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해선 술을 마시지 않을 핑계가 필요하다.

        가족도 없고, 집도 싸구려 호텔방,  형사였지만 오발로 아이를 쏘아 죽이는 바람에 총 쏘는 일을 두려워 하게 되고,두려움때문에 술에 빠져버렸고  아무도 곁에 없는 알코올 중독자인 무연허 탐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살아있기 위한  가느다란 의지. 의욕은 어디에 있는걸까?

    그는 매일 신문을 보면서 사건사고로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한다. 그 이갸기 속에 숨어서 살아있음에 안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건기사를 보면 우울해지지만 안 볼 수 없게 만든다. 어쩌면 자신처럼 살다가 죽은 알코올중독자가 있을까 해서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사건기사를 찾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알코올 중독자 길거리에서 죽다.

   몇일 전에 하나 건너 뛰고 아는 사람의 딸이 목욕탕에 들어가 나오지 않아서 문을 열어 보니 죽어있었단다. 몸이 약한 편이기는 했지만 집에서 목욕하다 죽다니 믿기지 않는 일이다. 몇년 전에 옆집에 사는 사람 아들이 죽었다. 대학생이었는데 술을 많이 마셨는지 엉뚱한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산업도로를 무단횡단한 교통사고였기에 어디에 하소연 할 때도 없었다. 도대체 왜 그 역에서 내렸는지조차 미스테리다.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도 모르고 우리는 죽는거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다 죽는다.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는 것처럼 똑같은 삶은 없으니 삶의 끝이 죽음이니까 과정이 다르면 죽음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추리소설들엔 죽음이 있다.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죽음. 살인자는 모두다 죽어 마땅한 사람들로 그려진다.  이 소설에서도 범인은 탐정의 총에 맞아 죽는다. 탐정은 총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창녀들을 잃은 포주는 또 다른 삶을 찾아 떠난다. 누군가의 죽음이 꼭 절망만은 아닌 것이다.

    추리소설이 모두 범인찾기만은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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