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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쩨쩨한 로맨스
다이도 다마키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 라니? 쩨쩨하다는 말은 인색하다는 말과 통한다. 인색하다는 말은 자린고비가 연상된다. 자린고비식 로맨스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짠 조기 한마리 매달아 놓고 간장 종지 하나 덩그마니 올려진 밥상같은.
최소한의 반찬과 한가지 미각 짠맛으로 이루어진 한끼같은 로맨스가 차려 있다면 먹겠는가? 거부하겠는가?
최소한 배고픔은 면할 수 있다. 그럼 된 것인가? 배고프더라도 난 피터팬 처럼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재주를 믿고 꿈꾸던 사랑이 현실로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주 쩨쩨한 로맨스의 여주인공은 꿈꾸는 사랑을 실현시킬 재주도 없고 혼자 살 재주는 더더욱 없고 자신을 아껴주는 삼십년 넘게 알아온 아버지같은 식구들이 다 아는 친척같은 친절한 아저씨는 하나있다.
그 하나도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이 훨씬 훨씬 살아가는 일에 도움이 된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꽤 많은 이들이 그가 왜 좋아?
왜 결혼 했어? 하는 질문을 해보면 많이 듣는 소리 중 하나가 "나한테 잘해줘" 였다.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 로맨스라 붙일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될 수 있을까? 비록 60대이지만 일흔 살로 보이는 남자와 삼십대인 여자가 인연을 맺는 이야기엔 사랑에 배고프며 지내는 것 보단 낫다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듯 보여서 끝까지 읽은 후에도 그래도 배고파 죽는 것 보단 낫나 싶다.
적어도 남자는 함께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하니까.....
갑자기 어제 읽은 신문 칼럼이 생각난다. 한 방송인이 말하는 전설이 된 후배의 이혼 이야기. 남편은 전문가적인 일을 하는, 회사와 집 밖에 모르는 성실한 사람이었고 돈도 잘버는 사람이었는데 이혼당한 이유유는 "당신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 였다. 이 이야기를 밤늦게까지 일이 있고 주말도 쉬는 날이 별로 없어도 돈 많이 벌어다 줘서 좋다는 아내들이 있다는 직원 얘기를 하는 한 벤처기업 사장에게 해 준 이야기를 실은 칼럼이다.
또 하나 생각나는 기사는 결혼을 앞 둔 예비신부의 결혼 조건이 부엌을 없애자는 것이었다는 기사다. 둘 다 일이 있고, 밥해 먹을 시간도 없고, 요리도 못하니 별로 사용할 일 없을 것 같은 부엌을 거실로 만들어 활용하고 간단히 음식을 데울 수 있는 전자 레인지같은 것만 놓으면 된다는 얘기다. (새색시가 되어 부엌 없는 신혼집에서 잘 살고 있다.)
능력있는 여자들, 자신의 생각을 실현 할 수 있는 여자들에게는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편안하게 사는 쩨쩨한 로맨스의 주인공은 이 세상에 없는 생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