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천천히
느릿느릿
아무생각 없이 걸어간다
왜 다 시시해졌을까
길을 가다가 마주 다가오는 느릿한 몸짓에
발걸음이 움찔한다
모르는 얼굴이지만
가슴에 감각이 돌아온다.
잠자는 모습과도 닮은
죽은자의 표정이 바람을 헤치고 지나간다
내 얼굴도 저럴까
귀에 들리지 않는 비명이 몸에 스며든다
왜 저런 표정인지 모르지만
걷는 사람 얼굴에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혹시나 내 표정도 저럴까
억지로라도 모나리자를 흉내내봐
정신 차리고 빨리라도 걸어봐
아무생각 없이 걷지마
마취되었던 심장이 조금 편안해진다
거짓말이었다
시시해진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였던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