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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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의 재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어제 뭐했니? 하고 누가 물으면 뭐 오늘이랑 별로 다르지 않아라고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생활.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의 뒤티유욀의 삶도 어제를 복사한 오늘의 일상사를 반복하고 있었다. 유령처럼 벽을 넘나드는 능력이 생겼어도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 인 하루하루를 보낸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삶에 다른 가능성, 변화의 바람이 될지도 모르는 엄청난 능력이 그저 꺼림칙한 일일 뿐이다. 그를 바꾼 것은 벽으로 드나드는 능력이 아니라 더 이상 직장에서 몸에 익은 안일한 삶을 방해하는 상사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뒤티유욀이 아니다. 아주 쉬운 이름의 가루가루가 되어 괴도루팡이 부러워 할만한 도둑이 된다.

나의 삶을 바꾸는 계기는 뛰어난 능력이라기 보다 사소한 세상과의 마찰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나를 맞출 수 없다면 내가 바뀔 수 밖에. 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능력이 있다면 무엇을 할까? 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 속에 쌓아놓은 벽을 허물 수 있게 되는 출발점으로 삼을까!

이 책에는 다섯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칠십리 장화]라는 동화는 돈으로 해줄 수 있는 것과 마음을 헤아려 주는 일이 어떻게 다른지 알려준다. 아주 가난해서 한푼도 라쉬운데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메르셀 에메의 소설을 읽다보면 어제와 오늘이 달라질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마술을 발견할 수 있다. 내일은 어떨까?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설레임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그가 살짝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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