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니까 그 일을 생각하니 더 심란해진다.

제사가  끝나고 나면 언제나 잘라 버리고 남은 북어포 대가리가 굴러다닌다.

겨울이라 먹을 것을 찾기 힘든지 홀쭉하니 마른데다 추워보이는 모습으로 베란다도에서 햇살 아래 졸고 있던 고양이가 떠올랐다.

'고양아 간만에 별식이다'하는 마음으로 마당에 북어 대가리를 던졌다.

 제상에 놓여졌던 음식의 일부라 '고스레'하는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오랫만에 배부르게 먹고 어디 따스한 곳에 찾아들어가 잘 자겠지 싶었다.

다음날 아침 내게 들려온 소식은

"고양이가 마당에 죽어 있더라. 북어 대가리 먹다가 목에 걸린 모양이야."

배고픈 고양이에게 비린내를 풍기는 북어대가리는 참을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와 평상시의 조심스러움을 날려버리고 와락 덤벼들어 집어 삼켰을게다.

그 순간은 그래도 고양이에게 천국이었길....

바싹하니 건조한 겨울날에 거칠고 날카롭게 말려진 북어대가리는 흉기가 되어 고양이를 찔렀다.

많이 오랜시간 고통스러웠을까?

밤에 마당에서 고양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을 보면 .... 순식간에 숨이 막혔을지도.

목에 찔린 북어대거리 조각 때문에 소리도 못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처럼 비라도 혹여 그날 왔었으면 물에 불어 부드러워진 북어 대가리를 별일 없이 잘 먹었을 텐데...

아니, 조금이라도 고양이가 먹기 좋도록 신경을 썼더라면... 솔직히 몰랐다. 마른 북어대가리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모른 정도를 넘어 아예 상식밖의 상황이랄까?

섣부르게 단순한 동정으로 던져준 호의는 고양이만 죽이는 것은 아니겠지.

누군가에게 좋은 마음으로 행동 할 때 더 조심스러워 진다.

고양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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