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가  길가의 환영인파처럼 몰려서 피어나있다.

  한 가운데 하천이 흐르고 하천 양쪽으로 갈대와 풀들이 따라서 자라나고 그 옆에 좁다란 산책로가 있다. 양쪽에 있는 산책길 중 한쪽 길에만 코스모스가 우르르 몰려나와 길게 늘어서서 지나가는사람들에게  가을이 왔다고 하늘 거리며 인사를 한다. 

 여름이 갔어요.

 꽃과 잎들이 돋아나던 봄은 예전에 지나갔구요.

 푸른하늘 바탕으로 열매와 잎새들이 햇살에서 색을 뽑아내고 있어요.

 화려한 이별을 위한 쓸쓸하지 않을 고운 빛깔을 뽐내며 뚝 떨어져내리는 어느 가을 날을 위해

 언제나 나보다 성실하게 한 해를 살아버리는 나무, 풀, 꽃들을 보면 부끄러워진다.

봄의 꽃과 꽃이 진 다음부터 주근깨만한 연두빛 알갱이부터 시작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붉은 사과 한 잎을 배어물며 달콤한 과즙에 삶이 만족스럽다는 자족감에 까지 빠져들면서

부끄러워진다.

내 만족을 위해 사과는 봄과 여름을 지내온 것은 아닐텐데...

하루의 주고 받음이 순간 순간 한쪽에만 치우친다. 사과의 봄한철, 여름 한철을 한입에 꿀꺽 삼키고 어떤 시치미를 뗄까? 사과나무 아래서....

내 봄한철, 여름 한철은 꽃도 열매도 없이 겨울 가지처럼 미동도 없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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