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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 누구나 알아야 할 재정 이야기
김태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복지 논란이 뜨겁습니다. 뭐, 한두해일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현실화되면서 정치권, 정부, 그리고 국민 개개인도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거기에 만성화되는 세계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나라살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정부의 경제활동, 즉 재정의 내용을 알고 있으면 정부는 절대로 국민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때문에 국민이 왕으로 대우받으려면 그만한 자격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 주인이 하인을 제대로 부리려면 하인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알고 있어야 하는 법이다. 바가지 쓰지 말자. 공복이 주인을 위해 제대로 일하게 하자. (10 페이지)
정부 효율성 향상을 위해 시장 원리를 도입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 원리가 정부 효율성에 도움이 되려면 거기에 정부 원리가 보태져야 한다. 보태져야 할 정부 원리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사업의 내용에 따라 달자지겠지만 모든 경우에 공통된 것이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다. (164 페이지)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두 가지를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서비스업 중심 경제구조에서 필연적으로 저성장이 이어지고, 저질 일자리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의 조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 정도가 낮다는 사실입니다. 경제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다 아실법한 내용들이지만, 저에게는 국가 재정과 연관지어서 개념을 한번 더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탈산업화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의 의미를 간혹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공산품을 덜 소비하고 서비스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 서비스업 중심이라는 표현은 생산량이 아니라 고용을 기준으로 한 말이다. 경제활동인구 중 다수가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의미다. (245 페이지)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생산성 증가가 높은 부문에 고용이 많이 될수록 경제성장률은 높아진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생산성이 높은 제조업 부문의 고용이 줄고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 부문의 고용이 늘었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것이다. (249 페이지)
때문에 탈산업화사회의 경쟁율은 산업사회보다 필연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보몰이라는 경제학자가 40여년전에 제시한 내용을 다시 들어 설명해 주고 있네요. 이런 상황에서 늘어나는 건 질이 낮은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이고, 이마져도 어렵게 늘렸지만 경제성장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더라 하는 설명입니다. 생산성이 낮고, 공급은 많지만 보수와 고용안정성도 낮고 노동조합도 없는, 한미디로 불완전한 저임금 고용이겠죠.
결국 질문은 생산성도 높이고 고용도 늘리는 방법이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마치 다른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상황 같네요. 책은 역시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서비스도 대형화 되어야 하는데, 이는 저질 일자리의 증가, 영세 자영업의 소멸을 가져오니까요.
거기다가 서비스업 일자리의 양극화도 어려운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금융, 마케팅, 컨설팅, 의료, 지식 서비스와 같은 고급 서비스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면서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겠지만 자리 자체가 매우 좁죠.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복지, 요식, 유통 등의 대인 서비스업인데,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쪽은 낮은 생산성에, 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입니다.
이러면, 세금을 통해서라도 소득불균형을 어느정도 실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마저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책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OECD에서 조사한 '사전 및 사후소득 빈곤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두 그래프 사이의 변동폭이 매우 작습니다. 정부의 소득분배 정책이 실제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뜻이죠. 이 상황에서 저임금 서비스 종사자 가족의 생계불안, 노인 빈곤율 증가 등이 사회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세계적으로 복지 확대 문제가 걸려있죠. 세계최고의 노령화 속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논의는 활발한데, 아직까지는 대립 수준이고 방향이 정해지기에는 먼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책에서는 몇 가지 주장 또는 통념에 대해 반론을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복지지출 규모보다는 복지지출의 내용이 국가부채와 관련 깊다. ... 그런데 연금급여 지출이 많은 국가일수록 국가부채가 많고, 사회 서비스 지출이 많은 국가일수록 국가 부채가 적다. ... 사회서비스는 근로 능력을 높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움으로써 고용을 촉진하는 정책이다. 아울러 그 자체가 사회 서비스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321~322 페이지)
둘째, 복지지출 규모가 아니라 복지지출을 국민 부담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 즉 복지지출/국민부담이 국가부채와 관련이 깊다. 당연한 말이다. 복지지출 규모가 늘어나면 정부지출이 증가한다. 정부지출을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합한 국민 부담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재정적자가 발생한다. (322 페이지)
그렇기 때문에 재원조달 방식도 함께 마련이 되어야 하는 거겠죠. 안 그러면 국가부채만 늘어날테니까요. 이에 대해 책에서는 '재정개혁'과 '출산율'이 가장 큰 변수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휴유증이 적으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겠네요. 어디까지나 방향에 대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이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인식하고 오랜 기간 토론과 합의를 거쳐 이루어져야 하는데 말이죠. 책에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네요.
정부 역할을 늘리는데 회의가 드는 이유 중 하나는 도대체 어떤 역할을 확대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복지가 지금보다 확대되어야 한다는 건 알겠고 이를 위해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해야 맞는지는 헷갈린다. (11 페이지)
결국, 합의문화가 정착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옳은 길이 무엇인지는 다 나와있지만 그리로 가지는 않을거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이 책의 독후감이요? 간단하게, '재정은 매우 중요하니. 잘 배워서 선거 꼭 하고, 정책 결정자들 잘 감시하자.'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PS
제가 리뷰에 쓴 내용들은 대부분 후반부입니다. 전반부가 오히려 책의 본래 내용에 맞게, 국가재정의 의의나 구조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지만 저한테는, 투자관련 서적들 못지 않게, 좀 많이 어려웠습니다.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기에는 그렇고, 이 책은 옆에 두고 틈틈히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