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 원으로 작은 식당 시작했습니다
김옥영.강필규 지음 / 에디터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저희 회사 주변에도 최근에 식당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사실, 회사도 그리 많지 않고 약간 외진 곳에 있어서 주말에는 유동인구가 전무한 그런 지역인데 평일 점심과 직장인들 회식 만으로 매출을 다 채우는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창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저지만,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면, 주인장의 표정이나 서빙 등에서 대충 초보겠다 또는 아니겠다 하는 감이 옵니다. 주인장이 초보인 것 같아보이는 경우에는 서비스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익숙하지 않으려니 하고 이해해 주는 편이고요. 하지만 모두가 저 같지는 않겠죠?

 

IMF 이후 나타난 창업 형태중 하나는 직장인이 퇴직금을 투자해 요식업 운영자로 전환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하지만 평생 조직의 틀에서, 직장 또는 사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간관계를 뒤로하고 창업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테죠. 그래서 프랜차이즈를 많이 하게 되는데, 요즘 시끄러운 소위 '갑을' 이슈도 있고, 아무튼 이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책은 짚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가게를 열고나면 그것들을 대신해 주는 본사에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40~50대 예비 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나 부동산, 컨설팅 회사의 좋은 먹잇감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비용이 있다면 차라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메뉴 선정과 인테리어 부문에 대한 실력을 연마하기를 권합니다. 돈을 벌려고 시작한 창업이 결국에는 남의 돈을 대신 벌어주는 처지로 전락하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입니다. (5 페이지) 

 

이 책은 실제 작은 식당을 차리는데 필요한 모든 과정을 손수 거친 40대 부부의 창업기입니다. 식당 창업은 아직, 제 현재 상황이나 저의 인생 지향점과는 많이 동떨어진 곳에 있긴 합니다만 체험에서 녹아나온 부분들이라 그런지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여기에 뽑아둔 내용 이외에도, 음식점 휴일 정하기, 매출일지 기록을 통한 손님 수요 예측, 블로그 운영, 진상 손님 및 악플러 대하는 법 등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가게들이 우리들의 점포 찾기 여정의 첫 단추가 되어 주었다. 점포 취득시의 비용(권리금, 임대료, 월세)별 규모를 가늠하는 기준을 처음 갖게 한 것이다. (45 페이지)

 

맘에드는 점포가 나오더라도 꼭 구청에 가서 그 일대에 관한 재개발 정보나 특별한 지역상황 등을 샅샅이 알아보자. 같은 점포라도 다른 부동산에는 또 다른 조건으로 나와있는 일도 허다하므로 한 지역의 부동산도 여러 군데 들어가 물어보고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51 페이지)

 

그러니까 4년 동안 꾸준히 그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왔단 뜻인데, 나는 일본의 책을 많이 보는 편이라 좀 앞선 스타일의 일본 가게들, 요식업계 분위기 이런 것들은 조금은 접해왔다. 그리고 그 가운데 우리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진을 모아 왔는데, 돌이켜보면 지금의 가계 구성에 많이 적용되었다. (74 페이지)

 

그런데 그때마다 와서 일해 주는 기사나 목수님 등은 정말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었다. 채근하고 따지고, 소리치고, 꼼꼼히 관리하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 온 신경을 집중해서 옆에서 챙기고 확인하고, 짚어줘야 그나마 원하는 것에 근접하게 나온다. (118 페이지)

 

새 메뉴를 만드는 원칙은 그 주방 안에서 해결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 추가 재료를 쓰기가 아깝다거나 힘들어서가 아니라 주방안의 저장 규모나 회전율 때문에 전체 매출에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메뉴에만 홀로 들어가는 재료가 많을 경우 포기하는 것이 좋다. (124~125 페이지)

 

이 책은 저한테는 단순한 식당 창업이야기 이상이었습니다. 아래 두 구절 때문이죠. 조직에 속해 있는 사회 초년생으로써 두고두고 담아둘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른 아홉살까지의 직장생활이 그토록 큰 배경이었는지는 회사를 그만두고서야 알았다. 그전까지의 인간관계는 직업을 통대로 태도가 결정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조직을 배경으로 했던 사회관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고혹한 레이스가 시작되었다는 느낌이랄까? (27 페이지)

 

매상이 적을 때는 그 작고 한심한 수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일에 시선을 돌리는 것이 좋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더 나은 매상을 낳기 때문이다. ... 그 성실한 모습에 사람들은 흘깃 눈을 주고라도 무의식중에 기억해 둔다. 저 가게에 한 번 가봐야지... 하고. (155 페이지)

 

실제로 소규모의 식당 창업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려는 분들에게 대단히 도움이 많이 될 것 같고, 그게 아니더라도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이런 삶도 있다라는 걸 생각해보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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