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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쇼크 - 집에 일생을 걸 것인가?
이원재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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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파트 세대입니다. 부모님께서 제가 5살 무렵에 아파트를 한 채 구입하시고 나서 한 번 이사를 포함해서, 평생 '우리집' 하면 아파트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파트에 익숙하죠. 하지만 계속 아파트에 살고 싶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그 이유는 아파트라는 주거형태 자체도 답답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의 아파트와 지금의 아파트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당시에는 동네에 대부분 6층 이하의 저층 아파트가 많았고, 단지 내에 차도 없었고, 뛰어 놀 친구들도 많습니다. 2층집 유리창을 깬 적도 있고, 허구한 날 1층 아줌마한테 조용히 놀라고 혼나곤 했습니다. 아무튼 지금과는 다른 환경이었죠. 한편으로는 빚 내서까지 아파트를 사야 할 이유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세대는 말 그대로 결혼 등으로 아파트 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하는 집단이다. 그런데 그 집단이 주택마련에 회의적인 시각을 품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 아파트 시장이 지금 상황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게 만든다. (73 페이지)

 

젊은이들과 이루어진 한 토론을 빌려 짐작해 보자. "가격이 어느 정도가 되면 내 집 마련을 '고려'할 수 있겠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파트 시장의 부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절망적이다. 지금의 매매 가격에서 50% 정도는 더 낮아져야 주택구립을 고려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75 페이지)

 

이 책의 논지는 단순합니다. '아파트는 끝났다.' 이거죠.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단순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단, 주장이 너무 강하면 논지와는 상관없이 거부감이 드는 제 성향 탓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논조도 조금 부드럽게 하고 통계를 인용해서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신경 썼으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위에 책에서 인용한 인터뷰에서는 현 매매가격의 50%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파트 가격이 어느정도까지 내려야 하는건지 고민을 하다가 문득  '내가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내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바닥이 어딘지에 대한 계량분석은 별로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뜻이죠. 잠재 구매자들은 현재 자신의 상황을 비춰보고 심리적인 변화가 생겨야지만 시장에 참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객관적인 상황이 다르고 참여 목적이 달라서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모두가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있을 때의 나타나는 움직임이 가장 크거든요. 물론 이는 제가 남다른 안목이 있는 게 아니라는 전제도 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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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부동산 경매 따라잡기 - 불황기 짭짤한 재테크
이재범(핑크팬더) 지음 / 물병자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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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테크 서적 매대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항상 생소한 것이 '부동산 경매'입니다. 주식, 펀드, 부동산 매매로 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면 왠지 부러우면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가져보는데, 부동산 경매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지 않죠. 마치 여우의 신포도 같습니다. 책을 낸 분들의 수는 적지 않지만 왠지 전혀 다른 세계라고 느끼게 됩니다.

 

매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겪게 되면서 두 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미분양, 경매 주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 시장이 매매 중심에서 임대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 가격이 오르고, 월세를 원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임대 부동산 시장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경은 다소 우울하지만, 한편으로는 투자 기회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죠.  

  

저자는 부동산 경매에 처음 나서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통해 본인이 직접 부동산 경매를 하면서 겪었던 사건들과 생각을 일기 형식으로 허심탄회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순차적으로 쉽게 쓰였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딱딱한 개론이나 설명이 없이, 중간중간에 나오는 법률 용어를 일일히 찾아보지 않아도 쭉 읽다보면, 저 같이 부동산 경매는 커녕 집보러 다녀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도 큰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두 개의 낙찰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두 건을 낙찰 받게 되었다. 날짜로 따지면 3일만에 1등이 된 것이다. 건수로 따지면 대략 열 건이 넘어 일어난 결과였다. 보통 최소 열 건에서 쉰 건 이상 떨어져 봐야 한다고 하는데, 너무 이른 결과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28 페이지)

 

한 건은 아파트, 또 다른 한 건은 반지하 빌라인데 이 두 부동산에서 수익이 나도록 정리해가는 과정이 사뭇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보 입장에서는 많은 공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책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주택, 특히 빌라를 선택할 때, 매매자의 입장이든 임차인의 입장이든, 어떤 포인트를 살펴봐야 하는지, 저자의 체험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이 많거든요.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이 '새시(샷시?)의 중요성' 입니다.

 

첫 번째 물건은 생각보다 좋았다. 바로 옆에 공원이 있고, 반지하지만 새시가 새것이었다. 리모델링을 할 때 새시 비용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그것부터 보게 된다. 물론 비용 처리가 가능한 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자세히 보니 부엌쪽은 새시가 되어 있는데, 반대 쪽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157~158 페이지)

 

저자는 또, 낙찰받은 자신의 물건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부동산은 개별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스스로 내 부동산의 가치를 높여 놓고는 그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충분히 지금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었다는 것을 구두로 계약하고 난 후 깨달았다. 이미 약속한 것이라 그냥 계약했지만 말이다. 앞으로는 내 물건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겠다. (180 페이지)

 

하지만 무엇보다 부동산 경매도 살아 있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할 듯 싶습니다. 낙찰받은 물건에 대해 소유권을 행사, 전 소유자나 임차인을 내보내는 것을 '명도' 라고 하는데 경매로 나온 물건은 의식주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저자는 세 가지 입찰 사례를 통해 어떻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지 정말 상세하게 이야기 해 주고 있습니다. 궁금하시면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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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 지승호가 묻고 강신주가 답하다
강신주.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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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번에 알렌상드르 졸리앙의 책을 읽고 힐링에서 철학으로 대세가 옮겨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중심에는 철학자 '강신주'가 있습니다. 네, 제가 요즘 이 분한테 필(?)을 받은 것 같습니다. 책 한 권 읽고 저자가 좋아서 그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는 경우는 흔한 경험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반갑습니다. 책은 너무 좋았는데, 저자에 흥미가 안 가는 경우도 있거든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철학자 강신주를 알게 된 건 좀 됬습니다. 팟 케스트 방송에도 게스트로 나오고, 오마이스쿨에도 온라인 강의(여러가지가 있는데, '벤야민'강의는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를 하는 걸 보면서 그 존재는 익히 알고 있었죠. 하지만 관심을 가진 건 최근입니다. 대학로 벙커1이라는 곳에 문학수 기자의 <아디지오 소스테누토> 출간기념 강연을 갔다가 대담자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 분도 클래식을 듣는다는 걸 알았을 때 동질감을 느끼면서부터입니다.

  

그래서 읽은 책이 아래 세 권입니다. 공동 저작으로 나온 걸 제외하고 혼자 쓴 단행본만 17권정도 되는데, 그나마 유명하고, 쉽게 썼다고 일컬어지는 책들만 우선 접근한거죠. 최근에는 벙커1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강연하는 라디오도 잘 듣고 있습니다. 팟 캐스트나 오프라인 강연 등에서 '대중 철학자'로 잘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매스컴에도 종종 나오고 있고, 신문에 기고도 하고 있고, 한마디로 말과 글 양방향으로 굉장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철학이 필요한 시간

 

인터뷰어인 지승호와 인터뷰이인 강신주, 두 사람이 나눈 대담은 총 5주, 50시간, 4,500매라는 숫자로 정리됩니다. 이 숫자가 보여주듯, 책도 두껍습니다. 장작 600 페이지 정도입니다. 주제도 인문정신, 사랑, 시 읽기, 제자백가와 동양철학,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 자본주의, 음악 등 다양합니다. 평소에는 책에서 인상적인 구절을 군데군데 뽑고, 간혹 저자의 이야기나 제 느낌을 소개하는 식으로 서평을 썼는데, 이 책은 그렇게 접근하기에는 힘든 것 같습니다. 책 전체가 유기체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아서 어느 한 곳을 뽑아서 이야기 하기가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그래도, 책(혹은 독서)에 어떤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이 부분만은 소개해 보고 싶습니다. 좋은 독서는 마음에 작용하고,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이겠죠. 앞으로도 시간 때우기 위한 독서, 지적 허영심을 위한 독서, 그리고 서평을 위한 독서는 하지 말라는 다짐을 하게 합니다.

 

경험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잣대는 마음이 움직였느냐에요. 경험을 하기 이전의 마음 상태와 한 후의 마음 상태가 달라야 해요. 책을 읽어도 간접 경험이 안 되는 건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치고 중요한 것 외우고 해서 그래요. 그건 책 읽는 게 아니에요. 읽었을 때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이 간접 경험이거든요. (185 페이지) 

 

대담집이기는 하지만 이 책은 어쨌건 두껍고 무엇보다, 철학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제자백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자'나 ~가'로 끝나는 동양사상에 문외한이신 분들한테는 중간 부분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전 초등학교 시절에 경전을 배운 경험도 있고, 동양사상에 나오는 우화나 개념 같은 것에 조금 익숙했던 것에 도움을 좀 받았습니다. 아, 그리고 벙커1 팟 캐스트로 하고 있는 강신주의 '다 상담'을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조금 쉽게 읽힐 수 있겠네요.

 

저녁에 스튜디오 연주회를 보러 나간 경복국 옆 통의동 카페에서 반나절 죽치고 앉아 하루만에 읽었습니다. 느낌이 가히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치만 그건 책을 읽는 동안이었고, 읽고 난 뒤에는 마음이 조금 무거웠습니다. 책에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언어의 고통과 그 이전의 고통을 조화롭게 겪으면서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건 비단 '글쓰기'에만 한정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보다는 삶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겠죠.     

 

힐링 서적들을 읽고 먹어도 고픈 군대밥이나 마셔도 갈증나는 바닷물 같다는 느낌을 받아보신 분들은 조금만 더 용을 써서 이 분의 철학에 몰입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전 그럴겁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저자가 본인의 대표작으로 꼽는 <철학vs철학>과 <김수영을 위하여>도 읽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면에서 제가 제일 잘 한 건, 위의 두 저작보다 이 대답집을 먼저 읽은 것이겠네요.

 

누구를 사랑한다고 하면 나는 그 사람이 아니어야 해요. 예를 들어 제가 김수영이라는 사람을 똑같이 흉내 내면 사랑이 아니라 제가 미친거에요. 스토커랑 흉내 내는 것은 달라요. 사랑하려면 상대방이랑 달라야 해요. 그런데 멘토라는 것은 그 사람의 정신성을 내가 담보하려고 하는 거에요. 이건 사랑이 아니에요. 자기 메아리에요.

 

매번 강의할 때 제가 하는 얘기가 뭔지 아세요? '당신들이 나를 선생 말고 강신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김수영의 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이 시는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면 '맞다. 이건 강신주의 해석이다.' 라고 답해요. 또 어떤 사람들은 '시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 아니냐'고 얘기해요. 그러면 제가 또 야단을 쳐요. '맞다. 그러나 동등한 해석은 없다. 그래서 영화 평론을 보더라도 영화에 근접한 해석이 있고 모자라는 해석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뻔히 아는 것 아니냐'고요. (18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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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성귀수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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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동안 힐링이 열풍이었는데, 요즘에는 이게 철학으로 건너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힐링은 세속적으로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유명 인사들의 개인 스토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반해, 철학은 고전의 맥락과 현실의 문제를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 일단 긍정적으로 봅니다. 막연한 긍정보다는 그래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쪽이니까요.  

 

한가지  재미있었던 건, 이 책의 목차를 한번 쭈욱보고 저 나름대로 흥미있는 부분을 찍어두었는데, 그곳에서는 의미를 못 찾고, 대부분 그냥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에서 의미를 많이 찾았다는 점입니다. 저에게는 의외성이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목차>

 

들어가는 말. 그냥 그대로 있는 것
내게 남은 모든 것을 버리다
나쁜 친구는 나를 완성시킨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마음의 상처를 끌어안을 용기가 필요하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는가
행복한 아이는 인생의 의미를 떠올리지 않는다
자책하지도, 자만하지도 말고…
불편한 진실 끌어안기
나는 강요된 선행을 거부한다
삶을 짓누르는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타인의 아름다움을 탐하지 마라
순수한 열정을 되찾기 위하여
불가능한 것은 잊고 최선의 것을 욕망하라
긴장감을 놓아도 죽지 않는다
지금의 결심을 끝까지 지키는 법
나는 무엇을 믿는가
나를 파괴하는 생각들에 대하여
인생은 누구를 위한 연극인가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도 웃음은 존재한다
질문은 그만! 그냥 행복하라
삶은 계속되고 나는 나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이 책은 '내려놓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불교신자들은 우리 모두가 불성을 가지고 있다 말하는데, 참 훌륭한 생각입니다. 하나의 인격을 만들어 세운다거나, 즐거움 혹은 안정을 찾아 밖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으로 뛰어들고, 깊은 내면으로 가라앉아, 그곳에서 희열과 평화, 궁극의 선(善)을 취하라는 이야기이지요. (6 페이지)

 

더 이상 삶과 드잡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누군가가 되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저는 매순간 실감합니다. 어떤 아쉬움도 안타까움도 없이 그냥 그대로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능동적으로 사는 길이니까요 (7페이지)

 

'장애는 장애가 아니다. 그래서 이를 장애라 부른다.' 장애란 제가 한때 생각한 것처럼 더럽고 흉한 무엇이 아닙니다. 장애는 모든 일이 잘 되어갈 때 제가 받았다고 느낀 축복 또한 아니지요. 무엇이든 확정하지 말되,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집착이 없다는 건 바로 그런 태도를 말합니다. (17~18 페이지)

 

삶을 거저 주어지는 선물이 아닌 당연히 제 것인 권리로 여기는 순간, 그리하여 "양지바른 이 자리는 내가 임자야"라고 말한느 순간, 고통은 물밀듯 밀려드는 법입니다. (49 페이지)

 

꽃이 피어나기에 꽃이 피어날 뿐입니다. 자기를 걱정하지 않으며, '내가 잘 보여요?' 라고 묻지 않습니다. '왜 사느냐?'는 질문에는 종종 '다른 누군가를 위해'가 개입합니다. ... "행복하려면 이걸 해야 한다"든가, "올 해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내 인생은 종 치는 거야"따위의 어떤 목적의식에 압도 당할 때, '왜'라는 물음 없이 사는 것은 큰 힘이 되어 줍니다. 삶은 종치는 법이 없습니다. 삶은 성공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산다는 것 자체가 이미 궁극의 목표입니다. (56 페이지)

 

욕망에 대한 (이런) 생각은 단순히 살면서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겪고자 하는 욕망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 자신을 관찰해보면 그와 같은 욕망이 매우 집요해서, 고통 자체보다 오히려 더 저를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104 페이지)

 

셋째 지침은 운문 선승의 말씀에서 비롯됩니다.

 

그대가 앉아 있을 땐 앉아 있어라.

그대가 서 있을 땐 서 있어라.

그대가 걸을 땐 걸어라.

무엇보다 서둘지 마라.

 

얼마전 화장실에서 어쩌다 보니, 참 대담하게도, 제가 이를 닦으면서 전화를 받고 있더군요. 운문 선승의 말씀에 따르면, 그 순간 두 가지 일이 허사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현재를 왈가왈부하고 미래를 예상함으로써 저는 끊임없이 삶을 벗어나버립니다. (168 페이지)

 

나름 철학자가 쓴 책이라고 해서 심오한 철학을 기대했는데 힐링과 철학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불교철학을 빌려서 장황하게 이야기를 풀어놓긴 하는데, 뭐라고 판단하기가 그렇지만 '프랑스 아마존 32주 연속 베스트 셀러'에 걸맞는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머리를 탁 치는 듯한 내용은 많이 있고 쉽게 쓰여있어 몰입도가 뛰어납니다. 강남에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비는 시간에 간 맥도날드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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