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성의 끝에 서라 - 우리가 놓치고 있던 가장 쉬운 창조법
강신장.황인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감성의 끝에 서라》
강신장, 황인원 / 21세기북스 / 2014
반듯한 것, 규칙이 있는 것, 계획을 세우는 것들을 좋아하고, 틀에 박힌 것이 익숙한 나이기에.. 꼭 읽어보고 싶었다. 출산을 하기 전 아이들과 생각의 힘을 넓히는 수업을 했지만... 난 여전히 생각도 넓지 않고 익숙한 방법으로만 세상을 본다. 게다가 요즘엔 수업도 안하고 있으니 점점 더 그러한 듯하다. 이런 아쉬운 내 마음을 채워준 책 《감성의 끝에 서라》를 만났다.
이 책은 CEO와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던 내용을 엮은 것으로 저자가 경영자들에게 시인의 눈을 선물한 과정들을 담고 있다. “시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경영에도 적용해보자.”라는 목표로 진행된 강의이다.
저자들은 기업인과 기업 구성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상력'인데.. 상상력을 가장 많이 쓰는 분야 중 으뜸은 '시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경영자와 시 전공자의 두 저자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검증 과정을 거친 그 강연의 내용을 책으로 담았다.
강의의 내용을 그대로 담았기에 참석자들과 함께 나눈 연습문제들과 예시답안들까지 담겨 있어 이해가 더 쉬울 뿐만 아니라 생생한 현장감까지 느껴진다. 무엇보다 명확한 챕터 구분이 정말 좋았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새로운 관점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2부에서는 사물의 마음을 보기 위해 시인들이 써온 방법들을,
3부에서는 시인들의 창조법을 비즈니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다.
시인의 눈을 갖는 첫 단계는 ‘일체화’하는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그 사물이 되는 것으로, 그 사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인 ‘역지사지’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렇게 일체화를 하고 난 뒤 본격적으로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만나는데...
책에서 제시하는 시인들의 창조법은 ‘오감법, 오관법, 오연법, 오역법’ 네 가지이다.

‘오감법’은 사물 그 자체가 되어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민들레가 되어 민들레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느끼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 강신장, 황인원 《감성의 끝에 서라》: 110쪽
‘오관법’은 사물을 사람으로 간주하고 ‘왜, 어떻게, 무엇을’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즉 의인화 하는 것인데, 의인화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팁으로 ‘천수의인도’를 제시하고 있다. ('천수의인도'는 천수관음도를 패러디한 것으로 아래의 표를 의미한다.)
원 안의 ‘사람’ 대신에 의인화의 대상이 될 ‘사물’을 넣고 다양한 동사들 중 어울리는 것들을 고르는 것이다.

▲ 강신장, 황인원 《감성의 끝에 서라》: 141쪽
‘오연법’은 유사점을 찾아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연못을 의인화하여 동사(혹은 형용사)들을 찾은 뒤 그 중 하나의 동사(혹은 형용사)를 선택한다. 그 단어를 중심으로 떠오르는 낱말들을 찾는다. 낱말 중 하나를 선택하여 연못과 연결한 뒤 '왜, 어떻게, 무엇을'을 찾아 연결하면 한 편의 시가 탄생한다.

▲ 강신장, 황인원 《감성의 끝에 서라》: 167쪽
‘오역법’은 사물이 되어, 사물의 마음을 찾은 뒤 그 동사(혹은 형용사)를 뒤집어 생각하는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면 '우유'의 마음을 찾은 뒤 그 동사(혹은 형용사)를 반대로 적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뒤집은 동사(혹은 형용사)를 놓고 '왜, 어떻게, 무엇을'을 찾으면 된다.

▲ 강신장, 황인원 《감성의 끝에 서라》: 214쪽
종이를 꺼내놓고 한 가지 사물을 정한 뒤, 가운데 써보자.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동사(혹은 형용사)를 찾아내고, 그 동사(혹은 형용사)에 어울리는 ‘왜, 어떻게, 무엇을’을 찾아보자. 혼자 하면 넓고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있고, 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여겨져 금방 지칠 수 있다. 허나 두세 명이 함께 한다면 놀이처럼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개념을 제시하고, 예시 문제를 통해 문제 푸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 문제를 풀어볼 수 있게 구성한 덕분에 창의력 교과서처럼 느껴졌다. 창의력, 상상력을 강조하는 책들이 ‘경험을 많이 해라,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라, 인문학 도서를 읽어라’ 등의 주장만 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 아쉬웠는데 이 책은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반면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인지, 강연을 옮겨서인지 같은 말이 반복되고 있어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요즘 아이들을 위한 책 중에는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할 때마다 오감으로 세상을 만나는 방법에 감탄하며, 어렸을 때 이러한 교육을 받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는데... 이리 어른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책이 출판되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