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저 -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캐스 R. 선스타인 & 리드 헤이스티 지음, 이시은 옮김, 김경준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그룹과제가 주어졌다,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

-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브레인 스토밍' 따위를 따라한다고 -

어떤 평가나 불만에 대한 표현 없이 많은 의견을 무작정 뱉어내자고 약속한다.


다양한 의견이 나올 거라 생각하지만,

두어 개의 의견이 나오다 보면 그룹 내의 사람들의 발언은 줄어든다.

암묵적으로 흐르는 분위기에 휩싸여,

혹은 그들도 모르게 '리더'인 척 활동하는 누군가의 흐름에 따라

전체 주제는 금방 정해지고 모두가 파한 후에 걸어가면서 생각한다.

'에이, 그것보다 더 나은 의견이 있었는데 말할 걸.'


만에 하나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 뒷말은 길어진다.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고, **가 은근히 밀어붙인 거 아니었냐고.

니 탓도 내 탓도 아닌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그 '그룹'은 처음부터 산으로 갔던 걸 후회한다.


이런 어리석은 그룹 활동을 다들 조금씩은 하면서,

그 비극적인 결과를 알면서 우리는 끝끝내 이 방식을 버리지 못한다.

민주적인 방식이니까, 다들 그렇게 하니까, 더 좋은 의견이 나올 것 같으니까... 한다.

(그래, 그런 의미에서 우린 '국회'를 만들고 '의회'라는 것에 희망을 걸기도 한다.)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WISER 와이저.

표지에 쓰인 문구다. 
그리고 그 아래의 녹색눈 하나가 감정없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원제는 WISER: Getting Beyond Groupthink To Make Better Decisions.

『넛지Nudge: Improving Decisions About Health, Wealth, and Happiness』의 최신작이다.


크게 2부의 구성이다.

1부는 집단이 실패하는 원인에 대한 이야기가, 

2부는 집단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집단이 엉뚱한 결론으로 닿는 걸 바라본 적 많았던 나는 2부를 더 열심히 팠다(!).ㅋ


저자는.....

집단이 우수하다는 걸 전제로 하는 듯하다.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뛰어난 천재는 없다!"를 당당히 밝힌 걸 보면 말이다.

성공적인 결론을 내릴 줄 아는 그 '집단'이 

실패하는 원인으로 크게 네 가지의 요인을 꼽았다.

오류의 확대, 무작정 동조, 극단화 경향, 공유하지 않은 정보.

(부러 자세한 설명은 붙이지 않았다, 

궁금한 사람은 책을 읽어보도록. 단어들만 봐도 어떤 건지 '경험적으로' 짐작하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이런 요인을 바로잡기 위한 여덟가지 방법을 2부 첫머리(p.137~)부터 풀어놓았다.



저자의 주장에 대해서 제일 의심이 많았던 부분이 있었던 나는, 

- 나는 과연 대중이 지혜롭기는 한가, 하는 불손한 의문을 품고 있었기에 -

 8장을 읽으며 그의 주장을 반벅할 포인트(?)를 잡고야 말겠다는 마음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p.187)

집단이 개인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고, 규모가 큰 집단이 작은 집단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단, 그러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다수결 원칙이 적용되고, 각 구성원이 옳게 대답할 확률이 잘못 대답할 확률보다 더 높아야 한다.


그으~래~? 

그게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말이지 

현실에서도 충분히 전제냐.

이런 마음으로 몇 페이지 넘어가니 꼼꼼쟁이 저자가 앞길을 막는다.(p.195)

집단은 모든 상황에서 통계적 평균이 정확하리라는 유혹적인 환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 정확성은 오로지 특정한 조건 하에서만 얻어지고, 가장 중요한 조건은 다수의 구성원이 옳게 판단한 확률이 더 놓아야 한단느 것이다. 만약 집단 구성원이 잘못된 방향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면, 통계적 평균에 의존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런 식으로 물이 흘러가듯 구조를 잘 짜놓은 책을 만들어 놓았다.

9장에서 밝혀놓은 전문가의 유형에 대한 분석도 좋고, 

그에 대해 논하기 전에 전문지식에 대해 명백하게 밝힌 점도 좋다.

(대부분의 직종에서는 정확한 예측보다 듣기 좋고 그럴싸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전문가'란 호칭을 부여하는 경향이 강하다(p.203)란 부분을 읽다가 웃은 건 나뿐이려나;;;;ㅋㅋㅋㅋㅋ)


어떤 결론 혹은 비법을 얻고 싶은 사람은 10장~12장, 13장을 유심히 읽으면 될 듯 하다.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집단 구워삶기(?)의 비법이 

우리의 저자 꼼꼼씨들- 선스타인 &헤이스티 씨의 취향에 따라 잘 정리되어 있으니.






저자들은ㅇ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연구자 타입이다.

꽤 많은 문헌들을 수치적으로 접근하여 분석했고 참고문헌의 출처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혔다.

깔끔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걸 선호하는 성향은 이 책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 시간이 모자란 사람은 서론과 각장의 마지막 부분, 결론을 

부분적으로 읽어내려가도 저자가 강조하고 주장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단점. 

(단점으로 읽힌다는 건,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주장하거나 예시로 제시하는 등의 '기법'의 문제.

같은 이야기가 지주 보여서 어떤 사항에 특별히 힘을 실었다는 느낌을 덜 받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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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향대로 힘을 주어 읽었던 몇 부분.


p.185.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질문에서 집단 구성원의 평균이나 다수 의견이 놀랍도록 정확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고 사회적 압력을 막으면 집단이 정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집단이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다면, 수집할 정보도 많을 것이다.

내가 경험한 대다수의 '집단'은 과연 그러햐였나.

그런 조건이 잘 갖추어진 집단이 우리 주변에 많은가.



p.198

콩도르세는 도처에 만연한 편견과 무지의 위험 때문에 "미몽한 자들에게 민주주의 체제를 넘기는 것은 분명히 위험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비교적 각성된 구성원들의 사회에서도, 시민이 스스로 판단해서는 안 되고 대체로 "올바른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을 대표로 선출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믿었다.

콩도르세란 양반,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마르키 드 콩도르세Marquis de Condorcet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회 이론가 중 한 명이다.(p.186)) 그가 프랑스 혁명기에 내어 놓은 주장들...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배심원 이론' 내놓은 것 같긴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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