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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범하다 -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고전이라 익숙한 이야기들만 있겠거니 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제대로 된 판본으로, 제 힘을 들여 읽은 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책 덕분에 처음 듣는 진짜 이야기, 숨겨진 이야기... 모두 재미있었게 읽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일 오랫동안 마음에 담았던 이야기 중 하나는,'심청전',
아버지란 이유로 '효'를 강요하는 시대상.
마을 공동체가 침묵하는 살인사건이란 시선.
그들의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한 장치로서
'황후'신화를 끼워넣었다는 것.
모든 것 속에서 사람들의 감춰진 폭력성을 느끼며 분노 아닌 분노를 했던 것 같다.
'장끼전'은 제법 자세히 읽어본 적 있다고 생각했는데. 주린 배로 콩을 쪼아 먹은 장끼가
그 아내 까투리의 넷째
남편이었다니!!! 남편이 죽고 자식도 잃게 되는 이야기가 이어지다니!!!
그러고도 수없이 많은 새들이 재혼의 기회를 엿보며 까투리를
꾀어내려 하다니!!!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무능한 남편과,
까투리의 건전한 생명력을 보면서 재미있게 보이기도 했다.
(까투리에게 프로포즈한 많은 새들 중에서 선택된 새의 조건은 뭐였을까요?)
한편으론 그토록 무책임하고 아내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
녀석이었다면 당해도 싸다~
이렇게 생각하는 아줌마 모드가 가동되었더랬다.ㅋ
'김원전'은 정말 처음 듣는 이야기.
어린 시절 겪었던 나의 못난이
컴플렉스가 떠올라 묘하게 힘이 나기도 했는데,
이 책의 단점일 수도 있는... 비분강개하기도 하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내기도 하는 저자의
목소리 덕분이었다.
가장 큰 약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와닿은 부분이라, 허허.
김원전의 마지막에 무한도전의 '박명수' 캐릭터를 끌어온 건,
저자의 과한 욕심이 아니었을까 하며 풋- 웃기도 했다.
물론 어느
정도 끄덕끄덕 거리기도 했지만... 매우 대중적인 소재를 끌어온 것, 나름의 한 수 였을까?
p.s.
이동진의 빨간책방 덕분에 알게 된 책이다.
이야기에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를 캐내는 것도 즐거운 독서.
^^더 좋은 이야기들을
접하고 더 다양한 각도로 이야기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단, 같은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나온 책 <가족기담>을 함께 읽어볼까 하고 있는데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에선 좋아 보이지만, 다소 섬뜻한(!) 소재가 많아 보여서 걱정이다.
왜냐하면.... 내 뱃 속에서 아이가 함께 그 이야기를 읽을 것이므로.ㅋ(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