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생각하며 살 것인가 판미동 영성 클래식 시리즈
제임스 앨런 지음, 장순용 옮김 / 판미동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담백하게 간을 한 음식을 먹는다. 더불어 채소나 과일을 따로 조리하지 않고 먹어 본다. 이런 식으로 한 며칠을 먹으면 입맛이 변한다. 평소에는 아주 매콤하고 달짝지근하던 음식이었는데 정갈한 음식에 길들여진 후엔 맵고 짜고 너무 달아 자극적이라 느낄 지도 모른다.

우리 부부는 어쩌다가 사먹는 바깥 음식들을 맛보며 자극을 느끼곤 한다. 우리도 모르게 익숙해져 온 그 맛에 대해!



이 책 『무엇을 생각하며 살 것인가』는 단순하다. 조금 덤덤해보이기도 한다. 눈길을 끄는 멋진 제목을 단 것도 아니고, ‘제임스 앨런’이란 지은이의 이름도 평범하다. 게다가 책의 표지에 걸린 ‘지속적인 성장과 행복의 비밀’이나 ‘인생철학의 아버지’라는 문구를 보라. 아! 조금은 답답할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다. (게다가 어떤 리뷰는 이 책이 별로라고까지 한다.)


글쎄, 내가 읽은 『무엇을 생각하며 살 것인가』이란 책은 좀 다르다. 천천히 읽고 한 박자씩 쉬어 가며 생각해보고, 산책을 하다 문득문득 펼쳐 보아도 가만히 마음에 내려 앉는 글귀들 뿐이다.


어쩌면 이 책은 딱히 조미료를 치지 않고 오래 조리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음식에 비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순 개의 부제만 살짝 훑어 보아도 무덤덤해 보인다. 가령,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세상에 바라는 바를 먼저 실천하라, 뿌린 대로 거두리라, 성공을 탐하기 전에 미덕을 먼저 갖추라, 선한 생각을 하라, 평화의 마음을 발견하라 등만 보아도 그렇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종교단체에서 수없이 들어온 지극히 ‘뻔한 말’이다. 이런 책을 보느니 차라리 ‘직장에서의 상사의 눈 밖에 들지 않는 법’같은 책을 읽고 싶다며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을 쓴 남자가 1864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우리가 그렇게도 ‘당연한 얘기’라고 취급하는 그 말들이 삼십대의 사내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2000년대를 사는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의 명징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유명한 ‘ ’시크릿‘의 기본철학이 사실 이 책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어떨까, 널리고 널린 너무 뻔한 책 같진 않을 텐데? ㅎㅎ





당신은 환경의 희생자가 아니다. 만약 우리를 축복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게도 하는 파워가 환경에 있다면 그 환경은 우리 모두를 똑같이 축복하거나 고통스럽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겐 고통을 주는 환경이 다른 사람에겐 축복의 손길을 내밀 수도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선이나 악이 환경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맞닥뜨리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p.47)

물이 반 들어찬 물컵을 보고도 ‘물이 반 밖에 없네’라 반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 이나 있구나’라 반응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바깥의 사물은 그대로이지만 그걸 읽어내는 것은 내 마음이 하는 것이다. (너무 흔한 말이라고? 그런 반응도 당신 마음에 달린 일.^^)


당신은 지금 생각하고 공부할 시간도 더 갖고 싶다. 또 자신의 노동 시간이 너무나 힘들고 길다고 느낄 수도 있다. 정말 그렇다면, 자신이 사소한 시간을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이용하고 있는지 지금 살펴보라. 사소한 시간을 쓸데없이 보내고 있다면, 설사 그 시간이 더 늘어난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그때 당신은 더욱더 게으르고 나태한 자가 될 테니까! (p.76)

삼일 후에 시험을 치나, 일주일 후에 시험을 치나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이 공부하는 양은 거기서 거기다. 아무리 긴 시간을 준다 해도 마음을 빼앗기는 것들은 공부 바깥에 얼마든지 있는 법이니까. 그런 것이다.


사소한 호오(好惡), 변덕스러운 애증, 분노, 의심, 질투 등 얼마간은 어쩔 수 없이 복종해야 하는 온갖 변화의 기분들을 정복하는 일이야말로 행복과 번영의 황금 실로 인생이라는 직물을 짜고 싶은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이다. (p.119)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동료 저 사람이 자꾸 나를 힘들게 한다, 내가 한 성과를 낮게 평가한다거나 다 되어 가는 일을 그르친다. 그래서 하기가 싫다. 아니, 변명은 그만하고 우선은 내 마음부터 다스리고 봐야 한다. 사소한 감정에 그르쳐 그 사람이나 해야 할 일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면 안되니까. 차라리 내 마음부터 다스리자.





책을 통하는 가장 기본의 이야기는- 그리고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그 결론은- 내게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내가 마음 먹은 것에 의해 일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쁜 것, 오만한 것, 불평스러운 것을 해결하는 첫 번째 단계는 그것들을 불러 일으키는 내게 집중하기, 그리고 그런 것들에 생기를 주는 이기적인 내 마음을 극복해내는 것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약 200페이지에 불과한 이 책을 한참이 걸려 읽었다. 단순한 말 속에서 자꾸 내 마음을 돌아보게 되고, 내 하루를 반성하게 하는 바람에. 펼쳤던 곳을 읽고 다른 부분을 읽다가도 다시 펼치게 되었다.


멋진 글귀들 뿐이다. 물론 너무 심심해서 난감할 수도 있겠지만, 조용한 저녁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며 읽어내니 내겐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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