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좀 떼지 뭐 -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인자 지음, 박정인 그림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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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 중에 하나는 ‘애어른’ 같다는 말이었다. 

언젠가부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조용히 관찰하거나 헤아린다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 생각들을 들키는 건 거의 어른들 앞이었다.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내 대답을 듣고 싶어 캐묻곤 하던 어른들은

내 대답을 듣고는 칭찬의 뜻으로 ‘애어른’이라며 감탄 아닌 감탄을 했다. 

그리곤 도로 어른들끼리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남겨진 나는 늘 어른들이 지기 싫어 팽개친 

묵직한 짐을 넘겨받은 기분이 들어 슬그머니 다른 생각을 하곤 했다.

'도대체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애어른은 뭐에 쓰는 거야? '

 

 

 

여기, 8시 5분까지 교장실로 가야 하는 아이-미나가 있다. 

6학년 오빠에게 껌을 씹다가 걸린 죄로 아침 봉사 활동을 해야 한다. 

이름 뿐인 '봉사활동'-이 벌을 끝내기 위해서는 껌을 씹는 아이 둘만 잡아가면 된다.

 

마치 내가 액션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처럼 눈에 힘을 팍 주고 복도를 걸었다. 임무를 완성하지 못하면, 다시는 안락한 내 기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p.23)

 

껌을 씹는 게 왜 잘못일까, 

교장 선생님은 껌 때문에 학교가 더러워졌다고 믿는 모양이다. 

미나는 껌을 씹으면서 수학 문제를 풀면 문제가 오히려 더 잘 풀리는데 

교장 선생님은 이런 껌의 비밀(!) 따위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청소하고 아이들을 잡아내면 학교가 깨끗할 거라고 믿으신다. 

껌을 씹는 아이, 껌 종이를 버리는 아이, 죄다 교장 선생님께는 문제 학생들인 것이다.

 

아이는 혀를 길게 내밀고는 입 주변에 붙은 껌을 긁어 모았다. 증거가 사라지고 있다, 안 돼!(p.24)

미나는 어린 아이들의 뒤를 밟으며 증거를 잡아내고 싶었지만, 

덜미를 잡아 채려는 순간마다 엉엉 울어 제끼는 후배들 앞에서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무조건 2명만 데리고 가면 고생 끝인데. 

 

그러다 생각한다.

한 명이 두 명을 잡으면 두 명이 네 명을 잡아야 하고, 다시 여덟 명을……. 이러다가는 우리 학교 아이들 모두 봉사 활동을 하며 서로 잡고 잡아야 할지 모른다. 이런 걸, 계속해야 하는 걸까.(p.28)

 

 

 

학교가 더러워지기 때문에 

껌을 씹는 아이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교장 선생님이 더 어른스러운 걸까, 

졸업할 때까지의 봉사 활동을 각오하고 

“껌은 휴지에 싸서 버리고, 수업 시간에는 뱉어라!”며 

껌씹는 친구들에게 충고를 하는 미나가 더 어른스러운 걸까.

북이 좋아서 치는 승학이에게서 

자꾸 부모님의 어두운 그림자만 보는 할머니는 어른다운 모습일까, 

작은 소음 하나에도 날카롭게 반응하는 최명섭 선생님은?

 

 

가만히 생각해본다, 

누군가가 내 잘못을 목격했는데 

다른 사람의 더 큰 잘못 혹은 여러 사람의 잘못을 말해준다면 

내 잘못 따위 못 본 걸로 해준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누군가는 그런 꼬임에 빠져 범죄를 저지르고 더 큰 잘못을 만들곤 한다지만, 나는 왜 '고민'을 하고 있는 거지?ㅋㅋ)

미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냥 제가 벌 받고 말래요, 고생 좀 하지 뭐”라고 대답하는 초롱초롱한 눈빛의 아이가 보이는 듯 하다.

 

 

동화작가 양인자의 『껌 좀 떼지 뭐』는 

‘어른스럽다’는 말이 늘 바른 표현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철없고 모자란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애 같다’는 핀잔 대신에,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에게 ‘애어른같다, 어른스럽다’는 감탄 대신에 

더 나은 표현이 없을까-하고 멈추어 생각하게 해주는 동화들.^^

 

 

 

 

 

 

미나는 ‘애 다워서’ 좋다. 

껌 좀 떼지 뭐,하고 생각하는 그 올곧은 모습이 애 다운 거지, 뭐. ㅎㅎ

 

 

 

 

* 위 도서는 샘터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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