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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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달려라 아비』로 만났던 김애란 작가를,

너무나 유명해진 『두근두근 내 인생』과 다시 만났다.

영화 포스터를 띠지로 입은 '오디오북'인 채로.

 




#1. 소설에 대하여


오래 전, 단편들을 통해 만난 작가 '김애란'에게 느낀 건 

글이 묘하게 곰살궂더라는 것.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반짝이는 재치와 새침한 듯 감추어 둔 온기를 만났더랬다.


다른 소설들을 한참을 제쳐두고 

다시 만난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은 그 다정함이 한 가득 묻어나는 소설이었다.

 

어릴 땐 온종일 말을 줍고 다녔다. 엄마 이건 뭐야? 저건 뭐야? 종알대며 주위를 어지럽혔다. 각각의 이름은 맑고 가벼워 사물애 달싹 붙지 않았다. 나는 어제도 듣고 그제도 배운 것을 처음인 양 물어댔다. 손가락을 들어 무언가 가리키면, 식구들의 입에서 낯선 소리를 가진 활자가 툭툭 떨어졌다. 바람에 풍경(風磬)이 흔들리듯 내가 물어 무언가 움직이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이건 뭐야?'라는 말이 좋았다. 그들이 일러주는 사물의 이름보다 좋았다. (p.10~11)

 

아이가 있다. 

세상의 온 단어들을 조금씩 줍고 다녔다는 아이. 

바람이 불면 자기 안의 낱말카드가 조그맣게 회오리치는 걸 느끼는 아이. 


세상을 꼬물꼬물 살아가는 한 아이가 연상되려는 때,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낸다.

아버지? 나도 모르게 나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내가 세상의 사물들에 달린 '이름'들을 하나씩 쌓아가던 나이의 아버지를. 

아버지는 양복을 입고 까만 서류가방을 들고 아침이면 사라졌다 저녁이면 나타났다. 부모님 방엔 책이 한 가득 들어차 있었고 책상의 서류들에선 아버지의 서릿하고 삐죽한 어른 글씨가 '제안'이니 '협상'이니 '분석'같은, 손에 잡을 수 없는 단어들만 한 가득 쏟아내고 있었다.

아이의 아버지는...어라, 내가 떠올린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의 새끼'라는 말을 듣는다, 

열일곱 학생이었단다, 

태권도를 잘한단다, 

아니 실은 '스트리트 파이터'를 잘 한단다. 

아이의 외할아버지 앞에서 처음으로 포기를 잘한단 사실을 깨달았단다.


아이는 젊은, 아니 어린 아버지와 어린 어머니를 두었구나. 

좋겠다, 젊으니까. 

서로 가까운 나이에서 시작해서 같이 나이 들어가잖아. 

어쩌면 세대차이라는 걸 덜 느낄 수 있을 거잖아.



열일곱이 된 게 기적인 아이, 아이의 이름은 '한아름'이다. 

병실에 앉아 나이듦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는 아이,

남들보다 빨리 늙어가는 아이, 

노인의 몸을 지닌 아이,

혈압약, 진통제, 관절약, 위장약을 챙겨먹어야 하는 아이.


이 아이가 갖는 특이한 상황 때문에 

이 아이와 이 부모에게 낯설음을 느끼려는 찰나, 발견하게 된다.

참 솔직하고 밝은 가족들이라는 걸.

그렇게 '아름'이를 살아내게 하는, 작가의 맑은 마음을.


어머니의 심장은 오동통한 달처럼 내 머리 위에 떠, 나무가 초록을 퍼트리듯 방울방울 사방에 비트를 퍼트렸다. 그것은 정보량의 최소 기본단위를 말하는 비트(bit)이기도 하고, 가수들이 음악을 만들 때 쓰는 비트(beat)이기도 했다. 이 비트(bit)와 저 비트(beat)는 몸 곳곳에 중요한 메씨지를 보내며 삐라처럼 흩날렸다. 듣다보니 뭔가 '되고 싶어지는' 게 누가 들어도 참 선동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리듬이었다. 명령어를 전달받은 세포들은 곧장 행동에 돌입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트를 맞고, 기관들이 움트며 기지개를 편 거였다. 간이 부풀고 콩팥이 여물며 우둑우둑 뼈가 돋아났다. 나는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종종 내 꿈에서, 어머니가 꾸는 꿈과 만나 두서없는 대화를 했다.

'엄마......'

'응?'

'엄마......'

'그래.'

'나 자꾸 가슴이 떨려요...... 가슴이 아프도록 뛰어요......숨이 넘어갈 것 같은데, 이러다 죽을 것만 같은데...... 도무지 멈출 수가 없어요.'

'아가야.'

'네?'

'나도, 나도 그래, 가슴이 자꾸 뛰어. 가슴이 저리도록 뛰는데 멈출 수가 없어......'     (p.32~33)

 

이 사람들이 갖는 

특별함이 '다름'이라는 차이로 느껴지지 않고,

'남다름'이라는 색다른 느낌으로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는 걸.



아름이가 부모님에게 남기고 간 소설 속의 소설, [두근두근 그 여름]은 

남들이 보기에 늙은(?) 아이가 얼마나 어리고 싱그러운 마음으로 단어들을 모으고 모았는지를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체하지 못한 젊음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풀어쓰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소설의 백미.

다르게 이름 짓자면 한아름의 [사전].



 

 #2. 오디오 북에 대하여


오디오북: 책과 띠지 각각에 NFC에 접근할 수 있는 마크가 있음. 

폰의 NFC기능을 켠 상태에서 폰과 그 마크를 수직선상에 놓게 되면 '더책'이라는 앱에 접근할 수 있음.

자동으로 책 [두근두근 내 인생]의 오디오 북에 접근하게 됨.

​(* NFC(Near Field Communication)란,13.56M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여, 약 10cm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 받는 통신기술을 일컫는다.)

 

장점: 

외로울 때 켜 두었더니 자동으로 책을 읽어준다.

전화가 왔어도 끊기지 않았다. 

성우들은 때로는 아이의 목소리로 때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로-리얼하게 연기한다.

페이지별로 찾아 들을 수 있다(장점이자 단점? 아래에서 다시 얘기하자)

 

단점:

페이지별로 찾아 들을 수 있었지만,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이 페이지별로 끊기는 게 한계.

즐겨찾기/북마크 기능이 있었지만 이상하게 다시 켤 때마다 못 찾더라 (이것은 작동을 잘못한 나의 탓인 듯)



[두근두근 내 인생]이 영화로 만들어지던 시기에 오디오 북이 가능한 소설을 함께 만났다.

활자화된 책을 스스로 읽는 걸 더 선호하는 나로서는 이 녀석들의 선호도를 표시하자면,

소설 책오디오 북 ≠ 영화  쯤 되겠다.

(참고로 아직 영화는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영화와 소설 작품은 별개라는 생각.)



오디오 북 같은 경우는,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 있거나 

단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책을 읽고 싶으나 환경이 허락치 않을 때(시야(시선) 확보 불가?)

정말 유용하게 잘 쓰일 녀석이기도 했고, 

성우의 목소리와 연기력에 따라 만족도 높게 찾아질 컨텐츠이기도 하단 생각.

(소설을 먼저 읽지 않고 오디오 북으로 만난 후에 텍스트를 접하면 소설에 대한 느낌이 다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연기톤을 살려 읽을 책과 무덤덤하게 연기하지 않고 읽을 책을 

출판사나 전문가 집단에서 잘 선별해주면 좋겠다는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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