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딸 콤플렉스 - 착해서 고달픈 딸들을 위한 위로의 심리학
하인즈 피터 로어 지음, 장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결혼을 앞두고 날이 서 있었다.

분명 신부인 '나',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데

나를 둘러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주인공인 양' 행동하는 걸 보면서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 속에 나만 정지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눈치없이 끼어드는 오빠에 대한 불만을 말하면서

엄마에게 S.O.S.를 쳤는데 엄마는 되려 내게

'네가 누나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줘라'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이 내도록 마음에 맺혀있던 어느 날,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만났다.

책 표지에 '엄마, 왜 항상 나만 양보해야 돼?'라고 적힌 문구가 마음에 박혔다.



책의 시작은 '거위치는 공주'라는 동화 이야기가 나온다.

왕비, 공주, 시집 보내는 왕비의 혼수와 딸려보낸 하녀, 시련, 그리고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였는데

잠시 후 저자는 이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무서운(!) 은유를 하나씩 들춰준다.


공주를 사랑하는 왕비는 정말 좋은 엄마였던 걸까.

왜 오해와 시련 앞에서 공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했던 걸까.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일깨워주고 싶었던 포인트가 아닐까. ^^어디까지나 내 생각.)



사실 책을 끝까지 읽지는 못했다.

뒷편 어딘가에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에 대한 글이 실려있다 했는데

앞부분을 한참 읽어나가면서 '응, 그래. 맞아. 내가 그랬어 ' 따위의 반응을 하는 내가,

그리고 너무도 익숙하게 떠오르는 엄마와 나의 관계가 무척이나 불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내가

조금 버거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100% 일치하진 않아도, 엄마의 행동...그 이면엔 이런 것들이 무의식중에 퍼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하지만, 책은 유용했고 다시 읽을 의향이 충분하다.



'지금'의 나는, 그리고 내 자의식은

저 공주와는 다른 시도를 수백번 해왔고

그랬기에 지금의 상황까지 와 있다는 걸 안다.

지금 이 책을 내려놓은 것은 지금의 내가 처한,

'결혼'이라는 특별한 상황 안에서 스스로 양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지금의 이 특수한 상황 안에서 

자꾸 이 책을 읽어내려 간다면

엄마나 시엄마, 오빠 등등의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혹은 '배려'이란 이름으로 '주인공 노릇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원치 않는 반감을 가지게 될까 두려워서다.

독립생활을 한지, 6년만이다. 내 주변 사람들도 '한 번은' 보호자로서 가족으로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 하니까.


그것까지 내칠 수는 없다,

그게 나의-주변인을 대하는?- 입장이다.



이 책의 이론에서 보자면,

잘 알지만.... 잠시 묵인 중.

여전히 '착한 딸 컴플렉스'는 벗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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