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epolis 2: The Story of a Return (Hardcover) - The Story of a Return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 Pantheon Books / 200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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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대한 리뷰는 따로 적었다. 여기 (http://blog.aladin.co.kr/ohho02/6881952)-

이란을 떠나 본격적인 십대를 지나면서 마르잔은 어떻게 자라나는지 나는 무척 큰 기대를 했다.

그녀를 맡아주기로 한 조조 아줌마가 돈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아 그녀를 수녀들이 운영하는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니 어쩌면 수녀들 속에서 ‘다름’을 올바로 이해받을 수 있다면 마르잔이 멋지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상한 예감이 자꾸 들었다. 

학교에서 처음 사귀게 된 그룹을 보면서. 별난녀, 펑크, 두 명의 고아, 그리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제3 세계의 소녀라니. 



마르잔은 균형을 잃지 않고 선구자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내줄까?

 

요즘 아주 기운이 없는 것 같더라. 이란에서는 잘 나가는 공인 회계사였지만, 독일에서는 그저 터키 사람으로 보일 뿐이지. 우리 나이에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건 정말 힘들어. 전에 유럽 여행했을 때가 생각난다. 이란 여권만 보여줘도, 레드 카펫을 깔 정도였지. 그때 이란은 부자로 통했으니까… 지금은 국적만 보고 짐을 샅샅이 뒤져. 마치 우리가 모두 테러리스트인 양… 우리를 무슨 전염병 환자처럼 취급한다구.(p.53)

마르잔을 찾아온 엄마는 말한다.

이란에서 빛나는 누군가가 외국에 나와서는 힘을 잃은 외국일 뿐이라고. 

한 때는 빛나는 문명으로(석유로?) 인정받고 대접받던 그들이 국적 때문에 홀대받는 것. 

엄마의 말을 듣는 마르잔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녀는 그렇지 않았냐고? 아니, 엄마가 털어놓지 못할 만큼.. 그녀도 많은 걸 겪었다. 


어릴 때 직접 보아온 장면들, 전쟁의 잔혹함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이란인이라서 무식하다는 모욕을 듣기도 한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마약에 손대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마리화나의 딜러로서 경력을 굳히게 된다.



이런! 그녀의 실망에 비할 수 있겠냐만은 나 역시도 기분이 묘했다. 

내가 기대했던 선구자, 마르잔은 백일몽이었던 것 뿐인가. 

뭐가 문제일까. 그녀를 잡아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을까.


그녀는 결국 몇 번의 사랑에 실패하고 지쳐 거리로 나가 버린다. 

거리에 밤의 어둠을 이불삼아 잠들기를 몇 날. 그녀는 병원에서 눈을 뜬다.

나는 우리 가족 중 몇을 앗아간 혁명을 겪었고, 또한 조국과 가족의 품을 떠나게 했던 전쟁에서도 살아남았다. 

… 그런데 하찮은 연애담 때문에 인생을 마감할 뻔했던 것이다. (p.91)

남은 이야기들 속엔 마르잔의 찬란한 이야기가 있을까? 얼마나 그녀는 아름답게 떠오를까.

 



1권과 2권 각각의 역자가 다르다는 것이 뭘 의미할까. (신기하게 느껴졌다.) 

같은 언어라도 소녀의 언어와 성인의 언어는 미세하게 차이가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 길이 없다. 해독 불가의 꼬부랑(?) 글씨로 느껴졌으므로.^^;;


선지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소녀 마르잔은 관습적인 것에 쉽게 순응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에 

소녀의 순수한 눈길 속에 담긴 이란의 정세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지적으로 끊임없이 자라날 수 있게 그녀를 지지해주는, 

무척이나 성숙하고 위엄이 있는 부모님(과 가족들)이 계시다. 

반항적인 뜻을 품은 자녀를 가진 완고한 부모가 아니고, 

혁신적인 뜻을 가진 부모에게 사회의 변화에 무딘 자녀가 있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나도 한때 -지나치게 반항적인 청소년이었을 때, 그것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어른들의 반응에 얼마나 실망스러웠던지.) 


엄마는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1권 p.52)'고 말한다. 

할머니는 ’언제나 네 존엄성을 잃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라(1권 p.156)'이라 말하며 안아준다. 

마르잔에게 그런 따뜻한 기억조차 없다면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었을까.

 

‘두려움이 우리의 양심을 잃어버리게 한(2권 p.148)'다고 한다. 

우리 역시 두려움 때문에 겁쟁이로 변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전쟁의 잔혹함도 두려움이고, 낯선 나라에서의 경험들은 모두 두려움일 것이다. 

살기위해 넘어온 나라에서는 이방인, 태어난 나라에는 ’외국인‘으로 취급받아야 한다면 우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존재에 대해 어디에서도 날선 눈빛을 보내온다면? 

마르잔이 이란을 떠나기 전 거울을 보며 다짐하던 말-스스로에게 항상 진실하겠다던 다짐이 떠오른다. 

다른 누구도 대신해서 속을 채워줄 수 없듯이 오직 자신만이 해낼 수 있다.

 


이란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신화처럼(?) 이어질 줄 알았다. 

(마르잔이라는 소녀가 선구자로 우뚝 서는 놀라운 신화를?! ㅋ)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작품의 초점은 ‘이란’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란인 마르잔의 ‘성장기’?! 

투박스러운 그림이지만 작가 마르잔의 삶이 진득히 우러나기에 진실되게 잘 읽힌다. 

낯선 세계의 역사에 다가가는 책이라 생각해도 나쁘진 않지만 

마르잔이 이란을 떠난 1984년 이후부터는 -다소 부족하므로-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점에 주의!


 

동명의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2007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2007 벤쿠버국제영화제 인기상 수상, 

2008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노미네이트까지. 

경력이 화려한 이 애니메이션을 구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살아 숨쉬는 마르잔은 또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_+)


기대하지 않았지만 몹시 흡족한 작품, 이 만화 특유의 화법에 반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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