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 몸찬패스트처럼
조경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내 남자친구는 근력 운동엔 도가 텄다.

헬스장에 가면 트레이너 대신 내 자세며 운동 프로그램을 짜주곤 한다.

그럼 몸짱이냐고? 아니, 뱃살을 걱정하는 보통의 성인 남성이다.

체지방량을 측정해주는 기계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그가 나보다 더 ‘체지방’에 예민한 것을 난 안다.

운동에 대해서나 칼로리에 대해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지식을 가진 그가 왜 체지방량 때문에 전전긍긍하는지 사실 나도 의문이다.

아마도 <간헐적 단식, 몸찬 패스트처럼>의 저자 조경국 씨는 그 이유를 알지도 모른다.

저자가 얘기하는 ‘다이어트 이력’들을 보니 누군가와 쏙 닮은 느낌이 들 정도니까.

 

 

저자는 호주에서 엔지니어로 긴 시간을 일했다.

활동량이 적은데다 나잇살 때문에 몸이 흐트러지는 것을 발견한 그는 몸관리를 위해, 유행하는 온갖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섭렵했다. 그리고 깨닫는다.

프로그래밍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여러 패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 방법의 다이어트를 시행한 결과, 마침내 몸이 꽉찬 단식=몸찬 단식=몸찬 패스트(fast)을 발견해 냈다.

성향은 버리지 못해서 일까, 책 속에는 다양한 방법들을 비교 분석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왔던 과정이 과학적이고 분석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예를 들면, 간헐적 단식법, 격일제 절식법/격일제 변형 단식법, 잇 스톱 잇(Eat Stop Eat), 워리어 다이어트(Warrior Diet), 린-게인즈(Leangains) 등등의 방법을 겪으면서 느꼈던 단점과 장점을 적어놓았고 이렇게 다양한 방법들의 장점을 두루 겪었음에도 새로운 방법을 도입할 수 있었던 이론적 근거들을 또한 제시해 놓았다.

 

짧은 시간 동안 단식을 한다는 기본 원칙은 지키되, 편안하고 융통성 있게 생활화하고 건강한 식습관과 효율적인 운동법을 병행하도록 함으로써 체중 관리와 동시에 건강 증진 효과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주간 몸찬패스트와 일간 몸찬패스트, 두 가지 방식을 설계했는데, 개인의 필요에 따라 적절한 방식을 선택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보다 지속가능한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p.35)

 

사실 나는 남자친구보다 다이어트에 대한 상식이나 칼로리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다.

아니, 건강과 관련된 기초 상식은 중고등학교 체육과목의 필기시험을 위해 달달 외웠던 젖당과 포도당의 생성 과정과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운 신체의 기능들이 전부다.

이런 내가 남자친구에게 ‘이렇게 이렇게 하면 살이 빠지지 않아?’라고 하는 건 이제 막 세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꼬마가 두발 자전거를 타려는 형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격 아닌가.

하지만 책 속을 보라.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할 때만 체지방이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지방뿐만 아니라 탄수화물 역시 신체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많이 섭취하는 경우 체내에 지방으로 저장될 수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탄수화물의 과다 섭취로 인해 체지방이 축적되는 경우가 많다.(p.45~46)

그런데 적은 양의 음식을 여러 번 나누어 먹으면 혈당치는 일정하게 유지할 수는 있지만 건강 증진 효과를 극대화할 만큼 낮추기는 어렵다. 혈당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체지방의 분해와 연소가 활발히 일어나지 않고, 인슐린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므로 지방 분해 촉진 호르몬의 분비도 별로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p.47)

이렇게 확실한 근거들을 보여준다.

(더욱이 249페이지부터 263페이지까지 책의 가장 마지막에는 참고문헌의 출처를 밝혀놓았다.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내 남자친구는, 그 중의 하나라도 직접 찾아보았을지 모를 일.^^;;)

무턱대고 ‘몸찬패스트 어떻게 하지?’하고 3장부터 펼친 사람들보다 더 완벽하게 이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몸찬패스트의 필요를 그리고 그 원리를, 이 방법이 한국인의 몸에 맞게 어떻게 개발되었는지를 머리에서부터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호르몬에는 글루카곤, 성장호르몬,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테스토스테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이런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해 지방 분해 효소가 활성화되면 지방세포에 저장된 중성지방이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된다. 이렇게 분해된 지방산은 혈류를 통해서 근육세포와 같이 당장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다른 세포들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세포에 유입된 지방산이 세포 내 에너지 생성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연소되면 마침내 체지방이 사라지게 된다. (p.49)

 

몸찬 패스트는 각 개인의 융통성을 허락한다.

융통성 있게 단식하는 예도 제시하여서 ‘다이어트’가 갖는 특유의 갑갑함도 내려놓았다.

주1회 18시간 단식도 되고 주1회 20시간 단식도 가능하다.

혹은 16~18시간 단식을 1주일에 5,6회도 가능하다. 그 이상의 여러 가지가 모두 가능하다.

다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기본 원칙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몸찬패스트의 기초 원리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책을 통해 ‘성장호르몬’의 역할을 알아챈 독자라면 당연한 것이라고 수긍할 것이다.

 

 

그에게 책을 내밀었다, 선물인양.

요즘에 ‘간헐적 단식’이 유행이라는 것 같던데, 읽어나 보라며 슬쩍 내밀고 왔다.

물론 포스트잇으로 중요 페이지라 생각되는 곳을 열군데 남짓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평소엔 책을 잘 읽지 않던 그를 위해 완벽한 선물이 될 수 있게.

어느 날 그가 말했다. “나도 할래, 간헐적 단식.” 어려운 것이 아니라서 가능할 것 같단다.

주간 몸찬패스트로 가볍게 시작하면 되겠노라고,

자신이 가진 패턴이랑 가장 비슷하니까 몇 시간만 더 늘리면 될 것 같다며 기뻐하고 있었다.

 

나의 백마디 말은 간섭이자 잔소리처럼 들렸겠지만, 조경국씨의 몇 마디 말은 응원이 되었겠지.

난 그냥 웃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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