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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럼이랑 집에서 쉽게 허브 키우기 - 베란다 텃밭에서도 즐기는 홈 가드닝
오하나 지음 / 서교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허브가 뭐게? 깻잎.”
‘허브‘라면 ’섬유유연제에 추출물로 들어간 식물’이라고 낯설게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난 이렇게 자문자답하곤 한다.
허브의 매력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약 십여년 전 ‘에센셜오일‘이라는 걸 통해서였다.
화학성분이나 특정 음식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 몸을 다스리고 싶어서
자연적인 것 알아보던 중에 알게 되었는데 시작은 아로마테라피(향기치료)였고, 그 다음은 허브차였다.
그 외에 허브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부러 찾아보기도 했다.
화장품과 방향제, 향신료에 이르기까지 ’선물용‘으로 따로 분류될 법한 좋은 제품엔 어김없이 ’허브 성분 함유‘라는 문구가 꼭 들어 있었다.
그러나 ’허브‘라고 뭉뚱그려 설명만 하고 그 허브의 이름이 뭔지 표시되지 않은 제품들이 많이 있었다.
특정한 허브마다 효과는 다른데 내가 찾는 허브 찾기가 쉽지 않았던 거였다.
문득 생각했다.
‘각자의 허브가 효과를 발휘하게 준비된 제품들은 많지 않구나. 정말 자연 그대로의 상태인 허브를 접하는 건 효과가 어떨까?’ 그렇게 나는 허브식물들을 키워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허브 종류의 식물을 키우게 된 것은 마음으로 허브를 사랑하기 시작한 후 꽤 시간이 흘러서였다.
정확히 말하면 1~2년 전, 당시에 살던 원룸이 오후 시간 동안 햇살이 잘 든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멋모르고 들이게 된 화분을 보면서 햇빛과 호흡하는 녀석을 몰래몰래 훔쳐보며 일상이 즐거워졌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니 마냥 즐겁지만은 못했다.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면서 화분의 상태가 변해가는 것을 보았으니까.
날씨나 습도에 따라, 혹은 다른 잎의 빛깔이나 줄기의 상태에 따라 많은 것을 배워야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거의 모든 것을 ‘찾아 공부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삽목이나 물꽂이, 전정 같은 어려운 원예 용어들까지 하나씩 배워나갔다.
흙은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 화분은 아무거나 써도 될지 인터넷을 쥐잡듯이 뒤지고 다니면서 정보들을 모았다.
(사실 그 시절에 저자(=블로그 닉네임: 퀘럼)의 블로그를 처음 알게 되었다.)
아, 이 책이 그때의 내게 있었더라면!
『퀘럼이랑 집에서 쉽게 허브 키우기』는 허브를 직접 기르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58개의 허브들의 주요 특색이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한 허브 당 두 페이지 혹은 그 이상을 할애하여 구성하였는데, 찾아보기도 쉽고 정리도 깔끔하다.
허브를 키우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재미있는 소제목과 큰 사진을 함께 넣어 간략한 소개를 하고
그 다음 페이지에는 작은 ‘과정 사진들’이 하나하나 실려 있다.
씨앗으로 키웠는지 모종으로 키웠는지, 과정 중에 무얼 챙겨야 했는지
저자의 경험이 묻어나는 친절하고 꼼꼼한 조언들이 가득하다.
물주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화분은 어떻게 해야 할지가 한눈에 보이고,
원예 전반에 대한 간단한 메모, 짝꿍 허브나 기타 간단한 허브들의 소개까지 함께 있다.
책에서 거론된 허브들을 합치면 대략 100가지라고 한다. (책을 출간한 이후, 퀘럼 님의 댓글에서 확인했다.)
그 시절, 퀘럼 님의 블로그에서 제일 좋아했던 ‘수형 잡기’ 설명 그림이 책에도 실렸다. (왼쪽 위)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이해가 잘 되었다. 그래서 캡쳐해서 저장해두고 허브들 가지치기 할 때마다 다시 보곤 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뭘?
허브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는 것을!
병충해에 대한 주의 사항이나 흙 종류에 대한 간략한 설명 등
원예 기초 상식도 앞 부분엔 언급되어 있다.
또 우리가 잊을 뻔한 사실은 양파나 고구마, 마늘, 고추나, 봉선화 해바라기, 커피나무 등등도 허브라는 것.
그러니 이 책 하나면 우리가 욕심내어 봄직한 초록이들을 키우는 노하우도 함께 배울 수 있다.
게다가 스페셜 페이지 같은 것이 들어 있어 '새싹채소나 콩나물 키우는 요령' 등도 들어 있다.
저자 오하나(퀘럼)님이 손꼽아 준, 일상 속의 허브들
:로즈마리, 라벤더, 레몬밤, 레몬버베나, 세이지 종류, 민트 종류, 바질, 캐모마일, 양파, 감자, 고추, 고구마, 참깨, 마늘, 옥수수, 미나리, 오이, 수세미, 포도, 레몬, 오렌지, 무화과, 석류, 대추, 구아바, 모과, 율무, 보리, 둥글레, 오미자, 생강, 결명자, 매화, 연꽃, 옥잠화, 봉선화, 해바라기, 나리꽃, 창포, 범부채, 질경이, 부레옥잠, 꽈리, 할미꽃, 복분자, 마, 인삼, 어성초, 은행나무, 소나무, 차나무, 측백나무, 커피나무 등 (p.21~22)
어디선가 허브 향기가 난다. 고개를 돌려보니 테이크 아웃 커피집이 보인다.
가게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놓아둔 건것인지 선반에 어린 로즈마리가 놓여 있다.
‘허브의 대중화’가 반갑다. 그러나 난 말랑말랑한 갈색 포트를 보고 질겁을 하곤 한다.
‘아, 저 아이 금방 죽을 건데. 더 큰 곳으로 옮겨줘야 할텐데.’하면서.
어쩌면 『퀘럼이랑 집에서 쉽게 허브 키우기』가 필요한 곳이 아닐까.
며칠을 두고도 저 포트 그대로라면 참견쟁이 아가씨가 되어야겠다. 친해지면 또 모르지 이 책을 권할런지도.
^^흙과 식물은 몰라도 허브는 무턱대고 좋아하는 분들께 꼭 선물해드려야 할 책이다.
아니, 그 초록이들을 위해서 꼭 읽히자!
p.s.
참. 이 책을 읽고 새로 알게 된 허브 모종을 새로 질렀다는 건 비밀.
(책 속에 등장한 녀석들 중에 둘, 원래부터 키우고 싶었던 녀석 하나로 들였다. )
이번 지름의 목표는 오래도록 키우면서 예쁜 수형 잡기!!
새 허브들과 도란도란 사이가 좋아지면 모두 퀘럼 님과 이 책 덕분이리라. ^-^꼭 잘 키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