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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자본 - 매력을 무기로 성공을 이룬 사람들
캐서린 하킴 지음, 이현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2월
평점 :
“예쁜 애들은 짜증을 내도 귀엽고 못생긴 애들은 짜증을 내면 밉상. 이 더러운 세상”
고1 한 소녀의 고백이었다.
그렇지 않다고, 하는 행동이 예쁘면 누구이건 사랑받는 것이라고 진심어린 위로를 했다.
그러나 그 아이에겐 절대로 마음에 와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내 친구들과의 댓글을 통해 그 이야기 속에 감추어진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그 소녀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편견은 뭘까, 무엇이 그 아이를 이토록 분노케 만들었나.
예전에 범죄를 저지른 한 여자의 몽타주가 세계의 누리꾼들을 주목시킨 일이 있다.
사람들은 그녀의 ‘출중한’ 외모에 관심을 가졌고 어떤 누리꾼은 ‘이렇게 예쁜 여자가 범인일 리가 없다’는 말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것은 또 어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상황인가.
사람들을 ‘겉으로만 판단하는 것’ 나는 이런 세태가 싫다.
외모는 다가 아니며 분명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게 마련이라고 나는 믿는다.
좀 더 눈길을 끄는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결국은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내게 ‘매력을 무기로 성공을 이끈 사람들’이란 타이틀이 적힌 이 책은 꽤나 관심을 끌었다.
매력자본이 무엇이냐,
이것에 관해 1장의 첫 부분에 대해 설명되어 있다.
매력자본은 여러 가지 하위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름다운 외모, 성적인 매력, 사회적인 요소(대인관계에서의 기술), 활력, 사회적 표현(치장), 섹슈얼리티 등이다.
저자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경제 자본, 문화 자본, 사회 자본의 항목이
시대착오적인 주장일지 모른다며 당당하게 자신의 ‘매력자본’을 피력한다.
(부르디외는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사회학자 중에 한 사람이다. 그만큼 유명한 학자이리라.)
부르디외를 가르켜 그가 관심을 잘못 기울여서 연구를 했을 거라고 비난하다니.
이 부분에서 저자의 강한 자신감에 반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학자는 그렇게 자신의 논문에 힘을 싣겠거니 하고 읽어내려 갔다.
‘4장 매력 자본은 어떻게 마법을 일으킬까?‘에서는 두 자매, 이사벨과 파멜라의 경우를 들어서 ‘매력 자본’의 힘을 설명한다.
같은 집에서 자란 두 자매의 인생이 현재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이 경우를 들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하킴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경우이면서도, 그의 주장이 늘 반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는 극적으로 다른 두 사람의 현재 모습은 두 자매의 매력 자본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같은 가정환경에서 성장했고 같은 학교를 다녔고 둘 다 석사 학위를 땄기에 인적 자본 요소에는 거의 다른 점이 없다고 설명한다.
나는 여기에 반론을 하고 싶다.
부모의 사랑, 주변의 관심과 같은 인적 자본의 요소를 ‘양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질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부모들은 대부분 자신의 모든 자녀에게 똑같이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p.142)라 하였지만,
막상 좀 더 예쁜 아이쪽으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주장처럼- 결과적으로 ‘매력 자본’의 영향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이 부분은 굉장히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것.
사회학의 거장 부르디에가 왜 ‘매력 자본’이라는 것을 발견하지도, 굳이 명명하지도 못했을까.
아마 다른 자본과 구별해내기가 힘들어서가 아닐까.
크게 여덟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 중 ‘2장 욕망의 정치학’은
하킴의 속내가 가장 드러나는 장이자 다소 지루한 장이라 할 수 있다.
주장하고 싶은 한 가지를 위해 많은 수치와 통계 자료들을 분석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이 ‘논문’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가장 잘 깨달을 수 있었던 부분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많은 매력 자본을 가지고 있으나, 남성들이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 개략적인 주장이다.
개인적으로는 ‘3장 억압받는 매력 자본’이 제일 좋다.
저자는 미국 등지에서 발발한 ‘급진적인 페미니즘’이 페미니즘을 대변하는 것처럼 널리 퍼져나가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프랑스 등지에서 일어나는 페미니즘이 덜 모순적이고 덜 피해망상적이라고 설명한다.
나 역시 읽으면서도 수긍을 했다.
간혹 ‘진취적인 페미니스트’를 표방하면서 스스로를 무채색 옷에 파묻고는
‘외모를 가꾸는 것은 죄악’처럼 행동하는, 괴상한 페미니스트들이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나 다른 사람을 쉽게 설득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부분이 좋았던 것은 읽으면서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의 갈피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의 페미니스트들의 활동과 미국에서의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을 비교해보자는 것이 현재의 계획이다.)
나는 사회학이나 인문학에는 취약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꽤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누구나 한번쯤 의문을 가졌을 법한 현상에 대해 ‘매력 자본’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점,
일상이나 영화에서 발견했던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깨보여준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끝까지 주의를 잃지 않았고 더 나아가, 앞으로의 독서 방향을 잡을 수 있어서 유익한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모쪼록 캐서린 하킴이 이 이론을 발전시켜서 더 많은 정보들을 제공한다거나, 명확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내주었으면 한다.
자신이 가진 장점, 그것이 바로 ‘매력’이 될 수 있게 우린 더 똑똑해져야 한다.
갈색 머리의 노마진 베이커란 소녀가 ‘마릴린 먼로’라는 금발의 섹스심벌로 유명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