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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 한 호흡 한 호흡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상 회복 에세이
이아림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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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틈틈히 읽기 좋은 책. 카카오 브런치에서 연재 시작하시던, 금상 수상작.

작가는 이 에세이를 '삶의 수많은 가능성에 압도당하는 누군가에게' 바친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지만 책을 덮으면서 작가가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는지 음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매우 고마웠다.
나 또한 알게 모르게 스스로 '모든 가능성을 가능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강박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었다. 이뤄내야 할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이 무수히 많은 가운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하며 헤매고 있었다. 내가 의식하고 있는 나의 가능성으로부터 쫓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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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게 이 책은 숨쉬는 법부터 다시 배우라고 한다. 왜? '숨'에조차 양질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깨에 힘을 빼라고 한다. 나도 모르게 움츠려들어버린 삶을 향한 나의 자세를 '자꾸 알아차리고'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겸허함에 대해 알려준다. 인내를 가지고 단계를 밟아야 하니까, 시간을 쌓아가라고, 멀리 오래 돌아가는 길도 괜찮으니까.
이 밖에도 좋은 내용이 많으니 숨을 고르고 싶으시다면 읽어보시길. 읽어봤다면 다시 한번, '읽기 전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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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함 :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태도가 있다.
관조 : 참다운 지혜의 힘으로, 낱낱의 사물이나 그 이법을 분명하게 통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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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마음에 들었던 표현 : 눈치를 본다는 표현은 항상 부정적으로 다가온다만, '조심조심 몸의 눈치를 봐가며' 늘리고 조이고 비튼다는 작가의 표현이 마음에 무척 들었다.
소중한 내 몸인데 한 번도 몸의 눈치를 봐준 적이 없다. 피곤해도 늦게까지 안자고, 배부른데도 더 먹고, 허리가 아프다는 데도 바로 앉지 않으며 계속 무시했다.
상사 눈치, 부모님 눈치 말고 몸의 눈치를 봐가며 산다면 분명히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가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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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에조차 양질의 차이가 있음에 주목했다. 숨은 마음의 투영이다. 초조함에 숨이 가쁘고, 다급함에 숨 넘어간다. 쫓기는 마음에 숨이 막히고 놀란 마음에 숨이 멎는다. 그리고 구원된 마음에야 비로소 숨이 트이는 것이다.
요가가 가르쳐주는 것, 그것은 이 한숨, 한숨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이렇게 숨 쉬는 법부터 배우고 있다.
매 숨이 연습이다.
우리의 태도에 따라 과거는 짐이 되기도 하고 발판이 되기도 한다.
요가를 통해 깨달은 것, 그것은 어떤 몸이든 오랜 수련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모든 건 과정 속에 있다.
그러므로 내 몸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타인의 몸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조심조심 몸의 눈치를 봐가며 늘리고 조이고 비틀고 그러다 보면 다시 가뿐해지는 것이다.
나만이 느끼는 내밀한 기쁨, 열정, 두려움, 환희를 허투루 흘려 보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한결같이 ‘절대로 엄마처럼 안 살거야‘라고 생각했고, 어머니는 당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딸이 멀어져가는 것을 원망했다. 한 많은 어머니의 인생은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어머니를 나는 싫어했다.
내 앞가림도 벅찬 나날 속에서 나는 우리의 어긋난 틈을 애써 외면해왔다.
나는 또 엄마의 고생을 외면하면서 푸념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하는 것이다.
아빠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돼야지 생각한다. 고요한 방, 홀로 매트 위에서.
노력은 쌓인다. 오리무중에 빠질수록 자신이 쌓아온 그 결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답은 불현듯 찾아올 테니까.
문제는 이겨먹고 싶은 마음의 함정이다. 정말 쓸데없는 것들에까지 경쟁심을 느낀다. 뭘 이겨먹고 싶은 걸까.
"당신은 대답할 의무가 없다"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낄 때 이야기해주자. 이해란 원래 시키는 게 아니라 (잘못한 쪽에서) 하는 것이다. 혼자 애쓰고 바보가 되지 말자.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독서의 묘미.
오로지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읽고, 읽고, 또 읽고. 고독하게 더듬으며 읽어가야 한다. 완전히 새로워지기 위해, 읽기 전으론 돌아가지 않기 위해.
suhka dukha
산스크리트어로 각각 좋은 공간과 나쁜 공간을 의미하는 데, 전통 요가는 수카보다 두카를 우선한다고 했다. 둑을 터서 물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흐르게 하는 농부처럼 허약하거나 경직된 부분(두카)를 발견해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럼 우리의 심신은 자연히 수카 상태에 이르게 된다.
더하지 않고 빼는 것, 취하지 않고 버리는 것, 만들지 않고 비우는 것, 그러면서 자유롭고 새로워지는 것. 이것은 삶의 이치와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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