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씨의 '시대의 우울'을 너무나 재밌게 읽었던 터라 기대가 높았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책.
그녀의 전작 '시대의 우울'은 기행문적 성격과 감상문적 성격을 조화롭게 어우른 최고의 에세이였다. 하지만 이 책은 대학 교양수업 시간에 어울릴만한 작품 해설과 필자의 주관적 감상이 미묘하게 어그러지는 애매한 글이었다.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그녀의 감각적인 도회적 감수성은 여전했고,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은 편안하고 다정했다. 톡톡 튀는 발랄함이 아니라, 화가의 입장에서, 그 시대 속에서, 그 감정 속에서 그림을 느끼고자 하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정보의 나열에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느낀 감상을 전달하고자 하는 그녀의 모습만큼은 언제나 마음에 든다.
... 그림을 보는 지금 나를 숨막히게 하는건 바로 그 시선이다.
누군가, 언젠가 그녀를 쳐다보았겠지.
그토록 사랑스럽게 그토록 뜨겁게......
그런 애틋한 시선을 한번도 받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살아있다는 것의 기쁜과 허망함이 내안에서 교차된다.
아쉽고도 안타까운 순간이다.
이 그림의 모델은 누구였을까?
그러나 지금은 그녀도 죽고 그도 죽고...
오로지 화가의 따뜻하면서도 잔인한 시선만 남아 있는 것이다...
-본문 중-
그 시선이 우리의 기억 속에 희미한 인상만으로라도 남아있을 수 있다면, 글쓴이는 분명히 기뻐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