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아저씨네 과일가게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 인문학동화 4
신영란 지음, 김성희 그림, 김신 도움글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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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문학 동화란 게 무엇일까 궁금했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 아이들(?)만큼 위인전을 즐겨 읽지 않는 듯 하여 억지로라도 위인전 읽기, 위인 조사 등의 과제를 내곤 했다.
소위 거장들의 삶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일부러 찾지 않는 아이들에게 이런 시리즈의 기획은 분명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
피카소를 과일가게 주인 아저씨로 설정하고, 주인공 미루의 멘토가 되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주고 미루의 생각과 생활의 변화를 이끌어내주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여러 인성 덕목을 내면화시킬 수 있는 책. <피카소 아저씨네 과일가게>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라. /남과 비교해서 상처받지 마라./나의 가치를 말해주는 건 나 자신뿐이다./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으로는 진실을 알 수 없다./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진심은 말로 표현해야 전해진다./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목차만 봤을 땐 초등학교 중학년 학생들에게 막연하게 여겨질 수 있겠다 싶었는데, 요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가정, 친구의 모습, 혹은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주변 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생활 소재들을 다루어 전개된 이야기들 속에서 위 조언들이 훨씬 구체적으로 마음에 와닿는 듯 하다.

시리즈의 앞 권인 공자, 마더 테레사,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는 이야기도 읽어보면 좋을 듯~


201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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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일을 시키는 건 반칙이에요 - 불평등 이상한 지구 여행 1
장성익 지음, 송하완 그림 / 풀빛미디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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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책.


책을 읽기도 전에 찾아드는 한없는 슬픔.


아이들에게 반칙을 일삼는 어른들과 차가운 세상을 대면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겁나는 일이었다.


채찍을 맞는 아이들, 살인 기계가 된 아이들, 쓰레기통을 뒤져야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아이들, 돌을 깨는 손이 돌처럼 단단해져가는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꿈을 묻는다는 것은 매우 잔인한 일이 아닐까? 불평등은 노동을 착취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이 살던 땅 전체를 잠식하고 있다. 환경불평등. 자신들의 부를 위한 개발에 눈이 먼 부자 나라, 부자 사람들은 가족들과 최소한의 것을 소비하며 함께 어울려 사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던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 삶의 터전을 떠나게 했다. 또한 여전히 나와 다른 사람, 나와는 멀리 있는 사람들 차별하는 못된 사람들의 외면 속에서 착하고 따뜻했던 사람들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불평등이란 커다란 괴물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나 한걸까?


책의 끝부분에 저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하고 있다.


 


'이상한 지구여행 시리즈'라는 취지에 걸맞게 잘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문제의식을 심어주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던지는 책.


20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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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사서 길벗어린이 저학년 책방 12
가와하라 마사미 원작, 우메다 슌사쿠 글.그림, 고대영 옮김 / 길벗어린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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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 반에는 휠체어를 탄 아이가 있다.


다른 아이들이 돌아가며 이 아이의 휠체어를 밀어주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아 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것은 오직 불편할 뿐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활 속에서 익히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의 마음이 맑고 고와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휠체어를 탄 사서>라는 책에서 그런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마사후미, 이치로, 겐타는 공부에는 좀 자신이 없어도 밝고 명랑한 성격의 친구들이다.


'휠체어를 탄 사서'인 가와하라 선생님을 처음 보고도 휠체어가 멋지다고 말하며 선생님이 장애인이냐고 천진난만하게 묻는 아이들... 처음 만났던 우리 반 아이들과 어쩐지 비슷해보였다.


서로 단짝인 삼총사들은 가와하라 선생님을 만나면서 책을 읽는 것, 책을 좋아하는 것, 존재를 사랑하는 것, 다른 사람을 돕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진짜 행복한 삶을 깨닫게 된다.


선생님의 삶이, 선생님이 해주는 이야기가 세 아이들의 마음에 깊게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 참 따뜻하고 아름답다. 흰색, 검정색, 붉은 색 만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삽화도 따끈따끈한 느낌으로 자리한다.


우리 반에서 함께 공부하는 휠체어를 탄 아이는 아직 한글을 다 익히지 못해 그림으로 책의 이야기를 만난다. 한글을 다 익혀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고 더 많이 상상하여 가와하라 선생님 같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는 멋진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이 아이를 성실하게 보듬어주는 다른 아이들도 가와하라 선생님과 삼총사 같이 누군가의 마음에 감동을 선사하는 좋은 이야기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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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퉁불퉁한 날들 - ★공고 별별학생들과 함께한 교단일기
    조혜숙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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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년간 교단일기를 썼었다. 나의 교육활동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의욕도 있었지만, 글을 통해 교직생활에서의 심리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울퉁불퉁한 날들>이라는 교단일기를 쓴 선생님의 말처럼 나 역시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교단 생활에 더욱 요령이 생겨서인지 일기를 쓰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어버렸다. 조혜숙 선생님의 교단일기를 읽으며 많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의 일기를 되돌아보고, 나의 아이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보다 앞서 지난 ‘울퉁불퉁했던 날’들이 나를 찾아왔다.


    저자의 일기를 보며 나 역시 내가 만났던 선생님들을 떠올렸다.


    그들도 그랬겠구나...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실업계 고교로 진학해야 했던 나는 이내 내 선택을 후회했고 이후 3년을 절망과 싸워야 했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도 가정형편보다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이 실업계 고교에 진학하는 사례가 많았고, 실업계 고교 재학생은 공부 못하는 학생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던 때였다. 그런 학생들이 모인 학교에서 나는 특이한 사례였다. 중학교에서도 전교 상위 5%내의 성적대였던 나는 인문계고교 진학과 대학등록금까지 지원해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해야 할 정도로 가난한 집 자식이었다. 가족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선택한 학교. 학교는 기존의 편견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 편견 속에 갇힌 내가 열등감 덩어리가 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고, 그런 학생들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던 교사들도 뭔가 의미있는 것을 가르칠 의욕이 없어 보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떤 선생님은 우리를 ‘쓰레기’라고 불렀다. 나는 ‘쓰레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책상 위에 엎드려버렸다. ‘쓰레기통’에 갇혀있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울퉁불퉁한 날들>에서 묘사되는 남학교에 비해 교사들이나 학생들의 사정은 나은 편이었다. 그래도 1학년 때 우리반에서만 중도에 학교를 그만 두거나 정학을 당한 이가 모두 8명, 1학년만 통틀어 40여명이 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받은 아이들이 약간은 불량하다고 속으로 생각은 했지만 그 처벌은 꽤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교사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미건조하거나 혹은 잔인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나마 모범생과였던 나도 선생님들과 시비가 붙으며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로 ‘버릇없다’는 소리를 듣었다. 학교 가기가 싫었다. 지각도 잦았고, 가끔은 수업도 들어가지 않았다. 졸업을 며칠 앞두고는 학교를 나가지 않았다.


     


    책을 읽는 내내 깊이 공감하는 한편 매우 불편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시간들을 여행하는 기분이랄까.


    실업계 고교를 졸업했고, 대학 입시와 상관없는 교육과정을 이수했지만... 본래 공부하는 일이 괴롭지(?) 않았던 덕에 무난하게 나름 인지도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나의 출신 고교를 알게 된 사람들은 한결같이 ‘고등학교 때 정말 열심히 공부했구나’라고 반응했다. 실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는데도 공부 못하는 학생이 정말 죽어라 공부해서 이만한 대학에 들어왔다는 편견과 부딪치면서 나는 내가 어느 학교를 나왔다는 말을 어지간하면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아이러니하게 실업계 고교로 교육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다시 몇 년 전의 나처럼 심심하고 담담한 눈빛을 하게 된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때 내가 그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방법은 결국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지만, 그 아이들의 미래가 어떨지 확신할 순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보단 훨씬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긴 사연이 있지만 어쨌든 다니던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교육대학을 들어가 졸업했다.)


    교사가 되기까지 숱한 고민의 시간들을 견뎌야 했다. 선생님을 믿지 못했던 내가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소위 버릇없고 예민하다는 아이들을 내가 다 보듬을 수 있을까?


     


    조혜숙 선생님의 일기를 읽으며... 어쩌면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이 분 같은 선생님이 계셨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를 바라보며 소망을 품고, 꾸준히 응원을 보내던 분이 분명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의 그런 마음까지 헤아릴 만큼 마음엔 여유가 없었고, 상처투성이었다. 나도 그랬고, 함께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도 그랬다. 모두가 ‘막돼먹은 애들’이었던 건 아니었다. 다음 학기 등록금이 없어 눈물을 글썽이던 친구, 부모님 호강시켜주고 싶다던 친구, 취업 턱으로 밥 한끼 사며 웃어보이던 친구, 취업을 하고 야간대학에 가서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던 친구, 더이상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다며 담담하게 오늘 자퇴할 거라고 말했던 친구, 실업계 학교에 온 덕에 등수가 중학교 때보다 많이 올랐다며 뿌듯해하던 친구...


    아이들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로 다시 아이들 가슴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던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따뜻하게 말을 건내고 ‘넌 잘 할 수 있을거야’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하던 선생님들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이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도 분명 따뜻함을 느꼈을 것이고, 조금은 더 힘을 냈을 거라 믿는다.


     


    이 교단일기를 읽고 뭔가 거창한 대안 따위를 운운하고 싶진 않다. 그저 현재 우리 주변의 보듬어줘야 하는 학생들, 편견보다는 따뜻한 어루만짐으로 다가가야 하는 학생들의 삶을 많은 사람들이 돌아보고 알아봐주길 바란다.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며 애쓰는 선생님이 있음을 알았으니 그의 글을 읽고 마음으로나마 힘을 보태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리라.


     


    선생님의 간결하고 재치있는 글솜씨와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여전히 아이답고 순수한 면들을 간직한 학생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덕에 순식간에 읽어버린 책. 처음엔 간단한 서평을 쓰려고 했는데... 불편했던 마음, 안타까웠던 마음, 옛 생각 등이 줄지어 찾아와 결국은 정리되지 않은 개인적인 생각만 잔뜩 쓰게 된 듯. ^^;


    201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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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캠프에서 무슨 일이? 어린이를 위한 멘토링동화 1
    고정욱 지음, 이광익 그림, 오지섭 도움글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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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석이는 기대 반 두려움 반 여름캠프를 앞두고 자신이 집을 비우게 될 것을 염려해 금붕어에게 먹이를 잔뜩 주고 만다. 그 바람에 금붕어가 죽었지만, '그깟 금붕어 한 마리' 다시 사면 사는데 여름캠프를 앞 둔 우석이를 혼내는 엄마가 야속하다. 여름캠프 장소에 도착한 우석이. '촛불 체험', '담력 훈련' 이야기로 들떠있다, 손가락이 잘려있는 교관장 선생님을 만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물놀이를 간 아이들, 우석이는 시체를 발견하고...


     



    초등학교 5학년때였나. 극기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로 체험학습을 간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당시 같은 학교 6학년 언니가 물놀이를 하다 익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혼비백산인 가운데에서도 그 언니의 몸이 매우 하얗고, 입술은 짙은 보랏빛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일이 있은 후에도 한참동안 그 사건과 관련된 공포 이야기가 아이들 사이에 떠돌았었다. 나 역시 그 생각으로 잠 못 이룬 날이 여러 날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 상황에 대해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물에 대한 두려움만 더 깊어졌다.


     



    <여름캠프에서 무슨 일이>에서 교관장 김홍석 선생님은 캠프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기로 한다. 그는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었다. 산악인으로서 조난당한 경험, 동료의 죽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했고, 아이들도 각자 죽음에 대한 자기 생각을 나누었다. 그리고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촛불 의식’ 대신 ‘입관 의식’에 참여한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있다는 것,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다는 것, 밥 먹고 숨쉬는 것, 모든 것이 기쁨이고 행복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답답했습니다. 영원히 그런 걸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엄마와 우진이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둠 속에 갇혀 있었을 아빠가 불쌍해졌습니다.


    “흑흑흑......”


    우석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더 이상 주위의 어둠은 그냥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살기 위하여, 즐거운 삶을 누리기 위하여, 행복하기 위해서 없애야 할 어둠이었습니다. 이제 관 속의 어둠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물리쳐야 할 것이 되었습니다. 이제 관 뚜껑이 열리면, 우석이는 정말 달라진 삶을 살 자신이 있었습니다. 빛, 즉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우석이는 손으로 눈물을 닦았습니다. (90-93) ]


     



    어쩌다보니 죽음을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목격한 경험이 또래에 비해 많았던 나. 분명 죽음은 두려운 것이었다. 그리고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어느 날은 죽음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다가도 어느 날은 몸서리치게 공포스러웠다. 삶이 힘겹게 여겨질 때면 ‘죽으면 그만’이라는 체념이 한숨과 함께 묻어나왔다. 살면서 죽음을 지켜본 적은 많았지만, 누구에게서도 죽음에 대해 배운 적이 없고, 살아 남은 자의 삶에 대해 조언을 들은 바도 없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깊은 하천이 있던 동네에 살았는데, 해마다 익사 사고가 있었다. 응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유난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전혀 몰랐던 사람의 죽음, 가족의 죽음, 친구의 죽음, 존경했던 분의 죽음. 나이가 들어, 병으로, 사고로, 그리고 자살로... 죽음을 맞았던 이들이 꽤 많이 주변에 있었다. 매번 슬퍼하면서 뭔가 깨달음도 있었을 것이다. 죽음의 의미를 여러 차례 생각해야 했던만큼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나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이런 식으로 많은 죽음을 목격해야만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100여쪽도 안되는 작은 책, 어렵지 않은 문장과 짧은 에피소드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전해준다. 나도 가끔 아이들에게 내가 목격한 죽음 이야기를 하곤 한다. 우리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내 삶만큼 너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하며 살다 보면 모두가 행복해질거라는 믿음에서다. 죽음을 다룬 그림책, 아동 도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책들을 여러 권 읽어봤지만, 초등학교 중, 고학년 학생들에게 이보다 삶의 의미를 잘 전해줄 수 있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멘토링 동화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이후에 출간될 ‘학교폭력편’, ‘외모편’, ‘생명존중편’, ‘자존감편’도 꼭 챙겨 읽어보리라.


    201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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