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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캠프에서 무슨 일이? ㅣ 어린이를 위한 멘토링동화 1
고정욱 지음, 이광익 그림, 오지섭 도움글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7월
평점 :
우석이는 기대 반 두려움 반 여름캠프를 앞두고 자신이 집을 비우게 될 것을 염려해 금붕어에게 먹이를 잔뜩 주고 만다. 그 바람에 금붕어가 죽었지만, '그깟 금붕어 한 마리' 다시 사면 사는데 여름캠프를 앞 둔 우석이를 혼내는 엄마가 야속하다. 여름캠프 장소에 도착한 우석이. '촛불 체험', '담력 훈련' 이야기로 들떠있다, 손가락이 잘려있는 교관장 선생님을 만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물놀이를 간 아이들, 우석이는 시체를 발견하고...
초등학교 5학년때였나. 극기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로 체험학습을 간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당시 같은 학교 6학년 언니가 물놀이를 하다 익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혼비백산인 가운데에서도 그 언니의 몸이 매우 하얗고, 입술은 짙은 보랏빛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일이 있은 후에도 한참동안 그 사건과 관련된 공포 이야기가 아이들 사이에 떠돌았었다. 나 역시 그 생각으로 잠 못 이룬 날이 여러 날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 상황에 대해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물에 대한 두려움만 더 깊어졌다.
<여름캠프에서 무슨 일이>에서 교관장 김홍석 선생님은 캠프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기로 한다. 그는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었다. 산악인으로서 조난당한 경험, 동료의 죽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했고, 아이들도 각자 죽음에 대한 자기 생각을 나누었다. 그리고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촛불 의식’ 대신 ‘입관 의식’에 참여한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있다는 것,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다는 것, 밥 먹고 숨쉬는 것, 모든 것이 기쁨이고 행복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답답했습니다. 영원히 그런 걸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엄마와 우진이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둠 속에 갇혀 있었을 아빠가 불쌍해졌습니다.
“흑흑흑......”
우석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더 이상 주위의 어둠은 그냥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살기 위하여, 즐거운 삶을 누리기 위하여, 행복하기 위해서 없애야 할 어둠이었습니다. 이제 관 속의 어둠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물리쳐야 할 것이 되었습니다. 이제 관 뚜껑이 열리면, 우석이는 정말 달라진 삶을 살 자신이 있었습니다. 빛, 즉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우석이는 손으로 눈물을 닦았습니다. (90-93) ]
어쩌다보니 죽음을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목격한 경험이 또래에 비해 많았던 나. 분명 죽음은 두려운 것이었다. 그리고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어느 날은 죽음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다가도 어느 날은 몸서리치게 공포스러웠다. 삶이 힘겹게 여겨질 때면 ‘죽으면 그만’이라는 체념이 한숨과 함께 묻어나왔다. 살면서 죽음을 지켜본 적은 많았지만, 누구에게서도 죽음에 대해 배운 적이 없고, 살아 남은 자의 삶에 대해 조언을 들은 바도 없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깊은 하천이 있던 동네에 살았는데, 해마다 익사 사고가 있었다. 응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유난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전혀 몰랐던 사람의 죽음, 가족의 죽음, 친구의 죽음, 존경했던 분의 죽음. 나이가 들어, 병으로, 사고로, 그리고 자살로... 죽음을 맞았던 이들이 꽤 많이 주변에 있었다. 매번 슬퍼하면서 뭔가 깨달음도 있었을 것이다. 죽음의 의미를 여러 차례 생각해야 했던만큼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나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이런 식으로 많은 죽음을 목격해야만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100여쪽도 안되는 작은 책, 어렵지 않은 문장과 짧은 에피소드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전해준다. 나도 가끔 아이들에게 내가 목격한 죽음 이야기를 하곤 한다. 우리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내 삶만큼 너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하며 살다 보면 모두가 행복해질거라는 믿음에서다. 죽음을 다룬 그림책, 아동 도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책들을 여러 권 읽어봤지만, 초등학교 중, 고학년 학생들에게 이보다 삶의 의미를 잘 전해줄 수 있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멘토링 동화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이후에 출간될 ‘학교폭력편’, ‘외모편’, ‘생명존중편’, ‘자존감편’도 꼭 챙겨 읽어보리라.
2012.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