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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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읽어본 현대일본소설 중 가장 마음에 든다. 하긴 일본소설이나 영화가 취향이 아니라서인지 금각사를 제외하면 현대로 국한할 것도 없겠다. 재미있고 구성도 빈틈없고 군더더기 없다. 딱히 심리묘사가 뛰어난 편도 아닌데 인물의 감정이 잘 전달된다. 생각할 거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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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사회 - 인간 사회보다 합리적인 유전자들의 세상
이타이 야나이 & 마틴 럴처 지음,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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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타이 야나이와 마틴 럴처의 <유전자 사회>"비전공자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아마존평과는 다르게 쉬운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비전공자가 시작하기에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하다. 암에 대해 설명하는 1장에서 유전체-염색체-유전자-DNA사슬-ATCG염기배열의 관계를 인간의 언어와 책으로 비유하여 잘 설명한 부분만 봐도 알 수 있다. 유전체, 유전자와 같은 용어와 그 관계를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형태인 책과 비교하여 정리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그 후에 진행되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쉬웠다. 전개하는 순서도 효과적인데 예를 들자면, 11"텍스트를 뒤엎는 오타" 에서 암을 텍스트의 오타라고 설정 후, 모든 용어를 텍스트에 맞추어 설명하고, 그 다음 유전자에서 실수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이해시키기 위해 복제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암의 '오타'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이런 모든 전개에서 도표 또한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어 전문 분야를 이해하기 힘든 비전공자들이 유전자 분야를 접하는데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인 이타이 야나이와 마틴 럴처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그 영향으로 인해 전공을 바꾸어 유전자를 연구했다고 한다. <이기적 유전자>에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문제점인 유전자의 의인화가 <유전자 사회>에서는 좀 더 확장되어 공동체 형태로까지 적용된다. 하지만 의인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보단 유전자의 기작을 설명하는 하나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유전자 사회>는 상당히 효과적인 책이라고 본다. 뇌와 마찬가지로 유전자 또한 인체에서 아직 거의 밝혀지지 않은 영역에 속한다. 미지의 영역을 들어설 때 이러한 가설적 프레임이 편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문제점도 있지만 더 쉽게 접근하여 나아갈 수 있는 도구적 역할을 하는 것도 분명하다. 특히 비전공자의 입장에선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의 저자들이나 전공자들에게는 이러한 관점으로부터의 적당한 거리와 비판이 필요하겠으나 나와 같은 비전공자 독자로서는, 너무 심각하게 유전자를 공동체적으로 바라보지만 않는다면, 어려운 내용에 접근할 비유가 주어졌으니 반가운 일이다.

 

<유전자 사회>는 유전자를 공동체적 관점에서 보면서 암, , 개인별 유전적 차이, 인간과 동물 등과 같은 흥미로운 주제들을 하나씩 짚어간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지 않았어도, 유전자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유전자 사회>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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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과학 - 올림픽을 점령하라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7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엮음, 김일선 옮김 / 한림출판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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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물론일 것이고, 나처럼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과학도서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단연 인지과학이다.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의 근간으로 삼는지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살펴보는 것은 언제나 신선하고 즐거운 일이니까. 결국 나의 관심은 인간, 즉 나인 것이다. 이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든 궁금증도 같은 맥락이다. 인간의 신체를 한계점까지 몰아붙이는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전 세계가 자본주의의 원리로 움직이는 이 시대에, 엄청난 돈이 오가는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연구가 얼마나 우리의 단면들을 드러내고 있을까?

 

목차를 보면 스포츠 과학이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것을 알 수 있다. 1장의 제목에는 무려 심리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강한 호기심을 일으킨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어지는 것은 뇌와 유전자를 다루는 2장부터이다. 3장 약물과 도핑에서는 과학 기술의 영향 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4장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NFL 선수들의 충돌 증후군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들을 다루었고, 5장에서는 프로선수들의 부상 뿐 아니라 우리 의료기술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6장 장비에서는 수영복에 관한 재미있는 역사를 읽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의족 육상 선수 피스토리우스에 관한 기사였다. 인간 신체의 범위는 무엇인지, 원형경기장에서 시작하여 로봇과 가상현실까지 스포츠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지가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임을 실감케 했다.

 

마음같아선 기사의 내용을 자세히 짚어가며 기사가 불러일으킨 생각들을 토론하듯 던지고 싶지만 그러다간 서평이 스포일러가 되겠다. 이 책은 읽고 나서 독자의 취향에 따라 기사에 언급되는 스포츠 이슈들에 대해 대화할 수도 있고, 과학적으로 논란이 되는 점들을 토론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도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 책을 읽는 내내 스포츠 과학이 훈련 강도에 따른 체내 화학물질 분석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한 나의 배경지식과 상상력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실감했다Scientific American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과학 기사가 실리는 미국 대중 과학 잡지이며,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07 스포츠의 과학>은 01_사이버 해킹으로 시작하는 8권의 한림SA시리즈 중 7번째에 해당된다. 책을 덮고 나니 문득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은 어떻게 내 예상을 넘어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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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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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완독. 프레드릭 배크만의 앞 선 두 소설처럼 책 잡은 자리에서 가볍게 뗄 수 있고,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을 중심으로 다루며, 주변 사람들을 통해 그를 이해하고 따뜻함을 느끼도록 구성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스토리 면에서 제일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내 주변에서 듣고 본 사례들과 브릿마리의 성장과정이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 많은 걸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동 및 청소년은 가정폭력이나 방치를 의심하고 주변에서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각종 기작들이 작용하는 방식이 흥미로우면서도 안타깝다. 갑옷은 우리를 지켜주면서도 움직임을 어색하게 하고 소통을 방해한다. 괴로움은 갑옷을 생성하지만 벗는 법은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갑옷, 가면, 페르소나는 어느 순간 자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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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브라이언 스티븐슨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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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올해 내게 온 책 중 최고의 책이며, 비문학 부분에선 아마도 지금껏 최고의 책일 것이다. 담겨있는 내용, 책을 덮고 난 후의 여파,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 뿐만 아니라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사로잡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작가의 역량 또한 굉장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Equal Justice Initiative라는 인권보호단체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변호사로, 20대 초반 어떻게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이 분야로 뛰어들었는지부터 가장 최근의 사례까지, 자신이 맡았던 의뢰인들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첫 장부터 에필로그까지 이어지는 월터 맥밀리언 케이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케이스가 소개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보도 자료와 통계치가 객관적으로 함께 제시되며 소설보다 더 허구같은 미국의 현실이 독자를 충격에 몰아넣는다.

 

브라이언 스티븐슨과 Equal Justice Initiative의 동료들이 변호한 의뢰인들은 저지른 죄보다 턱없이 높은 형을 구형받은 - 주로 사형과 가석방없는 종신형을 받은 - 흑인들과 가난한 백인들이다. 수백명이 변호를 요청하지만 인권변호단체의 인력 부족으로 고르고 고른 의뢰인들인지라 사례들이 모두 기구하고 극적이다.  모두 실화이기 때문에 각 사례가 사형이라는 비극적인 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아 어떤 소설 못지 않게 글의 흐름이 긴박감을 가진다. 저자가 성공적인 변호사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각 사례를 교차하며 제시하는 순서나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어서 내용의 무거움을 잊고 어느새 여러 페이지를 순식간에 빠져 읽고 있게 된다. 사례 도중도중 관련 통계치를 삽입하여 제시하는데 이 타이밍 또한 매우 적절하여, 통계치가 지루하기는 커녕 각 사례에 이미 사로잡혀 있는 독자로서는 숫자로 나타난 현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문학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시적인 비문학에 비해, 주제가 좀 더 함축적으로 플롯에 통합되어 제시되며, 더 다양한 층위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비문학의 냉철한 진실 폭로와 더불어 이러한 문학의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특히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되는 월터의 케이스와 그 이후를 보면 한 사건이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삶의 모든 것을 관통하는지, 영화에선 전부처럼 그려지는 재판 승소 여부가 실제로는 얼마나 지엽적인 문제인지, 공포와 혐오와 편견 등과 같은 감정이 개인의 심리에 또는 집단의 심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 곱씹어 볼 때마다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 여기에서 한번 더 작가의 역량을 느낄 수 있다. 이 사례의 속성상 작가가 이 모든 것을 전부 조금씩이라도 명시하여 언급하는 것조차 불가능할만큼 담겨있는 의미가 다층적이다. (사실 우리의 삶이 다 그렇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를 다 언급하지 않더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생각해 볼 거리가 다양하도록 글이 뛰어난 것이다.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이러한 역량은 물론 그의 필력에도 기인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문제들이 그에게는 대상이라기보단 몇십년간 직접 살아온 그의 인생 자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Just Mercy이다.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인간다운 자비심이 있다면, 다른 인간에게 이러한 일을 계속할 수도, 이러한 일이 계속 이루어지도록 방치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것들은 미국 현실만도 아니고, 인종문제만도 아니고, 사법체계 얘기만도 아니며, 빈부격차의 문제만도 아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많은 부분에서 우리나라가 떠오른다. 아마도 세계의 많은 곳에서 Just Mercy에서 자신들의 사회와 닮은 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이 시대의 양심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에 대해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많이 소개하여 현재 읽고 있으며, 몇몇 친구들은 내가 선물로 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을 우리에게 선물한 브라이언 스티븐슨에게 존경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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