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비판적인 사회학자의 말대로 인간을, 단순하고 기계적인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12쪽
당초에 나(폴 크루그먼)는 이 책을 어느 정도 당파적인 입장에서 써야겠다고 구상하였다.... 심오한 경제사상과 전매 특허 상표를 붙인 경제적 비방(秘方) 사이에, 교수와 정책 기획가 사이에 침범하면 안 될 파울 라인을 설정하는 일이 좌파와 우파 사이를 구분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14쪽
개별적인 기업과 가계의 합리적인 행위가 쌓여 어떻게 경기 후퇴라고 하는 비극으로 창출되는가 하는 데 대한 케인즈 학파의 설명은 무서울 정도의 아름다움을 띠고 있다-15쪽
"마법의 경제(magic economy)" 미국의 언론인 Tom Wolfe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세대에 걸친 미국 경제를 이렇게 말하였다. 그 30년 동안 표준 노동자의 실질 수입이나 표준 가계의 실질 소득, 자본 당 소비 규모가 두 배로 되었다. (그러나 1973년에 그 마법은 사라져 버렸다-에너지 위기oil shock와 스태그플레이션) -17쪽
왜 미국 경제에서 마법이 사라져 버렸는가? 궁극적인 해답은 모른다는 것. 문제는 "모른다"는 말이 그리 고무적인 답변이 아니라는 점이다-19쪽
"경제학자"란 경제 문제에 관해 정기적으로 생각하고 글 쓰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지는 않다. 사실상 이 류(類genus) 개념에는 대학 교수와 정책 기획가라고 하는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두 종(種species)이 속해 있다-22쪽
정치가들이 교수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의사 소통이 안 되어서가 아니다. 다만 정치가들이, 각별히 다른 정치가들로부터 권력을 쟁취하고자 할 때, 듣고자 하는 바를 들을 수가 없어서이다. 그래서 정책 기획자들이 그 간격을 메우려고 나섰다.-25쪽
정책 기획가 : 교수도 정치가도 아닌 새로운 계측의 일원으로서, 사상과 정책의 상호 작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다온 사람들. 정책 기획가인가 아닌가를 구분 짓는 것은 출신 경력이 아니라 누구를 대상으로, 무슨 말로 강연하느냐 하는 점이다. - 교수들은 대개 다른 교수들을 위해 글을 쓴다. - 정책 기획가는 오로지 일반 독자만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말을 한다. -26쪽
경제적 사실이나 기존의 경제 이론에 두루 해박하지 않다면 정책 기획가가 되는 것이 가장 쉬울 것이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바를 정말로 진지하게 말해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좌파든 우파든 대부분의 영향력 있는 경제 정책 기획가들은 전문 분야로서 경제학보다는 저널리즘이나 법학에 토대를 두게된다-28쪽
(폴 크루그먼은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를 대표적인 정책 기획가로 들었다. 물론 교수이지만) 갤브레이스는 하버드 경제학 교수이기는 하지만, 하계 동료들은 그를 '매스컴 명사(media personality)' 정도로 여겨서 한 번도 그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없다.-29쪽
갤브레이스는 정치와 경제학의 관계에 중요한 새 장을 열었다. 그는 최초의 경제학자 출신 명사(celebrity; 유명해져서 유명한 인물)였다.-30쪽
정치가들이 진정으로 정책 기획가들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한 것은 대중적 마법이 절실히 필요하였던 때, 바야흐로 1970년대에 이르러서였다-31쪽
(제1장에서는) 한 결정적인 영역에서 보수주의적 사고가 융성하게 된 과정, 즉 경기 순환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데 대해 회의주의가 만연하게 된 과정을 규명하고자 한다. -42쪽
경제학에서 해결 난망의 미스터리 1) 왜 경제 성장률이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는가 2) 경기 순환이 존재하는 이유-42쪽
케인즈의 분석은 심화되는 경기 후퇴를 통화 공급 확대 정책으로 치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50쪽
경기 후퇴에 대한 케인즈 학파의 기본적인 해답은 언제나 통화 확대에 있다... 재정 확대는 낮은 지출과 낮은 수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으니, 즉 "펌프에 마중물을 붓고" 경제의 운동을 재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는 정책 권고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통화 정책에서 평상적인 대증 요법이 실패하였을 때에만 사용될 수 있는 극약 처방이다. -51쪽
밀튼 프리드먼 Ⅰ: 통화주의 경기 후퇴는 민간 부문이 고정된 화폐 보유량을 증가시키려고 해서 일어났던 것이 아니라 통화량의 감소로 일어났다.... 통화 정책은 "길고도 가변적인 시차(long and variable lags)"를 갖는다고 주장... 이러한 '길고도 가변적인 시차'의 결과로서 경기 순환을 다스리기 위해 시행된 통화 정책이 사실상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54쪽
프리드먼의 제안은, 연방준비이사회가 어떠한 적극적인 통하 정책도 포기하고 대신 난방 장치를 일정한 간격으로 가동되도록 하는 방법과 비슷한 전략, 즉 통화 공급을 물가 안정 및 장기 경제 성장에 일치하는 비율로 일정하게 서서히 증가시켜 나가는 전략을 따르라는 것 -57쪽
경기 순환에 있어 통화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프리드먼의 주장은 "통화(money)"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58쪽
프리드먼은 사실 연방준비이사회가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원칙은 인정한다. 단지 그는 경제 자체라는 범위가 더 넓은 목표가 아니라 넓은 의미의 총통화량을 안정시키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59쪽
밀튼 프리드먼 Ⅱ : 스테그플레이션 케인즈 경제학에 따르면 경기 후퇴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주 쉬울 것 같다. 그저 돈을 더 찍어내서 상거래의 바퀴가 다시 회전하는 것을 보기만 하면 된다. 충분한 현금을 공급함으로써 경제를 높은 고용 수준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60쪽
통화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이유로서, 경제를 아주 정확하게 조종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완전 고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는 문제-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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