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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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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의 딸이 (감히) 사무치게 쓴 망부가.
그리고 이 소설을 읽는 팁!
따옴표에 실린 사투리는 꼭 입말로 읽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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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사계절 만화가 열전 2
최규석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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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닫으면서 느끼는 이 불편함은 무엇일까. 나는 최화백이 조금 나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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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 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절판


언어의 반대말은 '살'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모르기는 해도, 살 역시 악기나 연장의 작동 원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두려운 것은 이 '살'이 타인의 '살'과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그 대목을 나는 내가 힘이 있을 때 한번 써 볼 생각이다. 그러나 쓰지 못하면 또 어떠랴. 살은 언어의 영역이 아닌 것을.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 -25쪽

젊은 목수들의 연장은 아름다웠고, 그들의 망치질이며 톱질과 대패질은 행복해 보였다. 세상의 재료들을 재고, 자르고, 깎고, 다듬어서 이르켜 세우고 고정시키는 자들의 기쁨으로 그들의 근육은 꿈틀거렸고, 날이 선 연장들은 햇빛에 빛났다. 아아, 연필과 지우개는 죽어 마땅하리라......
<목수들의 일터에서 놀다> -27쪽

새해에는 대동여지도의 봉수 신호나 눈 쌓인 밤의 철길 위로 열차를 보내주는 수신호처럼, 다급하고도 아름다운 신호들이 당신들의 가슴에 도착하기 바란다.
<나의 떨림으로 너를 느낀다> -33쪽

▷ 오도송(悟道頌): 고승들이 부처의 도를 깨닫고 지은 시가.
▷ 대선사(大禪師): [불교]
1 선종에서 가장 높은 법계. 선(禪)을 수업하고 비구계, 보살계와 법랍 이십하(二十夏) 이상을 가진 사람에게 준다.
2 고려 시대의 선종의 법계 가운데 하나. 선종의 법계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으로 왕사의 아래, 선사(禪師)의 위이다.
3 조선 시대의 선종의 법계 가운데 하나. 도대선사의 아래, 선사의 위이다.
-34쪽

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 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불러 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 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 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35쪽

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은 깨어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다시 거리로 나아가기 위해 김 나는 밥을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을 이룬다. 이것을 넘겨야 다시 이것을 벌 수가 있는데, 속이 쓰려서 이것을 넘길 수가 없다. 이것을 벌기 위하여 이것을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 한다면 대체 나는 왜 이것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 그러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은가. 대책이 없는 것이다. -35쪽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 달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 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나는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
<밥벌이의 지겨움> -37쪽

나는 남자의 '특권'을 이 사회에 반납하고 싶다. 그리고 마누라보다 오래 살아서, 내 마누라가 죽을 때 마누라를 이 세상의 가장자리까지 배우해 주고 싶다.
<남자도 오래 살고 싶다> -43쪽

여자들의 표정이나 질감에 그 고향의 산천이 묻어나는 일은 신기하다....
저 어린 여고생의 무리들이나, 고향의 질감을 지닌 여자들이나, 도발적인 유혹을 뽐내는 대도시의 미녀들이나, 학습된 웃음을 웃는 북한 여자들 모두가 아직도 덜 자란 여자들일지도 모른다. 그 문화의 토양 전체 위에서 하나의 개별성에 도달한 여자가 성숙한 여자일 것이다.
<이런 여자가 아름답다> -45쪽

젖가슴은 구조나 대칭이나 질량이나 밀도의 문제가 아니다. 생명현상과 자연현상에 대한 인식없이 우리는 젖가슴의 본질을 논할 수가 없다.
당신들의 젖가슴은 단지 젖가슴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직립보행의 고난을 떠안고 있는 그 가슴을 이제 좀 편하게 해주기 바란다.
<가슴의 미학> -51쪽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젊은이들의 뒷모습을 볼 때 이 대도시 속에서 원시림을 느낀다. 두 발로 땅을 딛고 걸어 다니던 종족에 견주어 볼 때, 발바닥에 바퀴를 달고 미끄러져 가는 종족들의 세계는 얼마나 가볍고 경쾌한 것인가. 그래서 인라인스케이트는 인간 직립 수억만 년 역사 속의 혁명이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것은 개벽이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53쪽

'하나'라는 존재의 모습은 늘 나를 질리게 한다. 산 속의 무덤들은 여럿이 모여 있지만 그 모임은 군집일 뿐 소통은 아니다. 죽음이야말로 가장 완전한 개별적 행위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다들 혼자 죽어서 저 혼자만의 무덤을 이룬다.
세 마리의 새가 날아갈 때, 이 세계의 복잡성은 완성된다. 세마리는 '너'와 '나'와 '그'를 이룬다. 세 마리는 각자의 일인칭을 거느리면서 삼인칭의 공간을 날아간다. 세 마리가 날아갈 때 언어는 더욱 교묘해지고 복잡해진다. 세 마리는 언어를 완성한다. '나'의 언어가 향하는 방향에 따라서 '너'와 '그'는 바뀐다.
<셋이 함께 날아가는 세상>
-57쪽

죽기를 각오하고 사는 사람들이 무섭다. 죽기를 각오한 자는 마침내 죽을 것이고, 그가 죽는 과정에서 또한 남을 죽일 것이다. 겁 많은 사람들이 이 하찮은 삶을 그나마 애지중지하면서 조심조심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는 살고 싶다. 자동차가 이처럼 늘어났으니 되도록이면 거리에 나가지 않아야겠다.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63쪽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이 총체적 비극의 지옥 속에서 한 포로의 표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얼마나 무력하고 가엾은가. 그러나 이 가엾음을 진실로 가엾게 여기지 않는다면 인간은 왜 이래야만 하는 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영원히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모든 전쟁 포로의 근접사진을 TV로 공개해야 한다고 믿는다. 제네바협정은 추악한 위선이다.
<고통의 근원을 사유하며>-86쪽

이 '동해'라는 표기는 서양인들의 자기중심적인 방위 의식 속에서 이 세계의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바다라는 뜻이지, 한반도를 기준으로 해서 그 동쪽 바다라는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침반은 자기중심적인 시선으로 세계를 살필 수밖에 없는 그 자신의 슬픔이고 결핍이다.
나의 동쪽이 당신의 서쪽일진대, 내가 나침반을 들여다보면서 동쪽이다 서쪽이다를 따지는 언어는 얼마나 공허하고 또 가엾은 장난인가?

나는 내 조국의 동쪽 바다인 동해와 그 이름을 사랑한다. 내조국에서 이 바다의 이름은 영원히 동해이다. 그리고 이 바다는 일본인들의 서쪽 바다인 것이다.
<나의 동쪽은 당신의 서쪽> -96쪽

이 사회의 가난이란 단순한 물질적 결핍이 아니다. 이 사회에서 가난이란 차별이며 모멸이다.
<서민> -102쪽

나는 이간의 역사 속에서 불가피하ㅔ 개입하는 치욕을 긍정한다. 치욕을 도려내버린 역사는 역사가 아니라 언어화된 이념일 것이고, 역사는 치욕과 더불어 비로소 온전할 터이다. -105쪽

(아버지는 나에게) "그 비굴한 대다수의 동포들이 바로 민족과 국토와 언어를 보존한 힘이었다".
내 말은, 그 견딜 수 없는 치욕을 치욕으로써 긍정하자는 말이다. 치욕을 긍정하는 또 다른 치욕이 아무리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그 또한 감당되어야 할 치욕인 것이다.
치욕을 그정하기 위하여서는, 교과서에 그 고통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가장 온당한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아이들이 자라나서 스스로 그 치욕의 역사를 알게 될 때의 혼란과, 제도에 대한 불신과 역사에 대한 환멸이 이 고통스런 논쟁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마침내 화해할 수 없는 것들과의 불화는 역사를 도덕적으로 긴장시켜 줄 수 있다.
<치욕> -106쪽

아마도, 자연을 거스르는 것들의 강력함은 허약함을 내장하고 있지만, 이 내장된 허약함은 눈에 보이지 않고, 일이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거대한 허약함을 드러낸다. 자연에 포개지는 것들의 외양은 늘 엉성하고 헐겁다. 그 헐거움은 강력함을 내장한 헐거움이지만, 이 내장된 강력함도 얼른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니, 견고하고 혹은 헐겁다는 인간의 말은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말인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자연은 자연 그 자체로서 무의미한 것일 수 있다. 자연은 물리적이고 물리적은 세계이며, 인과율의 적용을 받는 객관의 세계이다. 그러나 그 무의미가 인간이 설정한 의미들보다 더욱 힘세게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까치둥지> -110쪽

나는 우리나라 여자들이 다들 예쁘고 다들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젊은 여자들의 성적 매력은 나라의 힘이고 겨레의 기쁨이다. 올 여름 여자들의 노출이 너무 심하다고 텔레비전은 개탄하고 있지만, 너무 그러지들 말아라. 곧 가을이 오면 여자들은 다시 옷을 입을 것이다. 좋은 것을 좀 내버려두라는 말이다.
<노출> -120쪽

어째서 인간이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인간이 인간의 몸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그 단순하고 명백한 사실에 따르지 않고, 아니라고 뻣대어가면서 한 시대를 허송세월하는 것일까. 인간의 말을 도저히 알아드지 못하던 인간들이 어째서 한바탕 '본때'를 보이고 나면 비로소 말을 알아듣는 것일까. 기어이 '본때'를 보여야 명백히 그릇된 일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 '본때 보이기'는 또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인지. 다른 길은 정말로 없는 것인지, 말의 힘과 말의 소통능력으로 현실을 조금씩 바꾸어나갈 수는 없는 것인지...
<늙은 기자의 노래> -125쪽

▷ 뻗대다 : 1 쉬이 따르지 아니하고 고집스럽게 버티다. 2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아니하려고 손이나 발을 받치어 대고 버티다. ‘벋대다’보다 센 느낌을 준다.
▷ 곤죽 : 1 몹시 질어서 질퍽질퍽한 밥. 또는 그런 땅.2 일이 엉망진창이 되어서 갈피를 잡기 어렵게 된 상태.3 몸이 지치거나 주색에 빠져서 늘어진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참고쪽

단단한 것이 유연성과 운동성을 완성해 낸다. 내가 아끼는 연장들의 날과 끝도 단단하고 날카롭다. 뾰족한 펜치의 끝은 민감하고 섬세하다. 쇠는 단단함으로써 부드럽고, 쇠의 날은 날카로움으로써 섬세하다. 쇠는 그 양 극단의 모순을 함께 지향한다.
<쇠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며> -139쪽

봄에는, 봄을 바라보는 일 이외에는 다른 짓을 할 시간이 없다. -156쪽

꽃은 꽃 한 송이로서 아름답고 자족한 세계를 이룬다. 꽃은 식물의 성적인 완성이며, 존재의 절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은 스스로 자지러진다. 꽃에는 그리움이 없다. 꽃은 스스로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앞에 보이는 대상을 그리워하게 한다. 꽃을 들여다 볼 때, 나는 때때로 꽃으로부터 머리 소외된다. -157쪽

소나무의 새잎에는 연두의 애잔함이 없다. 그래서 소나무나 전나무는 추사의 그림에 나옴직한, 이념의 가파름을 애초부터 지니고 태어난다. -158쪽

봄의 숲들은 이 모든 빛과 색과 냄새의 대오를 거느리면서 여름의 강성함을 향해 나아간다. 온 산의 엽록소는 깨어나서 아우성친다. -159쪽

하루 종일 봄 산의 언저리와 강가를 자전거로 쏘다니고 나면, 내 피부에 나무처럼 엽록소가 생겨서, 수고하지 않고도 빛과 더불어 온전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환각에 빠진다. 그때 숲 속에서 오줌을 누면 초록색 오줌이 나올 것만 같다. 그러나 강가를 쏘다니며 적은 이런 글은 스스로 그 피부에 엽록소를 지니지 못한 자의 결핍일 것이다.
<꽃은 꽃 한 송이로서 아름답고 자족하다> -160쪽

11월에는 있음과 없음 사이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11월은 습기가 빠진 존재의 모습을 가차없이 드러내 보인다. 습기가 빠져서 바스락거리는 것들이 11월 들판에 가득하다. 벌레들의 죽음에서도 그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11월은 말라가고 바래어간다. 갈대와 억새의 죽음에서도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11월의 들판은 조용히 바스락거리면서 죽어가는 것들로 가득하다.
<지난 11월에는 ...>-163쪽

인간과 인간이 연결됨으로써, 인간은 개별적 존재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수행해낼 수 있다. 그것이 밧줄의 아름다움이다.
나는 최초로 끈을 발명한 인류의 선배를 상상할 수 있었다. 끈과 밧줄을 발명한 인간은, 인간의 몸과 노동을 외계 속으로 그리고 다른 인간의 몸속으로 확대시키고 연관시킨, 위대한 선구자일 것이다.
<밧줄의 아름다움> -167쪽

가을 자작나무이 냄새는 향기롭다. ... 이 세상의 모든 나무들 중에서 자작나무가 가장 빛나는 나무다. 자작나무는 늘 빛 속에 서 있다. 흔들거리면서 떨면서, 자작나무는 빛과 더불어 놀고 빛과 더불어 잠든다.
자작나무의 잎은 바람에 날려서 땅에 닿는 그 짧은 순간에 가장 아름답다. 그때, 잎은 빛과 대기 속을 표류하면서 시간의 비늘로 퍼덕거리다가 땅에 떨어져 썩는다.
자작나무는 어떠한 시간도 기다리지 않는다. 자작나무는 모든 시간과 모든 계절 속에서 하나의 완벽한 축복에 도달해 있다. 기다림이란 얼마나 헛된 낭비인가. 가을 자작나무 숲에서, 나는 기다림 없는 시간을 꿈꾼다.
<물드는 산, 꿈꾸는 나무>-170쪽

눈의 아름다움은 세상을 고립시켜 주는 힘에 있다. 눈이 가득 쌓여 마을의 길들이 끊어지고 인기척이 없을 때, 이 정처 없던 삶은 문득 정처를 회복한다. 눈이 쌓여서 길이 모두 지워졌을 때 내가 살던 이 불안정한 주거는 정주하는 자의 평온을 회복한다. 그 고립과 단절 속에 나의 그리운 삶은 있었던 것이다. 눈에 덮인 고립 속에서는 내 결핍과 사소함이 오히려 아늑하고 친근하다.
<정처 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 -194쪽

최인훈의 소설 『광장』은 "북에는 개인의 밀실이 없고 남에는 공동의 광장이 없다"는 겨레의 비극 위에서 출발하고 있다.
밀실에 갇혀 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함께 노는 일의 신명은 생생하게 살아 있었고, 그 신명을 받아줄 광장은 아직 없다. 지금 사람들이 모이는 거리는 광장이 아니라, 광장을 그리워하는 염원일 뿐이다.
<서울에 광장을>-204쪽

노조원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종교의 신성은 더럽혀지지 않는다. 노조원을 내보낸다면 종교의 신성은 유지되기 어렵다. 그러나 애초에 노조원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의 종교의 신성이란 공허하게 들린다. 종교는 세속사회 속의 종교라야 마땅할 것이다.
<명동성당과 조계사>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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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즐거움 - 삶에 지친 이 시대의 지적 노동자에게 들려주는 앤솔러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현 외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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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04614.html
 

한겨레 서평에서 퍼왔다. 
  

지적으로 살고 싶은데 너무 바쁘다고?

‘많이’ 읽고 알고 배우기보다
‘꼭 필요한 것’ 골라 끝장을 보라
현대인들을 위한 지적 노하우



〈지적 즐거움〉
P.G.해머튼 지음·박해순 외 옮김/베이직북스·1만8000원


가끔 “머리는 모자 쓰라고 뒀냐”는 핀잔을 듣긴 하지만, 지적인 생활을 이어가고픈 열망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다만 숨가쁜 하루 일과 뒤 온몸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다반사로 겪는 현대인에게, 지적 생활의 매혹은 차라리 가련한 소망이다. 현실과 욕망이 엇갈리는 이 지점에서, 150여년 전 영국에서 날아온 편지 뭉치를 풀어보자. <지적 즐거움>은 예술평론가 겸 작가인 P.G. 해머튼이, “삶에 지친 지적 노동자에게 보내는” 글모음이다. 지적 노동자라 하면 예술가나 작가, 학자 등을 언뜻 떠올리지만, 지은이는 지적 생활의 범주를 이들에게 한정짓지 않는다. 지은이에게 지적인 생활이란 특별한 성취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가장 고매하고 순수한 진리를 열렬히 추구해가는 것이다. 결국, 얼마나 학식이 높은가의 문제가 아닌, 늘 꿋꿋하고 당당하게 고귀한 쪽을 선택해가는 과정이 지적 생활의 본질인 셈이다. 지은이는 “지적 생활은 마음 깊이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확신” 아래, 지적 즐거움을 한껏 누리는 데 필요한 육체적·정신적 기반과, 시간 활용법, 돈의 효용까지 다양한 조언을 편지글 형태로 모아냈다.

지은이에 따르면, 지적인 생활은 몸의 움직임에 의해 완벽하게 좌우된다. 두뇌를 최대한 좋은 상태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자기 생활을 이끌고 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칸트처럼 매일 5시에 일어나 밤 10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 잔의 차와 한 대의 담배로 매 끼니를 때울 것인지, 괴테처럼 오후 2시에 푸딩과 과자, 케이크를 양껏 먹고 하루 두세 병의 와인을 들이켤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다만, 규칙을 세웠다면 가능한 정해진 패턴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특히 독서할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에겐, 주어진 업무를 연구라고 치고, 나머지 시간에 무언가를 배우면 된다고 조언한다. 다만 시간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이 관건이다.

‘공평무사한 정신’은 지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교묘하게 논점을 바꾸거나 반대편의 논의를 부정확하게 전달하는 일은 지성인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대부분의 이들에게 매우 부족한 덕목인 탓에, 진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각오가 필수적이다.



 

» 〈지적 즐거움〉
 
지은이는 “가능한 많은 학문을 배워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는 반기를 들며, ‘박학다식’에 대한 환상을 비판하기도 한다. 무턱대고 폭넓은 지식을 얻게 되면 조미료 하나로 요리 전체의 맛이 달라져 버리는 것처럼, 지성 전체의 구조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지식 탐구는 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지적인 생활에서 기억력은 얼마나 중요할까. 책을 덮고 나면 내용은커녕 제목도 가물가물한 ‘가련한 기억력’의 소유자에겐, 위로가 아닌 축복의 편지를 보낸다.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하고 잊어야 할 것은 잊어버리는 진실로 소중한 기억력의 은혜를 입고 있다”며 “기억이 지닌 거부력을 존중하라”고 다독인다.

시간에 쫓겨 늘 허둥지둥댄다면, 되레 책에 대한 강박을 버릴 때 지적인 생활을 만들어갈 수 있다. 사실 읽으려고 마음먹은 몇 권의 책 중엔 실제 중요하지 않은 책이 끼어 있게 마련이다. 독서의 기술은 가장 중요한 핵심을 파악하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건너뛰고 읽는 것이다. 다만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실행하겠다고 결심했다면,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는 굳은 의지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여성의 지적능력이 떨어진다”는 류의 묵은 ‘먼지’만 털어낸다면, 19세기 노신사의 애정 어린 편지글은 21세기 현대인이 귀담아들을 만한 삶의 지혜들로 가득하다. “생활은 여름의 산들바람같이 행하라. 여름의 산들바람은 사람에게 때로 고귀한 활력을 주고 때로 완전한 평온함을 준다. 바람이 배의 돛을 펼치고 방앗간의 풍차를 돌리는 것 처럼 …”

진정한 지적 향유와 삶의 즐거움은 내부에서 자연스레 샘솟는 자기만족에서 비롯된다는 평범한 진리가 150여년의 세월을 넘어 공감을 자아낸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출처] 지적 즐거움|작성자 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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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아름다움
심상정 지음 / 레디앙 / 2008년 9월
품절


이 책은 지난 선거 기간 나의 부족한 성의에 대한 반성문이며, 지역 주민들을 비롯하여 국민들과 미처 나누지 못한 '심상정 이야기'이다-6쪽

더 잘하기 위해 더 미뤄 두는 것은 나의 오랜 습관이었다-8쪽

만약에 심상정이 지역 민주주의를 살려서 간디가 말한 '마을 자치'의 사상이 실천되거나, 아니면 스웨덴의 '코뮌 민주주의'와 유사한 자치, 자율의 네트워크가 한국사회에서 형성, 확대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공로는 실로 엄청난 것이 될 것이다-17쪽

"전태일 동지, 저도 이제 미싱사가 됐어요!"-35쪽

1985년 구로동맹파업, 노동 사건이 신문 1면에 실린 것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43쪽

과연 우리는 상층 간부들조차 민주노총과 진보 정당 지도자들의 비전과 소신을 한 번이라도 공식적으로 접할 기회를 가졌었는가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52쪽

(스웨덴 금속노조가 다른 나라 노동조합의 지원에서) 한국 금속연맹을 지원 1순위로 정하게 된 배경은 세계화 추세 속에서 미국의 앞마당과도 같은 한국에서 산별노조 운동의 성장이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세계 노동 운동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53쪽

구체적인 나눔의 실천과 전망으로 뒷받침되는 '연대', 기업 틀에 갇힌 임금 교섭을 넘어 연대를 통해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노동 운동, 대중 운동과 노동자 정치의 긴밀한 협력 등은 노동 운동의 지향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54쪽

"정치권에서 출세하려면 두 가지 금기를 명심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삼성과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지요"-87쪽

(심상정은) '한국형 지역재투자법'으로 대형 금융 기관에 저소득 서민층을 상대로 한 신용제공('마이크로 크레디트')을 의무화한 법안... 신용이 취약한 서민들에게 문턱을 나추고 금융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한 '서민은행설립법안'... 5조 원 규모의 서민 금융 기금 설치를 요지로 하는 법안... 보증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증 제도 개선을 위한 특별법안을 잇따라 제출했다 ==> 서민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도 서민들이 저금리로 돈을 융통할 수 있는 법안이 시급했다-99쪽

(심상정은) '집 안심률' 개념을 만들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주택정책에 초점을 두었다. 집 안심률이란 내 집을 갖고 있는 사람과 내 집은 아니지만 30년 이상 '방 빼!' 소리를 듣지 않고 살 수 있는 공공 임대 주택을 합쳐서 일컫는 말이다-103쪽

싱카포르 주택청을 방문하였을 때 홍보영상에서...
"Eeverybody is equal" "Everybody is a part of the city"
-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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