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국가에 빚진 게 있다는 생각의 기원은머나먼 과거,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국민은 국가에복종해야 하며, 국가를 부모보다 더 존경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쟁에 나갔을 때나, 재판소에서나, 그밖에 어느곳에서건 국민은 국가가 요구하는 것이면 그 명령이 부당하다고 설득하지 못하는 한 무엇이든해야 한다." 평등이라는 건 없습니다. 국민은 설득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국가는 강제력을 가지고요. 국가에 대한 복종이라는 관념은 전체주의의본질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히틀러의 독일, 스탈린의 소련에서 확인했을뿐만 아니라, 미국과 같이 소위 민주주의 국가라불리는 나라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쳤습니다. 1945년 8월 7일이었습니다. 신문1면에 대문짝만 하게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투하. 도시 파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저는 원자폭탄이 뭔지 몰랐습니다만, 그때 안도감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쟁이 곧 끝날 것 같았고, 그러면 제가 태평양을 건널 일도 없을 테니까요. 전쟁이 끝나자마자 히로시마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하고, 우리가 ‘정의로운 전쟁‘을 치렀다는 제 믿음을 뒤흔든 중요한 계기가생겼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소지품을 챙기며, 비행 일지와 스냅 사진 등을 정리하며, 저는 거의 아무 생각 없이 서류철에 "이번이 마지막이길"이라고 써넣었습니다. 제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가훗날 의식적으로 할 일을 무의식적으로 하기 시작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전쟁의 동기, 행위, 그리고 파시즘에 대항한 십자군의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 말입니다. 파시즘에 대한 혐오는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를 공군에 입대해 열정적인 폭격수가 되게 했던 명백한도덕적 정의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흐려져버렸습니다.
그 폭격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반드시필요한 절차가 아니었습니다. 일본은 이미 항복하기 직전이었으니까요. 그것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한 폭격이었습니다.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에 대처하는 첫 번째 조치로 무고한 일본인 수십만 명을 기니피그처럼 죽여버린 겁니다. 1945년 봄, 원자폭탄을 투하하기 전 어느 날에도 도쿄를 불길에 휩싸이게 한 야간 폭격이 있었습니다. 그 아무 이유도 없는 정밀 폭격으로 남녀노소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저는 점차 전쟁에 대한, 파시즘을 격퇴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쟁‘ 이라고 불리는 것까지 포함해모든 전쟁에 대한 확고한 결론에 다가섰습니다. 전쟁은 양 진영 모두의 마음과 영혼을 해치고,거기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타락시킵니다.
세상에서 어떤 불의가 행해질 때 그것이 어떤 것이건간에 전쟁을 치르지 않고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폭군이다스리는 나라와 전쟁을 치를 때 우리가 죽이는사람들은 그 폭군의 희생자라는 사실입니다.
테러와의 전쟁보다 더 정당한 전쟁이 있을까요? 9·11의 참상은 미국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정부와 언론이 그 분위기를 극대화해히스테리에 가깝게 몰고 갔습니다. 사람들이 테러와의 전쟁이란 전쟁 자체가 테러이므로 자기모순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거였죠. 사실 전쟁은 테러의 극단적인 형태입니다. 지구상 어떤 테러 단체도 국가가 보유한 대량살상 능력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건 공식보고서입니다. 아주 보수적인 사람들이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리 해밀턴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조차 9·11 사태와 그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9·11 테러를 유발한 중대한 요인은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에 대한 반감" 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당한 무력 사용의 요소를 말하자면, 아주 작은 규모로, 제한적으로, 그리고 저지하고자 하는악에만 직접적으로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쟁과는 정반대되는 특징입니다. 전쟁은 어마어마한 수의 무고한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죽입니다.
우리는 또 민간인을 무고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마치 전쟁에 죽은 군인들은 죄인이기라도 하다는 듯이요. 하지만 군인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그들도 무고한 사람들입니다. 위협과 유혹에 못 이겨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입니다. 우리가 서 있는 역사의 이 시점에서, 저는 전쟁을 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몽상가입니다. 우리는 전부를 원합니다. 우리는 평화로운 세상을 원합니다. 우리는 평등한 세상을 원합니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제대로 된 사회를 원합니다.
1950년 미국이 한국을 침략해 한국전쟁을 시작했을 때도 명분은 남한의 민주주의를 지켜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한은 독재정권이었는데요. 그러나 그렇게 사소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일필요는 없었습니다. 일단 언론이, 정부가 계속반복해서 우리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원하기위해 그곳에 갔다고 말하면 진실이 무엇인지는문제되지 않습니다.
권좌에 앉은 사람들의 힘, 군사력, 부, 기업 엘리트. 독재국가라 불리는 나라에서건 민주주의 국가라불리는 나라에서건 그런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권력은 부서지기 쉽습니다. 그들의 힘은 국민의 복종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복종하기를 그만두면 그들의 힘도 사라집니다.
예, 민중에게는 힘이 있습니다. 조직하기 시작하면요. 저항하면요. 충분히 강력한 운동을 형성하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건 좋은 일인가요? 예, 독립은 언제나 좋은 일이죠. 그러나 무엇을 대가로 말입니까? 그 독립의 실체는 무엇인가요?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독립을 이루어낼 수 있었을까요? 캐나다는 어떻습니까? 캐나다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 사회는 나쁘지 않습니다. 캐나다에는 대단히 매력적인 면들이 있습니다. 그들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르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오래 걸리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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