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의 책 제목 그대로 "밤이 선생"이라면, 그는 지금 한국문학의 가장깊고 아득한 밤이다.
출생과 죽음이겠지만, 더 나아가 기쁨과 슬픔, 소유와 상실, 에로스와 타나토스, 만남과 이별 등등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이런 것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아는데 정작 그런 것들을 가장 잘 모른다. 그러니 소설을 읽는 것이다. ‘무언가 중요한 생각‘을 곧 만나게 되리라 기대하면서.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극도로 천천히 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잘못을수정할 수 있으며 오해를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이 있는 세계에 글도 함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그래서 나는 육체적으로는 말하기가, 정신적으로는 글쓰기가 더 편하다.
나는 절실한 상처의 기록을 읽기 좋아한다. 인간의마음을 찍는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에는 선인장처럼온통 가시가 박혀 있는 마음의 형상이 찍혀 있을 것이다. (…) 작가는 누구에게서나 상처를 찾아낼 수 있는사람이다. 그는 원효나 퇴계, 아리스토텔레스나 하이데거의 책을 읽으면서도 거기서 그들의 상처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 그러나 아무리 상처가 영혼의본질이라 하더라도 문학이 상처의 기록에 그칠 수는없는 노릇이다. (…) 작품에는 상처를 달래는 지혜의소중함과 어려움이 암시되어 있어야 한다. (…) 생명을 죽이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남을 다치게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길도 인간에게는 주어져 있지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나와 남의 다친영혼을 달래는 길뿐이다. 《의미의 위기》, 문학동네, 2007, 82~84쪽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복잡한 것이며 타인의 진실이란 얼마나 섬세한 것인지를 편리하게 망각한 채로 행하는 모든 일은 그 자체로 ‘폭력‘이다. 창작이 폭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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