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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때문에 일기 쓰는 여자 - 내 인생 최악의 날들의 기록
로빈 하딩 지음, 서현정 옮김 / 민음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광고 회사에 다니는 서른한 살의 케리에게는 만났다 헤어졌다는 반복하는 남자친구 샘이 있다. 잘생기고 능력 있는 샘은 다른 여자를 때문에 케리와 헤어졌지만 자신이 원할 때마다 케리를 찾는다. 샘 때문에 심리 치료사를 만난 케리는 남자 때문에 겪은 인생 최악의 순간들을 고백하는 일기를 쓰라는 조언을 받는다. 그런 와중 타로 점쟁이는 케리에게 D자가 들어간 운명의 남자를 만날 거라고 말한다.
심리 치료사의 조언으로 쓰게 된 연애 최악의 순간들은 정말 창피하고 어이없다. 사랑니를 빼고 얼굴이 퉁퉁 부은 날 바람 난 샘에게 차였고, 스키장에서 헌팅으로 남자를 만났지만 사고로 코피가 엄청나서 그대로 끝났고, 첫경험을 기대한 고등학교 졸업파티날 밤에는 남자친구의 바람난 여자친구가 찾아왔고, 처음으로 클럽에서 만나 원나잇을 한 남자는 도둑이었고, 런던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친척 등등. 정말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는 순간들이다. 사실 누구나 그런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런 순간들을 다시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야하는 걸까? 그나저나 케리에게는 참으로 굴욕적인 기억들인데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유쾌하다.
『브릿지 존스의 일기』와『섹스 앤 더 시티』를 섞어 논 것 같다. 『브릿지 존스의 일기』의 브릿지처럼 일과 사랑을 쫓고 있고,『섹스 앤 더 시티』처럼 주변에 친구들이 있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친구들. 일의 성공만을 쫓고 있거나 유부남과 사귀고 있거나 이혼한 채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그러고 보면 ‘삼십 대의 여자’의 주제는 딱 두 개다. ‘일’과 ‘사랑 또는 결혼.’ 광고 회사에 다니는 케리는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뭔가 하나씩 문제가 있다. 연애 사업도 순탄하지 않다. 샘과는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매번 샘이 연락할 때마다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다. 왜 그렇게 케리는 자신이 없고 샘에게 절절매는 걸까?
케리는 일기를 통해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다. 그리고 운이 없거나 실수가 아닌 자신이 잘못 선택한 관계에서 자신의 문제점을 알아낸다.“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썼던” 것이다. 그걸 깨달은 케리는 자신감을 되찾고 자신이 원하는 일과 사랑을 얻는다.
꽤 두꺼운 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책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 내가 내 자신이 될 수 있는 연애를 하자.
- 당연히 나는 우리 사이의 모든 문제가 내 탓이라고만 생각했다.(우리 엄마는 이 생각에 전전적으로 동의할 것이 분명하므로 절대 엄마한테는 이 생각에 대해 묻지 않을 작정이다.) 그래서 ‘잘 생기고 말도 못 할 정도로 성공한 부동산 개발 업자의 약혼녀’라는 이름에 걸맞게 나를 바꾸려고 죽을힘을 다했다. 하지만 그 결과 나는 자격지심에 질투심만 가득 차 늘 불안에 떠는 여자가 되고 말았다.
이 모든 일을 통해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배웠다. 남자 때문에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자신의 참 모습을 감춰야 한다면 그 남자는 자신의 참된 짝이 아니라는 것을. p.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