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다른 무엇을 포기하고 있었다. 시간을 포기하고, 돈을 포기하고, 또 다른 어떤 것을 포기한 다음,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인생은 어떤 것을 포기하는가의 문제다. 선택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포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기로 선택하고, 결국 돈을 많이 벌게 된 사람이 어떤 걸 포기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얼마나 기분 좋게 포기할 수 있는가에 따라 인생이 즐거울 수도 있고 괴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돈과 성공과 권력을 포기하고 (글쎄, 포기하지 않았더라도 거머쥐긴 힘들었겠지만) 시간을 선택했다. 바쁘게 사는 대신 한가한 삶을 선택했다. 즐겁게 포기할 수 있었다. 남은 시간에 기타도 칠 수 있으니 부러울 게 없다-103-104쪽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렸을 때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이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 채 그냥 지냈고, 그렇게 시간이 쌓였고, 서로를 이해하는 대신 함께 보는 시간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 만난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래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다들 그렇게 만나 결혼도 하니 참 신기하지!) -127쪽
"낭만은 개뿔, 웃기지 말라 그래"라는 것이 여름 바다를 자주 가는 내 친구의 의견이었다. 여름 바다에 자주 가는 사람이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친구라는 점이 중요하다. 내 친구라는 것은 어느덧 삼십 대를 지나 사십 대에 이르렀다는 뜻이고, 사십 대에 이르렀다는 것은 매년 여름 듣는 "여보, 피서는 어느 바다로 가실텐가요?"라는 협박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피서철의 여름 바다는 기본적으로 '아수라장'이며 삶을 영위하기 힘든 '공포의 바가지 장터'이며 샤워장에서 눈을 수백 번 씻고 찾아봐도 낭만이라고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생존의 현장'이며 어렵사리 생겼던 사랑도 파도에 씻겨나가 버리고 마는 '짜증의 공간'이다.-232-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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